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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필인주(直筆人誅) 곡필천주(曲筆天誅) 그리고 영화 <암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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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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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총격 사건의 공식 발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며 유신체제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 당시 권력의 은폐 시도와 언론 탄압 속에서도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언론인과 수사관의 용기 있는 행동을 조명하며, 현재에도 이어지는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 이 영화는 단순한 과거 사건 재연을 넘어, 박정희 정권의 정치적 위기와 한일 관계 속에서 총격 사건이 누군가의 기획일 가능성을 탐색하며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영화에 대한 극우 세력의 공격은 과거의 폭력적 권력이 현재까지도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와 연결되며,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암살자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 이 영화는 진실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옹호하며, 상상력을 통해 역사의 본질에 다가서는 영화의 힘을 지지하고, 이러한 시도를 지켜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1.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폭력적인 권력이 숨긴 진실을 찾아가는 이들의 용기와 이를 탄압하는 자들에 대한 서사다.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의 총기 난사와 박정희의 부인 육영수 총격사로 시작된다. 범인은 문세광이고 그 배후는 북과 일본의 조총련으로 확정된다. 이걸로 모든 것이 다 드러나고 역사적 사실로 정리되면 이 사건은 종료되는가? 영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2. 영화는 총격 현장에서 생겨난 의문에서 사건의 정체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현실을 주목하게 한다. 현장에 있던 수사관과 언론인이 서로 손을 잡고 은폐된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서사는 사라진 탄환 한 발이 남긴 질문으로 좁혀진다. 이는 당시 경호책임을 맡았다가 도리어 징벌을 받게 되는 내부 고발자 수준의 경찰과 언론의 합동작전이었다. 지금은 씨가 마른 존재들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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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질문을 풀어가는 길목마다 유신체제의 폭력이 무섭게 작동한다. 대한민국은 그 시절, 온통 극우의 세상이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끔찍한 시절이었다. 지금 그런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인지 이 영화에 대한 국힘당과 극우세력들의 난동은 우리에게 더욱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박정희 쿠데타 세력의 후예인 내란세력 척결이 그야말로 정치의 최대과제다. 이걸 제대로 못하면 우리는 내란반동세력의 집권을 다시 보게 될런 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무엇보다도 먼저 조희대 탄핵을 당론으로 속히 결정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실기할 것이다.
 
4. 이 영화가 탁월한 서사를 내보이는 대목은 총격현장의 의문을 넘는 시계열의 정치사에 있다. 1972년 유신체제 선포, 1973년 일본에 있던 김대중 납치 사건, 그리고 1974년 긴급조치,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과 서울 지하철 개통. 여기에 한일협정으로 건네어진 돈과 그에 얽힌 한일외교관계 그리고 흑막으로 덮어진 거액의 리베이트. 즉, 그날 총격 사건은 이런 전체적 맥락 위에 올려진 누군가의 기획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탐색하는 관점이 중심 기둥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 영화의 깊은 속살이다.
 
5. 날로 강폭해지는 유신체제,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도전, 김대중의 해외활동, 납치로 이어지면서 위기에 처하는 대일관계로 인해 궁지에 몰린 박정희 정권. 게다가 한일협정체결로 주어진 돈의 사용방식(일본의 용역과 자원을 써야 한다는 규정)이 열어놓는 거대한 부패구조와 외교적 난관. 이런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정치기획은 절실해졌고 그에 동원되는 언사는 역시나 북과 조총련이었다. 김대중 납치로 곤란해진 대일관계와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을 한번에 교정하고 제압할 수 있는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라는 것에 대한 정체모를 세력 X의 “음모”는 아직 신뢰를 확정할 수 없는 이른바 음모론으로 그칠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 숙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영화 <암살자(들)>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바로 그 증거의 하나다.
 
6. 이 영화는 이 사건에 대한 박정희의 기획을 전제로 삼지 않는다. 이 영화를 그렇게 본다면 영화에 대한 이런 왜곡도 없다. 오히려 그는 자기도 모르는 기획의 의도에 휘말려 든 존재의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더 큰 정치/외교적 맥락과 그에 따른 요구는 이 사건을 대하는 그조차에게도 거부할 수 없었지 않겠는가라는 추론만이 남을 뿐이다. 박정희 체제를 지키려는 자들은 박정희만은 아니었지 않았는가. 5년 뒤 박정희는 박정희 체제를 지키려던 자들 가운데 한 사람의 총격으로 유신체제의 종말과 함께 그 운명의 막을 내렸다.
 
7. 그 시절, 군사 쿠데타의 정치도구는 중앙정보부(중정)이었고 이들이 행사하는 폭력은 절대권력의 본체처럼 되었다. 그 앞에서 감히 누구도 대들지 못한다. 그러나 당시 동아일보는 이 저항의 선두에 섰다. 이 영화에도 나오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은 공포의 절대권력과 맞선 시대적 함성이었다. 언론인이 지사(志士)였던 시대다.
 
8. 이 영화는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곳곳에서 총출동한다. 예상을 넘는다. 짧고 사소하게 보일 장면에도 충실하게 열연을 한 모든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가 개봉된 뒤 극우세력에게 난데없이 공격을 당하고 있는 배우 유해진에게도 뜨겁게 응원을 보낸다. 감독 허진호는 매우 용기있는 영화인이다. 그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9. 직필인주(直筆人誅) 곡필천주(曲筆天誅), 편집국 현장에 울려퍼지는 편집국장의 외침, 진실을 그대로 쓰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폭압을 가하겠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내세우면 하늘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1913년 암살된 중국의 정치가요 언론인이었던 “민립보(民立報)”의 사장 쏭자어런(宋教仁)의 묘비에 위유런(于右任)이 남겼다는 글귀라고 한다.
 
10. 그런데 어디 이 말이 언론에게만 해당할까? 오늘의 국회를 보라. 오늘의 정치를 보라. 조희대의 誅둥이를 보라. 진실을 암살하는 자들은 지금도 있다. 내란진압 이후 내란세력들의 반동적 공세는 아직도 도처에 암살자들이 암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1. 우리는 그날 벌어진 사건의 진실탐색에만 묶여 있지 않다. 지금도 현재진행형 중인 민주주의 “암살자들”의 기획과 음모를 드러내고자 한다. 중정의 후예 안기부는 지금도 사찰 중이며 경찰 역시도 북과의 연계 운운으로 국가보안법을 몽둥이로 휘두르고 있으며 중정의 폭압적인 권력과 다르지 않은 복장만 바뀐 검찰의 내란범죄도 단죄받지 않았으며 조희대의 사법부는 내란을 무죄로 만들려는 공작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런 자조차도 그 자리에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는 1974년 8월 15일로부터 정녕 어디까지 온 것일까? 영화 <암살자(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12.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힘당과 극우세력의 공격 앞에서 “영화를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삼지말라”고 한 정지영 감독님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선언에 적극 연대한다. 어떤 경우는 영화가 역사의 진실에 더욱 근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은 상상의 세계가 촉발하는 질문들이 펄펄 살아 있기 때문이다. 감독과 연기자는 역사가 은총처럼 내려준 상상의 혼에서 신내림을 받은 이 땅의 사제들이다. 이들을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 그러면 다음 작품들은 더욱 담대한 용기를 낼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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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9
영화가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이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감추고 언론을 어떻게 길들이는지 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역사는 기록된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기록되지 못한 질문을 끝까지 붙드는 시민과 언론이 있을 때 민주주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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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e
9
직필인주 곡필천주라는 말이 오늘날에도 이토록 절실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진실을 비트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입니다. 과거의 유신체제를 비판하면서 오늘의 권력기관과 언론도 함께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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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joon
7
김민웅 대표님의 글은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현실과 연결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도 외면하지 않고 권력의 책임을 묻는 지식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직필인주 곡필천주라는 말이 오늘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참으로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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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희
6
역사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김민웅 대표님께서 영화 한 편을 통해 언론의 사명과 사법부의 책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의 역할까지 짚어 주시니 우리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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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9
6
역사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 영화의 가치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식 발표만으로 충분한지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검증하는 태도야말로 민주사회가 역사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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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
5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압박이 가해지고, 권력에 불리한 질문이 정치적 논란으로 덮이는 사회라면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입니다. 김민웅 대표님의 글은 과거의 독재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이러한 성찰과 문제 제기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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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ine
5
권력은 총과 수사기관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해서는 안 되는지 정하는 공포와 침묵으로도 유지됩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인들의 저항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의 정치와 사법부 역시 비판과 검증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진실을 지키려는 시민의 감시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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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道
5
영화의 서사와 역사적 맥락을 함께 살피면서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의혹은 의혹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합니다. 진실을 향한 열정과 사실을 검증하는 엄밀함이 함께할 때 역사의 교훈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김민웅 대표님의 문제의식이 깊이 있는 사회적 토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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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4
민주주의는 한 번 쟁취했다고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이 침묵하고 권력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이 무관심해질 때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습니다. 김민웅 대표님께서 던지신 질문을 우리 모두의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진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시민의 힘이 역사의 퇴행을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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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_12459
2
진실을 탐구하여 작품으로 표현한 영화인들이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우려스럽고 참담합니다. 이러한 공격이 창작자들에게 두려움과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고 창작자를 겁박하는 일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역사의 진실을 묻는 영화인들의 용기 있는 창작을 굳건히 지지합니다. 또한 불편한 진실 앞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역사의 맥락을 짚으며 오늘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을 묻는 김민웅 대표님의 글에도 깊이 공감하고 지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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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학번
1
훌륭한 영화는 관객에게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역사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던지는 질문은 1974년의 사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과거의 독재자만이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의 잘못을 감싸는 오늘의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향한 공격보다 필요한 것은 열린 토론과 철저한 검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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