
《With the Old Breed》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전투 장면이 생생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전쟁을 바라보는 질문 자체를 바꾸게 한다. 우리는 흔히 전쟁에서 누가 승리했는지를 먼저 묻는다. 그러나 전쟁사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질문이 필요해진다.

나는 젊은 시절 이 책을 무척 좋아했다. 나는 폴라니의 그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이 멋있어 보이고 참신했다. 수리 경제학이 판치는 한국 경제학계에서 국제정세와 국내 정치, 계급투쟁과 사회경제적 문제를 하나의 시야로 묶어 해석하는 이론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마주하며 이 책을 읽습니다. 어떤 작가가 말하기를 그 작가가 머문 삶의 시간만큼 그 문장에 머문다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물론 이 책은 매우 속도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너무 빨리 읽으려 들지 말고 천천히 읽기를 권합니다.

테드 창의 작품들은 이 안타까움을 보듬어주는 정교한 위로가 되어준다. 메타인류와 초지능이 인류를 까마득히 초월하더라도, 이들 신인류가 끝내 가지지 못할 어떤 정수가 인간에게 남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그리고 이에서 이어지는 호모 사피엔스 존속의 당위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내가 카플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지나가는 곳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풍경 뒤에 숨어 있는 인간성의 냉혹함과 권력의 잔인함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서 왜구의 목을 벤 뒤 바람 부는 바다를 담담히 기록하는 문체와 닮아 있다.

왕관을 벗은 미국,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무엇이 미국을 이토록 거침없이 폭주하게 만들었는가. 이 질문은 호기심이 아니라,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온 질서가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문자 역사서가 아니다. 권력의 동역학, 종교의 확산, 문화 교류, 민족 정체성의 형성과 저항을 관통하는 문명사적 서사로 읽힌다. 특히 서구 중심의 라틴 문자 패권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비서구 문자 체계들의 독자성과 역할을 재조명하는 관점이 인상적이다.

왜 이 책이 오늘날 특히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가? 첫 번째 이유는 문해력의 기초를 다지는 실전 훈련장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읽기’를 힘들어한다. 문장을 스캔하고 키워드만 추출하며, 조금만 복잡해지면 바로 포기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의도적인 역사 왜곡과 선택적 기억이 반복되어 왔다.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만을 강조했고, 불편한 과거는 축소하거나 침묵해 왔다. 그 결과 국민들은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기억을 갖게 되었다.

필터 버블은 정치 분야를 넘어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믿는 투자 의견만 접하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만 추천받으며,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관만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정보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사회적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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