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한파들이 주장하는 한국인들의 역사 인식, ‘한국인들은 역사를 모르며, 그들은 역사를 마음대로 날조한다.’라고 하는 주장은 혐한파가 존재하는 이유인 동시에 목표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피해자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라는 공격은 도둑이 제 발 저린 심리다.

한국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조선인 착취 역사를 일본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지만, 일본은 더 큰 범위의 역사를 한국이 모른다고 말한다고 보면 된다. 일제 35년과 일제가 만들어진 350년(임진란이 1592년이라고 간주할 때) 동안의 역사의 차이는 전혀 다르다.

한국에 대한 멸시의 태도와 일본 정치의 우경화는 혐한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동력이 되었지만, 정작 일본에 와 있는 과거 전쟁 피해국 사람들이 모두 일본을 좋아해서 간 것은 아니다. 일본과 일본인이 착각하게 만든 자기애적 방어 또는 나르시시즘적 심리는 위험한 집단 열등감이다.

일본이라는 추상이자 현실 속의 인간 집단은 옆에 한민족이 있어야, 존재의 기준이 마련되며 비로소 가치가 생기고 도약을 꿈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본의 독자적인 미래는 들어본 적이 없는 담론이며, 그로 인해 이들이 영원히 품고 꿈꾸는 한국에 대해 느끼는 ‘열등의식’이 바로 혐한 배경이자 태생적...

필자는 혐한파가 주장하는 한국에 대한 혐오는 재특회 헤이트 스피치의 ‘순한 맛’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비록 2020년대 들어 재특회의 공개 시위 횟수가 잦아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넷 우익’의 성향을 띠며 활발하게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2016년 인종 혐오·차별 시위를 막겠다며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했지만, 이 법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 ‘법을 위한 법’이 돼 버렸다는 지적도 많다.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은 일본인이 SNS에 ‘한국인은 멍청하다’라거나 ‘재일(동포) 김군을 체포하자’라는 혐한 글을 올려도 처벌...

일본에서 2010년 이후 출간된 이른바 ‘혐한 도서’의 내용과 구조가 19세기 후반 서적이나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론’과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일본의 혐한이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일본인들의 뇌리에 뿌리 깊이 박혀 여전히 한국을 적대시하고 차별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혐한(嫌韓)’은 그 역사적 기원이 상당히 오래라, 전쟁 책임 회피 수준이나 가해자의 방어 심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심리를 가장 궁금해야 하고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들은 한국인들인데, 어째서인지 한국은 혐한의 발전사 따위는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아 대응할 학자가 없다

현대일본의 혐한 기원인 일본의 조선 멸시론은 우리의 반일 감정보다 더 이전에 발생했고 그 뿌리도 훨씬 깊고 단단하게 박혀 있어 역사 서술에서 멀리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4~6세기경에 일본의 야마토 정권이 한반도 남부의 임나 지역에 통치기구 임나일본부를 세워 지배하였다는 학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면서 온갖 비문명적 착취와 경제적 수탈을 한 것도 우리에게는 엄청난 피해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식민지배라는 질기고 질긴 역사적 유증과 후유증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며 ‘망령의 사슬’이 된 것이 더욱 두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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