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국의 보수주의 컬럼니스트 더글라스 키어 머리(Douglas Kear Murray)는 『유럽의 죽음: 이민, 정체성, 이슬람』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유럽 문명의 운명을 단호하게 선언했다. ‘유럽은 자살을 저지르고 있다. 적어도 그 지도자들은 자살을 결정했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단순한 이민 비판서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대규모 이민, 특히 이슬람권 출신 인구의 유입과 유럽인들의 출산율 저하가 맞물리면서 인구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동시에 유럽이 자신의 믿음·전통·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는 이중적 위기를 분석한다. 머리가 말하는 ‘이상한 죽음’은 폭력적 붕괴가 아니라, 문화적·인구학적 침식과 자기 혐오가 결합된 느린 소멸이다.
머리의 핵심 논거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전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임시 노동자’ 정책이 영구 정착과 가족 초청으로 이어졌고, 2015년 난민 위기에서 절정에 달했다. 이 과정은 경제적 이익이 주로 이주민에게 귀속되고, 주류 사회에는 주택·교육·복지·치안 부담과 문화적 충돌을 안겼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 실패, 평행사회 형성, 테러, 성폭력(쾰른 사건 등), 반유대주의 재발, 그리고 인구 통계학적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둘째,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럽의 ‘죄책감의 전제(tyranny of guilt)’와 존재론적 피로다. 식민주의와 홀로코스트에 대한 과도한 자기 비난이 유럽의 정통성을 약화시켰고, 기독교와 계몽주의적 자신감이 쇠퇴하면서 ‘이야기가 끝나버린 것 같은’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파스칼 브뤼크너의 논의를 빌린 머리는 유럽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맞을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문명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이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엘리트들은 현실을 부인하거나 미화했다.
평행사회와 ‘노고존’의 확산
2026년 3월 유럽 보수·개혁 그룹(ECR) 관련 보고서와 이후 후속 분석들은 유럽 전역에 900~1,000곳에 달하는 ‘노고존’(no-go zone)이 존재한다고 추정했다. 이 지역들은 범죄·폭력 수준이 높고, 평행사회 성격을 띠며, 국가 권위가 약화된 곳이다. 프랑스의 생드니(Saint-Denis)·오베르빌리에, 마르세유 라 카스텔란, 벨기에 몰렌베크, 스웨덴 말뫼 로센고르드, 독일 베를린 노이쾰른, 쾰른 호르바일러 등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이들 지역에서 무슬림 인구 비율은 평균 29%로, EU 전체 평균(약 4.9%)보다 현저히 높았으며, 외국 출생 인구 비중도 유럽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보고서는 2010~2025년 사이 유럽에서 발생한 이슬람주의 테러 공격자의 63%가 이러한 지역과 검증 가능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머리가 말한 ‘유럽이 유럽인의 집’이 아니라 ‘전 세계의 집’이 되어가면서 특정 도시 공간이 사실상 다른 규범과 질서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스웨덴의 경우 경찰과 현장 보도에서 ‘전쟁 지역에서 일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클랜 기반 범죄 조직, 총기 폭력, 61곳에 달하는 취약 지역이 보고되며, 한때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여겨지던 스웨덴의 변화가 상징적으로 거론된다. 덴마크는 ‘평행사회법’을 통해 비서구 이민자 비중이 높은 공공주택 지역을 관리하려 했으나, EU 사법재판소는 차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법 자체의 존속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통합 실패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공간적·규범적 분리로 고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러와 폭력의 지속
2025년 유로폴 TE-SAT 보고서에 따르면 EU에서 보고된 테러 공격 45건 중 24건이 지하디스트(이슬람주의) 관련이었고, 이 중 9건이 실행되어 5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했다. 지하디스트 테러는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형태였다. 2026년 7월 베를린 프라이드 행사에서는 레바논계 독일 국적자가 밴으로 군중을 들이받은 뒤 칼로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했다. 독일 내무부는 이슬람주의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사헬 지역의 이슬람국가(IS) 계열 조직이 모로코·스페인을 경유하는 물류·인원 통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으며, 2025~2026년 모로코와 스페인에서 관련 세포가 여러 차례 적발되었다. 이는 머리가 경고한 ‘이슬람주의 극단주의와의 조우’가 2015년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경로를 통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범죄와 집단 폭력의 패턴
성범죄 통계에서도 특정 패턴이 반복된다. 독일에서는 2025년 집단 강간으로 분류된 사건이 751건이었고, 용의자 1,087명 중 578명이 외국 국적이었다. 시리아인이 110명, 아프가니스탄인이 64명으로 가장 많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2025년 미성년자 강간 유죄 판결 147건 중 53.1%(78명)가 외국 국적이었으며, 시리아(18명)와 아프가니스탄(11명)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외국인 인구 비중(약 20%)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영국에서는 로더럼·로치데일 등 그루밍 갱 스캔들이 여전히 공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2026년 10월에는 아프가니스탄 국적 청년 3명이 브리스톨에서 17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사건 후 프랑스로 도주하려다 검거되었다. 머리가 쾰른 사건 등을 통해 지적한 ‘특정 문화권 출신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태도 차이’와 통합 실패가 만들어낸 치안 공백이 통계와 사건으로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소요와 교외(banlieue)의 연결
2026년 10월 프랑스 폭동은 파리 북부 노동자 교외의 고등학교에서 교사 부족과 시설 노후화를 이유로 시작된 시위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생활비·공공서비스 문제로 확대되며 전국적 시위로 번졌고, 일부 지역에서 약탈·방화·공공건물 공격으로 비화했다. 리모주 시청이 불타고, 파리·마르세유·리옹 등에서 상점 약탈이 발생했으며, 체포자가 2,400명에 달했다. 시위 자체는 다양한 배경의 시민이 참여했으나, 폭력의 상당 부분이 교외 출신 청년층과 기회주의적 약탈로 연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외는 머리가 지적한 평행사회와 통합 실패의 전형적인 공간이며, 경제적 불만이 이러한 공간의 기존 긴장을 폭발시키는 촉매가 된 것이다. 미국 부통령 밴스와 헝가리 지도자 등은 이민과 동화 실패를 직접 연결했으나, 프랑스 정부는 극좌와 범죄 집단을 주범으로 규정하며 이민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논쟁 자체가 머리가 말한 “현실을 말하지 않으려는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치적 반작용과 엘리트의 한계
이러한 현실 앞에서 극우 정당의 부상은 단순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주류 정치가 수십 년간 회피해온 문제의 정치적 귀결로 나타난다. 독일 AfD의 주 선거 승리, 프랑스 르펜의 대선 선두, EU 차원의 망명 절차 강화는 모두 같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평행사회와 노고존, 통계로 확인되는 범죄 패턴을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럽 의회가 무슬림 형제단의 ‘진입주의’에 대응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뒤늦은 움직임이 있으나, 머리가 지적한 죄책감과 자기 비난, 정치적 올바름이 만들어낸 논의의 봉쇄는 여전히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