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을 지난 뒤에도 성장이 이어질 산업을 찾는 시선이, 2026년 하반기 들어 항공우주로 모이고 있다. 반도체가 AI 연산의 수요를 끌어올렸다면, 항공우주는 그 연산이 돌아가기 위한 안보·통신·관측 인프라와 국가 주권 기술을 동시에 공급하는 쪽에 가깝다. 전쟁이 끝나도 국방비는 쉽게 줄지 않고, 저궤도 위성은 통신·정찰·AI 데이터센터 후보로 재해석되며, 한국은 우주항공청 예산이 1조 원대를 넘어 2027년 1조 6천억 원대로 뛰는 구간에 들어섰다. 2026년 하반기와 2027년 상반기는 이 기대가 ‘테마’에서 ‘실적과 수주’로 넘어가는 검증 구간이다.
산업의 바닥은 두 갈래다. 하나는 이미 숫자가 나온 방산 수출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 2분기에 연결 매출 9조 2,929억 원, 영업이익 1조 3,655억 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고, 육상 방산 수주잔고는 38조 3천억 원, 그중 약 75%가 수출 물량이었다. S&P는 2026년 매출을 29조 9천억 원, 2027년 33조 7천억 원으로 보고, 조정 EBITDA를 4조 9천억~5조 5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폴란드 K9·천무에 이어 레드백, 중동 방공, 미국 현지화 투자가 겹치면서 ‘자주포 수출주’에서 ‘K-방산 패키지’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다른 갈래는 아직 예산과 일정으로만 보이는 우주다. 우주항공청 2026년 예산은 1조 1,201억 원으로 확정됐고, 2027년 예산안은 1조 6,491억 원으로 47.2% 증액됐다. 발사체 쪽 ‘우주 고속도로’ 예산만 2,632억 원에서 5,629억 원으로 113.8% 늘었다. 누리호 후속 발사와 차세대 발사체, 달 탐사, 초소형 SAR 군집위성이 같은 예산 안에 들어 있다.
2026년 하반기의 핵심 이벤트는 누리호 5차 발사다. 10월 초 고흥에서 초소형 군집위성 2~6호를 고도 570km, 오차 15km 이내에 순차 분리하는 임무다. 4차 때 오차 35km보다 정밀도가 높아졌고, 35~40초 간격의 다중 분리까지 포함된다. 성공하면 ‘일회성 국책 발사’가 아니라 연 1회 이상 정례 발사로 가는 증거가 되고, 실패하면 테마성 우주주는 곧바로 할인된다. 같은 분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순천 스페이스허브 로켓 제조센터로 양산 체제를 깔고, KARI로부터 받은 누리호 전주기 기술이전을 민간 체계종합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차세대 발사체 체계종합 약 9,505억 원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방산 쪽에서는 4분기 K9·천무 인도 집중이 이익의 바닥을 받친다. 시장이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어디로 옮길지 고민하는 구간에서, 하반기는 ‘발사 성공 + 수출 인도’가 동시에 나와야 리레이팅이 유지된다.
2027년 상반기는 예산 집행과 양산 인도가 겹친다. 2027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누리호 7·8차 준비에 750억 원이 새로 붙고, 차세대 발사체에는 2,916억 원이 반영된다. 1단 재사용과 대형 수송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은 2030년 성능 실증, 2035년 재사용 착륙을 로드맵으로 둔다. 항공 쪽에서는 KF-21 초도 인도(8대 규모로 거론)와 폴란드·말레이시아 FA-50 인도가 KAI 매출을 2026년 5조 원대에서 2027년 6조 원대로 끌어올리는 구간으로 제시된다. 위성에서는 다부처 초소형 SAR 40기, 총 1조 4,223억 원 사업의 사업자 선정이 2026년 안에 예정돼 있어, 2027년 상반기는 낙찰 이후 설계·초도 생산이 주가에 반영되는 시기다. 해외에서는 SpaceX 상장 기대가 저궤도 통신·발사 서비스 멀티플을 끌어올리고, 그 낙수효과가 국내 엔진·위성·안테나주로 번지는 구조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런 이유로 SpaceX와 국내 발사체·위성 기업을 한 바스켓으로 묶는 접근을 제시했다.
기대주를 나누면 역할이 분명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섹터의 기준점이다. 국내 유일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 제작사이자 누리호 75톤급 엔진 총괄이고, 동시에 K9·천무·레드백·L-SAM의 수출 창구다. 2026년 10월 초 주가는 107만 원 안팎, 시가총액은 약 55조 원이다. 증권가 목표가는 150만 원(IBK, 매수 개시)에서 평균 160만 원대까지 퍼져 있고, 단순 공정가치 모델은 30%대 할인 여지를 말한다. 특징은 방산 현금흐름이 우주 투자를 떠받친다는 점이다. 2026~2027년 설비투자가 3조 5천억~3조 7천억 원으로 늘어 부채는 커지지만, 수출 마진이 EBITDA를 지켜 신용등급(S&P A-)이 버틴다. 약점은 미국 현지화 집행 리스크와, KAI 지분 15.89%를 둘러싼 정치적 잡음이다. 공정위는 현재 지분율로는 실질 지배력이 없다고 봤지만, 국감에서 지역 민원과 경영권 논란이 반복되면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된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체계종합과 완제기의 교집합이다. 누리호 총조립, 아리랑·425 정찰위성·차세대 중형위성 이력을 갖고, FA-50·KF-21·LAH로 항공 실적을 만든다. 2026년 10월 초 주가는 13만 원 안팎이다. 2025년은 FA-50PL 진행률 지연과 LAH 이월로 부진했지만, 2026년부터 KF-21 초도 인도와 수출 훈련기 인도가 겹친다는 점이 모멘텀이다. 한화가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엔진·레이다·유도무기와 전투기·헬기·무인기를 묶는 패키지 수출 가능성이 열렸으나, 지분 갈등이 ‘지역 먹거리 민원’으로 소비되면 수주 신뢰가 깎인다. 위성에서는 LIG와 컨소시엄을 이뤄 초소형 SAR 40기 사업을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연합과 양강으로 다툰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탑재체·통신·제주우주센터 쪽이다. 모회사의 발사체와 역할이 겹치지 않아, 저궤도 통신과 관측 데이터가 커질수록 별도 멀티플을 받을 여지가 있다. LIG넥스원(방산·항공 계열)은 천궁-II와 한국형 위성항법(KPS) 체계종합으로, 유도무기 수출과 위성항법이 한 회사에 모인다. 중동 대형 수출이 2026~2027년 실적의 변수다. 현대로템은 전차 수출이 본업이지만, 국내에서 메탄 엔진과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추진하는 거의 유일한 상장사로 분류된다. 차세대 발사체가 케로신에서 메탄·재사용으로 방향을 튼 만큼, 2027년 이후 기술 실증 뉴스에 민감하다.
중소형에서는 쎄트렉아이가 순도가 가장 높다. 중·소형 지구관측 위성 전문이고, 한화 계열로 묶여 대형 수주의 하청이 아니라 체계 일부로 들어간다. 매출 규모는 작아 수주 한 건의 변동성이 크고, 발사 일정에 실적이 연동된다. 인텔리안테크는 위성통신 안테나, AP위성은 본체·저궤도 통신 장비로, SpaceX·원웹형 수요가 국내로 번질 때의 레버리지가 있다. 이들은 예산 확정보다 수주 공시와 발사 성공에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인다.
2026년 하반기~2027년 상반기 시나리오는 세 층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기본 경로는 누리호 5차 성공, 방산 수출 인도 유지, 2027년 우주 예산 통과다. 이 경우 대형주는 실적 성장률(한화에어로 매출 10% 초중반, KAI는 완제기 인도 회복)만큼의 완만한 리레이팅이 가능하고, 중소형 위성주는 사업자 선정 전후에 변동성이 커진다. 낙관 경로는 SpaceX 상장 일정 가시화와 중동·동유럽 추가 패키지 수주다. 방산 5사 합산 수주잔고가 2026년 120조 원대로 제시된 만큼, 신규 수주가 붙으면 우주 적자 구간을 시장이 무시할 수 있다. 비관 경로는 발사 실패, KAI 지분 정쟁 장기화, 미국 현지 투자 지연이다. 우주 매출 비중은 아직 방산·엔진에 비해 작아서, 실패가 나와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익 체력은 남지만 섹터 멀티플은 한꺼번에 빠진다.
반도체 이후의 ‘차기 주도주’라는 표현은 절반만 맞다. 항공우주는 HBM처럼 한 분기 만에 수요가 폭발하는 산업이 아니다. 수주잔고가 3~5년 매출을 미리 잠가 두고, 예산은 국회와 발사 창(window)에 묶인다. 그래서 2026년 하반기는 이벤트(5차 발사, 4분기 인도)가 주가를 흔들고, 2027년 상반기는 그 이벤트가 매출로 찍히는지가 주가를 가른다. 포트폴리오에서는 방산 현금흐름이 확인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에 두고, KF-21·위성 체계의 KAI, 위성·항법의 한화시스템·LIG, 순수 우주 베팅의 쎄트렉아이를 위성 비중으로 나누는 구조가 섹터 정의에 가깝다. 발사 성공만으로 사는 종목과, 수출 잔고가 이미 찍힌 종목은 같은 항공우주라도 다른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