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한국 주식시장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배경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5월 이후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특히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왜곡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뒤늦게 보완책을 내놓고 시행했으며, 그 영향과 하반기 전망을 정리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변동성 폭증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단일종목 비중 제한 등으로 사실상 금지돼 왔다. 2026년 초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주도한 논의 과정에서 이 상품 도입이 본격 검토됐다. 표면적 명분은 홍콩 등 해외 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서학개미를 국내로 유인해 원·달러 환율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홍콩 등지에서 거래되던 관련 상품 규모가 일부 축소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금융당국은 평가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달랐다. 상장 직후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면서 관련 ETF 순 자산이 단기간에 10조 원대를 넘어섰고, 거래대금이 전체 ETF 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계적으로 매수·매도하는 리밸런싱을 매일 수행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두 종목에 이 매매가 집중되면서, 주가 상승 시에는 상승폭을, 하락 시에는 낙폭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그 결과 상장 후 한 달여 만에 사이드카가 10회 이상, 서킷브레이커가 여러 차례 발동됐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90선을 넘나드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일 등락률 5% 이상인 날이 빈번해지면서 시장은 ‘카지노’ 또는 ‘오징어 게임’에 비유될 정도로 투기적 성격이 강화됐다. 특히 음의 복리효과로 인해 기초자산이 일정 기간 상승했음에도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는 사례가 속출했다. 일부 분석에서는 한 달여 사이 개인투자자 손실 규모가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장조차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라고 공개 후회할 정도로 부작용이 컸다.
정부의 보완책과 시행 과정
변동성 논란이 정치권과 여론으로 확산되면서 금융당국은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보완책에 나섰다. 7월 16일 1차 대책으로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 잠정 중단, 광고·이벤트 금지, 기본예탁금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으로 상향(현금만 인정), 사전 교육 시간 확대 및 평가 강화 등이 발표됐다. 당초 8월 중순 이후 시행 예정이었던 예탁금 상향은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7월 31일로 앞당겨 시행됐다.
이어 7월 말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추가 조치가 발표됐다. 개인투자자가 해당 상품에 배분할 수 있는 한도를 총 금융투자상품 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규제, 선물시장과 유사한 과다 호가 부담금 도입으로 단기 투기 거래 비용 증가, 모의거래 의무화, 긴급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배율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마련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제도를 참고한 이 조치는 시장이 급변할 때 2배 배율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리밸런싱 시점을 장 마감 직전에 집중하지 말고 분산하라는 권고도 함께 이뤄졌다.
보완책 이후 시장 변화
규제 시행 직후 효과는 비교적 빠르게 나타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대금이 규제 직전 하루 10조~15조 원대에서 3조 원대로, 이후에는 1조 원 이하로 급감했다. 회전율도 크게 낮아졌고,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0%대에서 5% 미만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8월 초 일부 구간에서는 장중 변동폭이 7월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는 등 진정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완전한 정상화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규제가 개인투자자에 집중되면서 외국인·기관의 매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뤄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 자체는 여전히 하루 10% 안팎의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또한, 단일종목 상품에서 빠져나온 자금 일부가 예탁금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형 레버리지 ETF나 미국 SOXL 등 해외 3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리밸런싱 물량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고, 지수형 상품 비중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새로운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개인만 묶는 반쪽 규제로는 시장 왜곡의 근본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시장에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 사안은 이재명 정부 경제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품 도입을 주도한 김용범 실장에 대한 경질론과 고발 움직임까지 이어지면서,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남겼다.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 전망
하반기 국내 증시는 반도체 펀더멘털의 견고함과 수급·제도 불확실성이 맞물리는 국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HBM 수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은 여전히 폭발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8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만 회복돼도 코스피가 1만 선 이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낙관론이 상반기에 제시된 바 있다. 최근 급락으로 선행 PER이 크게 낮아진 점도 중장기적으로는 매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몇 가지 제약 요인이 남아 있다. 첫째, 시가총액 집중 구조 자체가 쉽게 바뀌지 않는 한 반도체 두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는 취약성이 지속된다. 둘째, 레버리지 규제 이후에도 잔존하는 투기적 수요와 외국인 매매, 국민연금 리밸런싱, 환율 변수 등이 수급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AI 투자 모멘텀이 둔화되거나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부각될 경우, 고점 대비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 폭도 제한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하반기 시장은 상반기처럼 반도체에만 올인하는 구조보다는, 전력기기·2차전지(ESS)·로봇·일부 소부장 등 AI 인프라 관련 업종으로의 확산 여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규제 효과가 안정화되면서 변동성이 점차 정상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선별적 매수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추가 규제 강화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투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하면, 2026년 상반기 한국 증시는 레버리지 ETF라는 고배율 실험이 시장 구조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의 보완책은 단기적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냈으나, 근본적인 시가총액 집중과 개인 중심의 레버리지 선호 문화를 바꾸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유지되는 가운데 변동성 관리와 업종 다변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상승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