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서린 靈魂영혼 - 서예의 造形조형과 心象심상 – 13 – 추사체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 대련 작품들 – 大烹高會대팽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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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대련작품들은 대부분 빼어나다. 따라서 대표작의 선발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한점만 고르라면, 주저없이 <大烹高會대팽고회>를 뽑겠다. 이 작품은 추사 김정희 선생 (1786~1856)이 세상을 뜬 해인 1856년 (철종 7년)에 쓴 晩年作만년작이다. 추사의 마지막 絶筆作절필작으로 유명한 봉은사 <版殿> <판전> 과 같은 해 71세 때 쓴 작품이다.
추사 선생은 왕실의 일원으로 한평생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政爭정쟁에 휘말리면서 평탄치 못한 말년을 보냈고 두 번씩이나 유배를 당하였다. 됐다. 이 대련 작품은 명문가의 자녀로 태어난 그가 두번의 귀양살이까지 하며 波瀾萬丈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느낀 진솔한 인생관을 죽음을 앞두고 虛心坦懷 허심탄회하게 써서 남긴 작품이라 하겠다.
129.5×31.9cm 크기의 粉唐紙분당지 두 장 위에 隸書예서로 쓴 이 대련 작품의 본문 글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문인 吳宗潛오종잠의 <中秋家宴중추가연>이란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大烹豆腐瓜薑菜 대팽두부과강채
高會夫妻兒女孫 고회부처아녀손
가장 잘 차린 음식은 두부ㆍ오이ㆍ생강ㆍ나물이고,
가장 좋은 모임은 부부ㆍ아들딸ㆍ손자이네
세상의 모든 맛난 것, 희귀하다는 것, 좋다는 것을 맛보았지만 최고의 음식은 역시 두부나 오이, 나물과 같은 주위에서 흔히 쉽게 구할 수 있는 늘 먹는 평범한 것들이며, 세상의 온갖 화려한 모임에 참석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고 좋다는 곳을 다 돌아다녀 보았지만 역시 가장 좋았던 것은 아들과 딸, 손주 등 가족과 함께 할 때이다는 내용이다.
본문은 평범한 일상 속의 화목한 가정생활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박한 밥상 차림과 밥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和氣靄靄화기애애한 모임이 가장 평범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라는 옛 시인의 싯구를 추사가 빌려와 쓴 글이다.
본문에 이어 추사 선생이 여백에 남긴 脇書협서의 내용을 보자:
此爲村夫子第一樂上樂 차위촌부자제일락상락
이것이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라
雖腰間斗大黃金印 수요간두대황금인
비록 허리춤에 커다란 황금 도장을 차고
食前方丈侍妾數百 식전방장시첩수백
밥상 앞에서 수백 명의 여인들이 시중든다 한들
能享有此味者畿人 능향유차미자기인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爲古農書 위고종서
노농이란 호의 주인을 위하여 쓰다
추사는 본문 만으로는 다 전달할 수 없었던 일생의 소회를 본문 옆 여백의 자리에 작은 글씨로 또 적어 넣었다. “이 촌 동네 늙은이의 생각으로는 아무리 높은 권력을 쥐고 술상 앞에서 수많은 여인들과 노닥거린다 한들, 두부와 나물을 먹으며 아들과 딸, 손자손녀들과 같이 화목하게 지내는 것보다 좋을 게 있겠는가?”’
그래서 <대팽고회> 대련 속에서 우리는 추사 선생의 만년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꾸밈이 없는 自由自在 자유자재한 필법으로 압축적으로 담은 만년의 예술적 경지를 읽을 수 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보물 제1978호로 지정되었다.
생애 마지막 해인 1856년에 가족과 지내는 평범한 일상의 소박한 삶이 주는 행복이 최고의 경지임이 표현한 이 대련 작품의 본문은 추사 특유의 예서체로, 협서는 행서체로 쓰였다. 예서의 본문으로 전체 화면의 조형성을 꾀하고, 여백에 쓴 협서의 행서로써 전체적인 구도의 안정감과 氣韻生動기운생동하는 韻致운치를 더하였다.
추사는 글씨의 조형성을 가자 잘 드려낸 예술가이자 학문에도 빼어난 학자였으며, 예술과 학문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修道僧수도승처럼 치열한 삶을 산 사람이다. 그리하여 學藝一致학예일치의 전인적인 인격이 죽음을 앞두고 앞서 설명한 <不二禪蘭불이선란>과 더불어 인생을 達觀달관한 경지에 이르러 쓴 작품이다.
우리는 추사 선생이 遺訓유훈과도 같은 이 작품을 감상하였으니, 다 같이 세속적 명예보다는 가족과 더불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누는 소박한 행복이 인생의 참된 즐거움임을 깨닫고 살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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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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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삶을 돌아보면 이 작품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권력과 명예, 세상의 온갖 영화를 경험하고 유배라는 고난까지 겪은 사람이 마지막에 이르러 가장 귀한 가치로 꼽은 것이 평범한 밥상과 가족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인생의 결론은 의외로 소박한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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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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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의 아름다움도 뛰어나지만 그 안에 담긴 추사의 인생철학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젊은 날에는 세상의 높은 곳을 바라보지만 삶의 끝자락에서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것이겠지요. 예술이 삶의 깊이와 만난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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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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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팽고회라는 네 글귀가 이렇게 큰 울림을 주는 줄 새삼 깨닫습니다. 좋은 음식과 좋은 모임의 기준은 가격이나 규모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있다는 뜻이겠지요. 1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어도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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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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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가 두 차례의 유배와 파란만장한 정치적 굴곡을 겪지 않았다면 이처럼 담담하고 깊은 인생의 통찰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고난이 반드시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추사는 고난을 예술과 철학으로 승화시킨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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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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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부귀영화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것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추사는 짧은 글귀로 정리했습니다. 특히 허리춤의 황금 인장과 수백 명의 시첩을 대비한 협서가 인상적입니다. 겉으로 화려한 삶과 내면이 충만한 삶은 전혀 다르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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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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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욕망은 끝이 없지만, 정작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소박한 밥상과 가족의 웃음일 수 있습니다. 추사의 마지막 가르침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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