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기호는 2021년 문예지 《악스트》에 보고서 형식의 단편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도래할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발표
문화평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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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가 제기한 예술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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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23
대한민국예술원은 1954년 이승만 정부의 반공 체제 공고화와 문화예술 통제라는 정치적 배경 아래 설립되었고, 친일 행적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해방 후 친일 청산이 미진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예술원은 종신직 회원들이 폐쇄적인 선발 방식으로 기득권을 형성하며 월 200만 원의 수당을 받는 등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젊은 예술가 지원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소설가 이기호는 2021년부터 소설 형식을 빌려 예술원의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시대에 맞는 공공성, 투명성, 세대 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은 1954년 개원 이래 원로 예술인을 국가적으로 예우하는 상징적 기관으로 기능해 왔으나, 설립 당시의 정치적·이념적 배경, 친일 잔재의 미청산, 폐쇄적 선발·운영 구조가 오늘날까지 비판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소설가 이기호가 2021년과 2026년에 걸쳐 제도 개선을 재차 문제 삼으면서 이 논의는 다시 공론장으로 떠올랐다.
설립 배경과 정치적 연관성
예술원은 1952년 8월 7일 공포된 《문화보호법》에 근거해 설치되었고, 1954년 7월 17일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강당에서 학술원과 함께 개원식을 가졌다.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기였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반공 국가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문화·예술 분야를 제도적으로 포섭할 필요가 있었다. 《문화보호법》은 표면적으로 ‘학문과 예술의 자유 보장, 과학자와 예술가의 지위 향상, 민족문화의 창조와 발전’을 내세웠으나, 실질적으로는 문예 조직의 관리·통제와 물질적 보상을 통한 정치적 동원의 근거가 되었다.
개원 당시 회원은 크게 세 범주로 나뉘었다. 문화인 대표 443명이 선출한 일반회원 25명, 회원 추천 회원, 대통령 임명 회원 등이 그것이다. 초대 회장은 화가 고희동(춘곡)이 맡았다. 고희동은 한국인 최초로 도쿄 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선구자로, 서화협회를 이끌며 근대 미술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창립에 관여한 주요 인물로는 시인 오상순·유치환, 소설가 염상섭·김동리, 연극 연출가 이해랑, 작곡가 현제명, 화가 김환기 등이 꼽힌다. 개원 선언문은 ‘위대한 국가의 초석은 위대한 예술의 창조에 있다’라는 문구로 예술을 통한 민족적 재건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문단 내부의 파벌 투쟁과 맞물렸다. 연구에 따르면 예술원 회원 선거는 《조선청년문학가협회》(김동리·서정주·조연현 등)가 《한국자유문학자협회》 계열을 제치고 우위를 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공 문예 조직이 국가 체제와 밀착하면서 ‘반공으로 친일을 덮는’ 논리가 작동한 측면이 지적된다. 예술원 회원 자격은 예술적 공로를 넘어, 체제 순응적 원로를 물질적으로 보상하는 장치로 기능했다는 평가가 있다. 1988년 《대한민국예술원법》이 제정되면서 현행 틀이 마련되었고, 회원 정원은 점차 확대되어 현재 100명(현원 약 82명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다.
친일 잔재의 흔적
예술원의 친일 문제는 학술원만큼 체계적으로 정리된 목록은 드물지만, 분명한 흔적이 남아 있다. 가장 뚜렷한 사례는 작곡가 현제명이다. 그는 일제 말기 조선문예회, 대동민우회, 조선음악협회, 경성후생실내악단 등 친일 단체에 적극 참여했고, 친일 성악곡 〈후지산을 바라보며〉 등을 발표했으며 국민총력조선연맹 순회 가창 지도에도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 인명사전》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명단에도 등재된 인물로, 1954년 예술원 종신회원이 되었고 제1회 예술원상도 받았다.
미술 분야에서도 친일 화가들이 후일 회원으로 합류한 사례가 있다. 김은호(이당)는 선전(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조선미술가협회 회원으로 친일적 내용의 작품을 그린 바 있다. 그는 1966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으며, 장우성 등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해방 직후 ‘조선미술건설본부’ 등에서 친일 혐의로 배제되었다가 미군정과 이후 체제에서 재기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고희동 자신은 친일 명단에 오르지 않았고 민족 미술 운동을 주도한 측면이 강하지만, 식민지 시기 활동이 해방 후 국가기관의 원로 지위로 이어진 구조 자체가 ‘청산되지 않은 연속성’을 보여준다.
학술원의 경우 역대 회원 중 15명(초대 회원 6명 포함)이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사실이 2020년 국회에서 지적된 바 있다. 예술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창립 멤버와 초기 회원의 일부에 친일 행적이 있고, 이후에도 친일 화가·음악인이 원로로 포섭된 점은 동일한 역사적 맥락에 놓여 있다. 이는 해방 후 반공 이데올로기가 친일 청산을 가로막은 결과의 한 단면이다.
불투명한 신입회원 선발과 내부 카르텔 문제
현행 《대한민국예술원법》에 따르면 회원은 ‘예술 경력이 30년 이상이며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사람’으로, 회원이나 예술원이 지정하는 예술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회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총회 의결(통상 3분의 2 이상 찬성)로 선출된다. 임기는 종신이다. 표면적으로는 추천·심사·총회라는 절차가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존 회원들의 친소 관계와 내부 합의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뚜렷한 객관적 평가 기준이 공개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그들만의 리그’, ‘내부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원 대부분이 대학교수 출신으로 이미 공적 연금 수혜자임에도 월 200만 원의 정액 수당(과거 180만 원에서 인상)을 받는 구조, 예술원상 등 주요 시상에서도 회원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정원 100명에 현원이 80명대에 머무는 것도 신입 선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회장·부회장도 총회에서 선출되므로 운영 전반이 회원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이루어진다. 독립성을 강조하지만, 정치·사회적 현안(표현의 자유, 검열 논란 등)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최근 사례로 2026년 8월 26개 문화예술단체와 597명이 손진책 회장(당시 차기 회장)의 과거 검열 의혹을 들어 예술원 폐지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회원 선출 과정에 결격 사유 검증 시스템이 부재하고, 예술적 성취보다 친분이 작용한다는 지적이 포함되었다.
이기호가 제기한 문제
소설가 이기호는 2021년 문예지 《악스트》에 보고서 형식의 단편소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도래할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문학 분과를 중심으로)」을 발표하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나섰다. 그는 문학 분과 회원(당시 약 26명) 대부분이 교수 출신 연금 수령자임에도 정액 수당을 받는 점, 청년 예술가 지원 예산(아르코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 문학 부문 등)과 비교할 때 예술원 예산(연간 30억 원대)이 소수 원로에 집중되는 점, 신입회원을 기존 회원이 뽑는 폐쇄성을 비판했다. 제안은 임기제 도입, 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정액 수당 폐지 후 연회비 납부, 회원 수 확대 등이었다. 그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자 소설이라는 형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5년이 지난 2026년, 이기호는 같은 제목의 소설집을 출간하며 후속작 「우리는 왜 엉망이 되어가는가-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2」를 포함해 문제를 재제기했다. “5년 전에는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엔 법 개정이 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문학으로 하는 1인 시위라는 표현도 썼다. 2022년 이후 ‘젊은예술가상’이 신설된 것은 긍정적 변화로 평가되지만, 회원 제도 자체의 구조적 개선은 미진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예술원의 설립 목적은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지원하고 예술창작활동 지원 사업을 행함으로써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 원로에 대한 예우 자체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으나, 70년이 지난 지금 그 방식이 소수에 집중되고 절차가 불투명하며, 과거 정치적·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 채 유지된다면 기관의 정당성은 계속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이기호의 문제 제기는 비판을 넘어, 시대에 맞는 공공성·투명성·세대 간 형평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읽힌다. 법 개정과 운영 개선을 통해 원로의 명예를 지키면서도 젊은 예술가와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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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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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 대한 예우와 특권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예술적 성취를 존중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 예우가 폐쇄적인 회원제와 불투명한 선발 과정으로 유지된다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으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기호 작가의 문제 제기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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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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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와 기존 회원들이 후배 회원을 선발하는 구조는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의 권위가 새로운 권위를 재생산하는 시스템이 굳어지면 개혁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예술원의 역사와 운영 방식을 함께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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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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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면서 회원 선발은 내부에서 하고, 지위는 종신으로 누리며, 수당까지 챙기는 구조라면 이것이 예술에 대한 예우인지 기득권을 위한 특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명성만으로 현재의 권력을 세습하듯 유지하는 것은 예술의 권위가 아니라 낡은 카르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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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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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역사적 한계가 예술원에도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은 뼈아픕니다. 예술적 성취를 내세워 과거의 부역과 책임을 덮고, 폐쇄적인 회원 구조로 자신들만의 권위를 재생산한다면 그것은 예술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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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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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창작의 기회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공공 예산이 소수 원로에게 집중된다면 세대 간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원로에 대한 예우를 유지하되 신진 예술가 지원을 확대하고, 회원 선발과 예산 집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 발전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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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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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예술인의 공로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예술적 명예가 종신 지위와 정기적인 수당, 후배 예술가를 선발할 권한까지 보장받아야 하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존경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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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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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가 5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도 개혁의 더딘 현실을 보여줍니다. 문학이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면, 이제는 비판을 듣는 쪽이 답해야 합니다. 예술원의 권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폐쇄성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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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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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원이 진정으로 한국 예술의 권위를 상징하려면 먼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공적만으로 현재의 특권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회원 선발 기준과 예산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외부의 검증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개혁을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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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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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면제받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면 국민 앞에 투명해야 하고, 개혁을 거부하는 특권은 과감히 걷어내야 합니다.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없다면 예술원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특권을 누릴 명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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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2274
1
70년 전의 제도가 오늘날에도 그대로 존속할 수는 없습니다. 원로 예술가에 대한 존경은 유지하되 종신 회원제와 정액 수당, 내부 중심의 선발 구조는 시대에 맞게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기호의 문제 제기를 개인의 불만이나 문학적 풍자로 치부하지 말고, 한국 예술계가 공공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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