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환각(幻覺)
甲의 내외가 乙이라는 남자와 세 명이 달밤에 산보를 나섰다. 乙은 평소부터 甲의 아내와 범상치 않은 사이인지라, 이 기회에 음욕(淫慾)을 또 한 번 채워 볼 야심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거목(巨木) 밑에 이르자, 乙은 甲의 내외를 그 밑에 서 있으라 하고 저는 나무 우에 올랐다. 30 척도 넘는 거목 우에 올라서 甲의 내외를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라면서 “여보게, 이 사람! 그게 무슨 짓인가? 아무리 내가 나무 우에 올랐기로 나 보는 앞에서 그런 짓을 해서야 쓰겠나. 좀 참았다가 집에 가서 하게” 하고 외쳤다.
이에 甲이 “아니, 이 사람아! 우리가 무슨 짓을 한단 말인가? 가만히 서 있는 우리를 보고 그게 무슨 소린가?” “여보게 빤히 내려다보이는데 거짓말이 무슨 소용인가? 아닐세, 정말일세!” 이렇게 서로 말을 주고받다가 乙이 나무에서 내려오더니 나무 우에서는 꼭 그런 광경(光景)이 보였다고 고집(固執)하였다.
甲이란 자는 워낙 위인이 고지식한지라 乙의 말을 곧이듣고 제가 한번 시험해 보겠다고 하면서 나무에 올랐다. 乙은 그 틈을 타서 갑자기 甲의 아내와 정말 음행(淫行)을 실천(實踐)하였다. 나무 우에서 그 광경을 본 甲이 큰소리로 외쳐 말하기를 “아니, 정말 그렇게 보이는구먼! 이 나무는 참말 이상한 나문데!”
142. 양귀비(楊貴妃)의 돈지(頓智)
하루는 황제(皇帝) 갑자기 양귀비(楊貴妃) 방에 들어 취매(就寐: 잠자리에 들다, 취침)하려 하니 양귀비는 이미 안록 산(安祿山)과 동매(同寐) 중이어서 황망(慌忙)히 安을 숨겨 보내고 황제를 맞이하였는데, 황제는 양귀비와 동침 중에 친수(親手)로서 妃의 X를 더듬어 보니 거기가 축축하게 젖어 있지 않은가?
皇帝 의심하여 노기(怒氣)를 품고 “이 어찌된 일인가?” 하며 물었다. 민첩(敏捷)한 妃는 얼른 말을 받아 애교(愛嬌)를 부리며 하는 말이 “ 천욕우(天欲雨)에 지선습(地先濕)이로소이다” 하였다. 皇帝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야 노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참으로 나의 사랑하는 양귀비로군! 하며 도리어 상(賞)을 주었다.
証曰, 皇帝께서 오실 것을 사모(思慕)하고 먼저 마음이 동(動)하였다.
143. 맹아(盲啞) 부처(夫妻)의 대화
어떤 곳에 소경 남편과 벙어리 아내가 단둘이서 살고 있었다. 하루는 근처(近處)에 불이 났다고 하니 하니까 아내가 뛰어나가 보고 들어왔다. 소경 남편이 ”뉘 집에서 불이 났어? 하고 물으니까. 아내가 남편한테 와서 입을 쪽 맞췄다. 그러니까 남편이 “음 여서방(呂書房: 서방은 남편의 낮춤말)네 집에서 불이 났어!” 하고 “어떤 여서방 집에서 났나?” 하고 다시 물으니, 아내는 남편의 왼편 불알을 만졌다.
남편은 “음, 여 좌랑(佐郞)네 집에서 불이 나!” 하더니 “얼마나 탔냐?” 하고 물으니, 아내는 남편의 X를 만졌다. 그러니까 “음 다 타서 없어지고 기둥만 남았어” 하더라고.
일설에는 남편의 왼편 불알을 만진 대신 아내가 남편의 손을 끌어다가 자기 사타구니에 대주니까, “논틀(논틀길) 여서방(呂書房)네 집 이불에서 불이 났어!” 하였다고.
*조선상말전집 소개가 앞으로 2회 남았다. 과거 사람들의 형이하학을 반영한 200개 이야기 중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묘사한 예가 바로 이 ‘남자 乙’이다. 巨木은 수천 년 고토(故土)의 삶의 터전이요, 甲은 그 영토를 호시탐탐 노려왔던 이민족의 총체다. 甲이었던 한국인 유전자가 조종강토(祖宗疆土)를 뺏기고 乙로 변질하기까지 실로 무수한 인간이 甲乙 관계를 뒤집어 왔을 것이다. 똥을 먹어도 구린내를 모르게 된 한국인은 지금 무슨 미래를 꿈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