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하순, 국민연금 제도의 빈틈을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확산됐다. 핵심은 간단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추납 제도 자체였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 120개월(10년)을 채워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원래 경력 단절 여성이나 저소득 계층을 위해 마련된 추납이,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는 ‘한 달 일하고 119개월 치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방문취업(H-2) 비자로 들어온 중국 국적자가 한 달만 가입한 뒤 60세에 119개월 치를 일시납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사례, 영주권을 가진 중국 국적자가 9개월만 내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외국인 추납 신청은 2015년 43건에서 2024년 848건으로 약 20배 늘었고, 중국 국적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야당에서는 ‘한국인은 10년 부어야 받는데 중국인은 한 달이면 되느냐?’며 자격 요건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논란의 핵심은 ‘중국인이라서 안 된다.’가 아니라, 한 달만 일하고 119개월을 한꺼번에 메워 평생 연금을 타고, 해외에 있는 가족까지 부양가족연금으로 얹는 구조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실거주 기간 등을 따져 자격 요건을 긴급히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지 국민 시각에서 봐야 한다.”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얼마나, 얼마나 오래 기여했느냐”고 한 말도 국적 차별이 아니라 기여·체류의 실질을 기준으로 잡자는 취지다. 따라서 해법은 국적 칸막이가 아니라, 체류 기간·실 납부 기간·부양 실체를 숫자로 고정하는 쪽에 있다.
현행 제도의 구멍은 명확하다. 노령연금은 가입 기간 120개월이 필요하고, 추납은 최대 119개월까지 가능하다. 외국인 등록이 되어 있던 과거 기간이면 1개월만 실제 납부해도 나머지를 일시납 해 10년을 채울 수 있다. 부양가족연금은 배우자 연 30만6630원, 19세 미만 자녀·고령 부모 1인당 연 20만4360원이며 인원 상한이 없다. 해외에 사는 가족을 올리는 데 실거주·입국 이력을 엄격히 보지 않으면 ‘중국에 있는 노인을 우리가 부양한다.’라는 비판이 반복된다. 여기에 국민연금법 제126조가 외국인의 임의가입을 막으면서도, 무소득 배우자 적용제외 기간을 추납하는 실무가 공존하는 법리 충돌까지 겹쳐 있다.
체류 기간을 넣을 때는 ‘입국일부터 출국일까지’가 아니라 ‘실 체류 + 실 납부’로 산정해야 한다. 출입국 기록상 국내 체류일수, 외국인 등록·거소신고 유지 기간, 실제 보험료 납부 월수를 각각 집계한 뒤, 세 지표 중 가장 짧은 쪽을 인정 기간으로 쓰는 방식이 조작을 줄인다. 예를 들어 비자 기간은 8년이어도 실제 한국에 머문 날이 14개월이고 보험료를 낸 달이 1개월이면, 인정되는 기여기간은 1개월이다. 관광·단기방문·단순 체류자격만 있는 달은 빼고, 취업·재외동포·영주·결혼이민처럼 사회보험 가입이 가능한 체류자격의 월만 센다. 출국 후 재입국이 반복되면 합산하되, 1년 중 183일 이상 국내에 있지 않은 해는 ‘비거주 연도’로 분류해 그해 추납 대상에서 제외하는 편이 기초연금 논의에서 나온 국내 거주 요건과도 맞는다.
실무적으로는 비율 상한이 핵심이다. 김성주 이사장 제안처럼 실제 납부 월수의 일정 배수만 추납을 허용하면 ‘1개월 납부 + 119개월 추납’은 사라진다. 가령 실제 납부 1개월당 추납 3개월(또는 최대 12개월)만 인정하면, 한 달 일한 사람은 최대 4개월까지만 기간을 늘릴 수 있다. 10년 수급자격을 얻으려면 최소한 수년의 실 체류·실 납부가 필요해진다. 더 강한 안은 추납 신청 시점에 연속 또는 누적 실 체류 36개월(3년) 또는 60개월(5년)을 요구하는 것이다. 3년은 지방선거 영주 외국인 참정권 대기기간과 비슷하고, 5년은 정부가 기초연금에서 검토한 ‘19세 이후 국내 5년 거주’ 선과 맞춘다. 재외동포(F-4)·방문취업(H-2)처럼 장기 순환 취업이 많은 집단은 연속 체류 대신 10년 내 누적 체류 5년 + 실 납부 24개월 이상처럼 누적 기준을 열어 두면, 국적 차별 시비는 피하면서도 한 달짜리 설계는 막을 수 있다.
부양가족연금은 본인 추납과 따로 손봐야 한다. 수급자 본인이 해외에 살면서 해외 가족을 올리는 구조가 분노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보완 안은 세 층이 필요하다. 첫째, 부양가족은 국내 실거주 또는 최근 12개월 중 183일 이상 국내 체류를 원칙으로 한다. 둘째, 부모가 주민등록(또는 외국인 등록)상 세대를 같이하는 경우에만 인정하는 현행 내국인 기준을 외국인 수급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셋째, 해외 거주 가족은 송금·부양 증빙이 있어도 가산액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하더라도 본인이 국내 거주 중일 때만 허용한다. 인원 무제한도 배우자 1명 + 자녀·부모 합산 2명처럼 상한을 두는 편이 재정과 여론 모두에 낫다.
수정·보완해야 할 사항은 산식보다 많다. 법령부터 보면, 외국인 임의가입 금지(제126조)와 적용제외 기간 추납 실무의 충돌을 정리해야 한다. 추납 대상 기간을 ‘국내 취업·거주 중 소득이 있었거나 납부 예외로 인정된 기간’으로 좁히고, 단순 외국인 등록만 있던 공백기는 빼야 한다. 시행령에는 체류자격별 인정 여부를 명시해 E-8 계절 근로처럼 단기·순환 자격은 추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안전하다. 행정적으로는 법무부 출입국 전산과 국민연금 가입 이력을 월 단위로 대조하는 시스템이 필수다. 외국 공문서(가족관계, 부양 증명)는 아포스티유·영사확인만으로 끝내지 말고, 입국 기록·국내 주소와 교차 검증해야 허위 부양이 줄어든다. 기존 수급자는 신뢰 보호 원칙상 일괄 환수가 어렵다면, 신규 추납·신규 부양가족 가산부터 즉시 적용하고 기존 가산은 재심사 후 국내 거주 요건 미충족 시 장래 분부터 정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동포 차별 논란을 피하려면 조문에서 ‘중국인’이나 ‘특정 국적’을 빼야 한다. 기준은 국적이 아니라 실 체류일수, 실 납부 월수, 국내 세대 구성, 사회보험 가입 가능 체류자격이다. 중국 교포가 다수인 것은 국내 체류 외국인 구성 때문이지, 특혜 조항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국적만으로 막으면 장기 취업·납부한 동포까지 한꺼번에 배제되어 재외동포 정책과 충돌한다. 상호주의도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이 상대국에서 같은 방식으로 한 달 일하고 10년 치를 메울 수 있는지, 해외 가족 가산을 받는지 대조해 협정 개정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 영향과 경과규정 없이 숫자만 넣으면 또 구멍이 난다. 추납 한도를 실 납부 연동으로 바꾸면 예상 수급 개시 인원과 부양가족 가산액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공단이 시나리오를 공개해야 한다. 청년 추납 기회 확대, 경력단절 배우자 보호라는 본래 목적은 내국인·장기체류 이주민에게 남겨 두되, ‘가입 이력 1개월을 발판 삼은 재테크’만 걷어내는 이원 설계가 맞다. 마지막으로 수급 중 실거주 점검이 필요하다. 연 1회 출입국 대조로 국내 미거주가 확인되면 부양가족 가산을 멈추고, 본인 노령연금은 기여분인 만큼 유지하되 부정 등록이 확인된 가산액만 환수하는 식으로 선을 그어야 한다.
체류 기간 산정은 출입국 실 체류일 × 사회보험 가능 체류자격 × 실 납부 월의 교집합으로 하고, 추납은 그 실 납부의 배수로만 허용하며, 부양가족연금은 국내 동거·실거주를 요건으로 붙이는 것이 논란을 줄이는 가장 정합적인 해법이다. 국적으로 자르면 동포 차별이 되고, 체류 기간만 느슨하게 넣으면 한 달짜리 설계가 다시 살아난다. 지금 손질해야 할 것은 감정의 대상이 아니라, 1개월이 119개월로 바뀌는 산식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