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정치적 대립은 이미 단순한 위기를 넘어 유라시아 남서부의 만성적 불안정 요인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타격으로 시작된 충돌은 최고지도자 사망을 포함한 대규모 타격을 동반했고, 4월 파키스탄 중재 하의 휴전과 6월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반복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7월 들어 미국 측이 휴전 상태를 ‘끝났다’고 선언하고 타격을 재개하면서, 사실상 전면전과 제한적 교전이 교차하는 장기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란이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정식 회원국이라는 사실은 이 사태를 중동 지역 문제에 국한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크라이나를 매개로 한 러시아-서방 갈등이 대리전적 성격을 띠는 것과 달리, 이란과 워싱턴의 대립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이는 두 기구가 분열이 심화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실제로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BRICS와 SCO의 출범 배경을 구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SCO는 2001년 상하이에서 출범했다. 당초 목적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국경 안정, 반테러·반분리주의 협력, 그리고 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 내륙의 안보 공백을 메우는 것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핵심 축을 이루면서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주권과 안정을 동시에 보장하려는 실용적 성격이 강했다. BRICS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본격화됐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가 중심이 되어, 기존 국제금융기구와 거버넌스 구조에서 비서구 국가들의 발언권을 확대하려는 경제·금융 협력 틀로 출발했다. 두 기구 모두 2000년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침공 이후 단극 질서가 약속했던 안정과 공정한 리더십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등장했다. 많은 국가들이 미국 중심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던 시기였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두 기구가 처음부터 서방 주도 체제에 대한 직접적·전면적 대안을 구축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회원국들의 대서방 태도는 매우 다양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경쟁 의식이 강했지만,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은 미국·유럽과의 경제적·기술적 관계를 동시에 중시했다. 서방 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면서도, 서방에 대해 극단적으로 다른 입장을 가진 국가들이 동일한 협력 틀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중국·러시아와 동시에 미국·서유럽과도 생산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다수의 국가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현실적 고려가 작동했다. 그 결과 두 기구는 합의에 기반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공개 성명에서 서방을 국제 안정의 근본적 위협으로 규정하거나 대안적 거버넌스 기구 건설의 시급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존재 자체로 냉전 이후 질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도, 실제 운영에서는 대립보다 조율을 우선시하는 모순적 모습이 반복됐다. 회원국들이 미국과 유럽의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했다면 서방이 배제된 틀을 굳이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다만 이 모순은 곧 두 기구의 본질적 한계이기도 하다.
이란의 정식 가입은 이 구조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란은 2023년 SCO 정식 회원, 2024년 BRICS 정식 회원으로 편입됐다. 테헤란으로서는 외교적 고립 탈피와 다자 무대에서의 존재감 확보라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과 직접적·장기적 대립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두 기구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집단적 대응 능력을 시험받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6년 사태는 바로 그 시험을 본격화시켰다.
현재의 대응 양상은 합의 정치의 한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러시아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을 명백히 규탄하고,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주권 존중과 즉각 휴전,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에너지 수입과 걸프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한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워 균형 잡힌 태도를 고수했다. 대화와 외교, 조기 종식을 강조하면서도 특정 측에 대한 직접 규탄을 피했다. UAE와 이집트 등 일부 신규 회원국은 이란과의 긴장 관계나 자국 안보 이해 때문에 더욱 복잡한 입장에 놓여 있다. SCO는 무력 사용 불가, 이란의 주권·영토 보전, UN 헌장 준수를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이전 선언을 인용해 군사 타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선언 수준에 머물렀고, 실질적 중재나 공동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BRICS 역시 공동의 강경한 입장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4월 휴전과 6월 MOU를 환영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실제 조율된 정치적·외교적 행동을 취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갈등은 두 기구가 무시할 수 없는 실질적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첫째는 에너지 안보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이 이전의 상대적 안정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성을 크게 잃었다. 세계 에너지 물류의 핵심 통로가 상시적 긴장 상태에 놓이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인도에게 미치는 영향은 러시아나 미국 같은 자원 보유국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구조적이다. 둘째는 운송·물류다. 이란은 러시아와 중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남북운송회랑(INSTC)의 핵심 위치에 있다. 지속적 불안정은 투자와 장기 인프라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개발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압력을 가중시킨다. 셋째는 미국의 지역 동맹 체제와 관련된 문제다. 워싱턴이 이란과의 대립을 심화할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전략적 압력은 커지지만, 부유한 걸프 군주국들은 이스라엘처럼 고도로 군사화된 사회로 변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들의 전략적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고, 미국과의 안보 협력과 중국·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커진다.
이러한 현실은 BRICS와 SCO에게 도전인 동시에 기회다. 국제 정세가 변화하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더 이상 안정과 발전의 일방적 공급자로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들을 지정학적 혼란의 한 원천으로 보기 시작했고, 미국-이란 장기 대립은 미국의 외교적 집중력과 동시 다발적 위기 관리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기구가 이를 이념적 대립이나 제도적 과잉 개입의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내부 분열을 키울 수 있다. 회원국들 사이에 통일된 외교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유연성이라는 강점을 훼손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완전한 정치적 동맹 없이도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두 기구의 실질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기존 국제체제의 일관성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 모델의 유용성은 커질 수 있다. 서구 중심 질서의 상대적 쇠퇴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BRICS와 SCO가 그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존재하지 않는 통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들의 실질적 이익—에너지 안보 협력, 운송 회랑 안정화, 금융·결제 시스템 다변화, 기술·산업 협력 등—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서방 동맹을 모방하려는 시도는 내부의 이질성을 감당할 수 없다. 인도와 UAE, 이집트 등 다수의 회원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는 현실, 그리고 중국과 인도 사이의 전략적 경쟁, 이란과 일부 걸프 국가 사이의 긴장 등은 두 기구가 ‘반서방 블록’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다.
결국 두 기구의 전망은 ‘대안 질서의 건설자’라는 거창한 수사보다, 파편화된 국제 환경에서 회원국들이 헤징(hedging)하고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실용적 틀로 기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란 사태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동시에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합의에 기반한 유연성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회원국의 안보가 직접 위협받을 때 정치적 선언 이상의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신뢰는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서구 패권의 상대적 약화가 열어 놓은 전략적 공간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그 공간 안에서 실질적 협력의 성과를 쌓아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과제다. 이념적 대결이 아니라 구체적 이익의 교집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BRICS와 SCO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한 축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