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은 지역의 생명력을 조금 더 연장하는 현실적 완충 장치이면서, 동시에 사회 통합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2025년 11월 기준 국내 외국인주민은 266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1%에 달했고, 이주배경인구는 281만 명(5.4%)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들의 증가가 총인구 감소를 상쇄하는 구조가 이미 자리 잡았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경북 8.0%, 강원 7.9%, 전남 7.8% 등 지방 농산어촌과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서 외국인주민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수도권 거주 비중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과 소멸위험지역이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60%를 넘는 상황에서, 농·어업, 제조업 하청, 요양·돌봄, 조선·건설 현장의 인력 공백을 메우는 데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의 기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문화가구도 2025년 기준 45만 가구를 넘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출생 비중이 5%를 웃도는 흐름은 지방의 빈집과 빈 교실을 조금 더 채우는 역할을 한다.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갈수록 ‘생각보다 다문화가정이 많다’는 놀라움이 일상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 국제결혼이 농촌 총각의 결혼 공백을 메우는 예외적 현상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읍·면 단위 학교와 시장, 공장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목격되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자녀들이 자라 지역 학교와 일자리를 채우는 2세대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다문화가정은 단순한 노동력 보충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인구 구조를 지탱하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인의 시선도 과거와 분명 달라졌다.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서 성인 점수는 53.38점으로 2021년(52.27점) 대비 상승하며 9년 만의 반등을 기록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이주민과의 접촉이 잦을수록 수용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고, 일상에서 외국인을 자주 접한다는 응답도 이전보다 늘어났다. 성인 응답자의 상당수는 이주민 증가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으며,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질수록 다문화 사회에 대한 실용적 수용 태도가 강화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특히 지방에서는 수도권보다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인식 개선이 더 실감 나게 나타나고 있다. 농협이나 마을 단위에서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이 일상화되고, 자녀들이 지역 학교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동네 사람’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과거 다문화가정을 일시적·예외적 존재로 바라보던 시선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문화가정을 중하층, 고졸 수준으로 연상하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고,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는 결혼이민자·귀화자의 약 13%가 지난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자녀의 차별 경험 비율도 일부 조사에서 이전보다 상승한 사례가 있으며, 직장·동네·학교에서 겪는 언어·피부색·출신 관련 시선은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대다수다. 동시에 산후조리원 우선 이용, 어린이집 입소 순위 등에서 ‘다문화 우대’가 내국인 역차별로 비친다는 불만이 최근 커지면서 사회적 긴장도 높아졌다. 인식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접촉이 늘수록 구체적 불공정이나 문화적 마찰이 부각되는 양면성이 드러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고등교육 취학률이 크게 상승하고 가구 소득 수준도 개선됐음에도, 차별 경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식 개선과 제도적 지원이 아직 충분히 맞물리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다문화정책을 공정성과 실용성 중심으로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 대통령은 서울시 등 지방정부의 다문화가족 우대 제도(산후조리원 예약 우선순위 등)를 문제 삼으며,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을 넘어 우대까지 할 필요성이 큰지, 우대제도 폐지가 필요한지”를 지방정부와 협의하고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가정이 내국인 가정에 비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고 당연히 계속돼야 한다”면서도, “일부 정책의 과잉을 시정하는 것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반적 차별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조치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 검토를 공식화하며, 혜택이 더욱 절실한 산모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국민 우선’과 ‘공정성’을 앞세우면서도 차별 방지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기조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이 나흘에 걸쳐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다문화 지원 정책 자체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잉·불공정 요소를 걸러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영향은 양면적이다. 긍정적으로는 과도한 우선순위나 일률적 우대가 내국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것을 줄여 사회적 마찰을 완화할 수 있다. 지방 현장에서 다문화가정이 인구 소멸을 늦추는 실질적 역할을 하는 만큼, 무조건적 특혜보다는 언어·직업 교육, 자녀 교육 지원, 지역 고용 연계 등 정착에 필요한 맞춤 지원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 정책 메시지가 잘못 해석되면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자체를 축소하거나 혐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오인될 위험이 있다. 실제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관련 단체에서는 ‘일반 복지 지원을 넘어서는 특혜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논란이 일상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다문화가정이 이미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책 변화가 정착을 돕는 실질적 지원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효율성과 실용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개선되려면, 감성적 포용이나 기계적 우대가 아니라 ‘필요한 지원은 유지하되 불공정은 시정한다’는 원칙이 현장 집행까지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지방 인구 소멸 시대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데 다문화가정이 기여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편견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높이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은 이미 한국 사회의 일부가 됐다. 정책이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효율과 공정에 기반한 통합으로 나아갈 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사회 통합의 가능성도 조금 더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인식의 개선과 제도의 실용성이 함께 맞물릴 때, 다문화가정은 단순한 노동력 공급원을 넘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