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힘을 조금이라고 의심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친일·친미 언론이나, 미국 대통령을 새로운 현대적 천황처럼 모시는 사람들은 존버 정신으로 미국 만세를 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라는 중심이 옅어지는 시기에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외교는 그 오판을 노골적으로 반복했다. 7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가 첫 정상회담을 했을 때, 양측은 북한군 포로 문제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당사자 자유의사에 맞춰 다루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그 원칙에 따라 송환 계획을 비공개로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젤렌스키가 친미를 한다고 해서 미국을 대하듯 우크라이나를 보면 안 된다. 그의 처지에서는 정권을 잃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 전쟁을 시작한 쪽은 러시아다. 그러나 전면 항전을 선택한 이후, 수십만의 젊은이가 죽고 수백만의 난민이 발생한 책임의 목록은 정전 협상의 조건과 함께 그의 앞에 놓인다.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림의 중심은 한 나라가 아니다. 프랑스의 재정, 영국의 생활비, 독일의 공장과 가스 저장고가 같은 계절에 동시에 비명을 지른다. 2026년 가을,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 번째 에너지 충격을 맞고 있고, 그 충격은 러시아와의 정치적 단절과 미국의 지원 축소가...

후티의 사우디 공격은 수니와 시아파의 내전을 예고한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마호메트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와 그의 아들 후세인의 죽음을 소환하는, 이슬람 종갓집이 누구냐는 역사의 전쟁이다. 이란과 사우디 사이의 지정학적 패권전쟁이다.

냉전 이후 독일이 누린 여유는 세 겹이었다. 낮은 국방비,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 중국 시장의 수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선의 확장은 그 전제를 한꺼번에 지웠다. 나토는 2035년까지 방위 본연에 국내총생산의 3.5%, 광의의 안보에 5%를 쓰겠다는 목표를 걸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우며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연해주는 북한에 직접 가지 않고도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나가는 출구다. 한·중·러 또는 남·북·러 소다자 협력이 살아나면 전략 공간이 넓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견인하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와 맨체스터, 버밍엄의 거리에서는 2026년 가을에도 기후 시위대와 반이민 집회, 생활비 항의가 겹쳐 흘렀다. ‘Just Stop Oil’은 신임 총리의 첫 총리 질의시간에 의사당 앞 도로를 막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고 국내 복지에 쓰라는 플래카드가 국방부 앞에서 흔들렸다.

프랑스의 방위비는 GDP 대비 2.1~2.2% 안팎으로, 독일보다 느리고 동유럽 전선 국가들보다 훨씬 낮다. 핵억제력과 해외 투사 능력을 가진 나라치고는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미 재정적자가 GDP의 5%를 넘고, 이자 지급만 연간 600억 유로를 웃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더 이상 안정과 발전의 일방적 공급자로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들을 지정학적 혼란의 한 원천으로 보기 시작했고, 미국-이란 장기 대립은 미국의 외교적 집중력과 동시 다발적 위기 관리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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