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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ever the name—Corea or Korea—dignity comes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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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ny365

조선상말전집 제2편 122, 123,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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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7. 27
122. 그럼 제법이게
열 네댓 살 먹은 목동(牧童)이 산속에서 제 또래의 근처 처녀를 만났다. 처녀의 바구니에 딸기가 그득히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목동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딸기 나 좀 줘!” “실허! 안 줄 테야!” “조금만 줘!” “안 줘!” “한 알만 줘!” “싫다니까 그러네!” 하며 처녀는 눈을 샐쭉 흘기고 돌아섰다. 목동이 약이 바짝 올라서 “에이 깍쟁이 년! 고년을 X를 딱 해 줄까 보다!” 그 말을 들은 처녀가 상큼 돌아서면서 “어디 어디 그럼 제법이게! 제법 그러기만 한다면 딸기를 바구니 채라도 줄게.”
 
 
123. 여인의 암시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깊은 산길을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남자는 어깨에 빈 물통을 들러 둘러매고 왼편 손에는 닭을 붙잡고, 바른편 손에는 지팽이를 가지고 양(羊)을 한 마리 끌고 가고 있었다. 으슥한 산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여자는 걱정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는 어떤지 어쩐지 겁(怯)이 나요. 이런 인적 없는 산길을 당신과 단둘이 걸어가다가 만약 당신이 입이라도 맞추자고 덤벼들면 큰일이에요.” “뭐요? 내가 당신께 덤벼든다고요? 보다시피 나는 어깨에 물통을 메고 한 손에는 닭을 들고 다른 손에는 지팽이를 가지고 양을 물고 가지 않소. 그야말로 사족(四足)을 얽맨 것이나 다름없는 형편인데 어떻게 당신에게 덤벼든단 말이오.” “그렇기도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지팽이를 땅에 꽂은 뒤에 그 지팽이에 양을 붙들어 매고 물통을 내려놓고 닭을 그 속에 가두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덤벼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여보!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소.” 하고 남자는 끝이 난 듯 이 여인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우거진 나무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그러자 남자는 여인이 일러준 대로 땅에다 지팽이를 꽂은 뒤에 양을 비끄러매고 닭을 물통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마구 여인에게 덤벼들었다.
 
 
124. 시루값은 누가 무나
자녀를 다수(多數)히 둔 중년 내외가 있었다. 자녀가 많은지라 좀처럼 합궁(合宮)할 기회가 없던 차(次)에 하루는 야반(夜半)에 그럴 기회를 얻었다. 오래간만이 합방이므로 맛이 하두 신묘(神妙)해서 남편은 어떻게 생겼기에 맛이 그렇게 좋은지 구경(求景)이나 한번 하자고 하고 촛불을 켜 들고 여인의 하문(下門)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뜨거운 촛농이 흘러 여인의 넓적다리에 떨어진지라, 여인이 깜짝 놀라며 다리를 홱 뻗은 바람에 남편은 남편을 걷어찼다. 남편은 뒤로 나가떨어지며 방구석에 놓아둔 시루를 깨뜨렸다. 이튿날 아침 아이들이 깨어서 시루 깨진 것을 보고 한 놈이 “저 시루를 누가 깨뜨렸어?” 하니까, 다른 놈이 “아버지더러 물어봐!” 그러자 다른 한 놈이 “시루 값은 누가 무나?” 하자. 그중 큰 아들놈이 시치미를 뚝 떼고 하는 말이 “X 구경한 사람이 물겠지!” 하더라고 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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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oon
8
이 시리즈 볼 때마다 조선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쾌했다는 걸 느낍니다. 유교 사회라는 이미지 뒤에 이런 해학과 입담이 숨어 있었다니 정말 재미있네요. 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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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6
현대 기준으로 보면 다소 거칠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표현도 있지만, 당시 서민들의 언어와 유머 감각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의미가 큽니다. 검열되지 않은 생활사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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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9
7
벌써 120편이 넘었네요. 꾸준히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혼자 읽기 어려운 고문헌을 현대어로 접할 수 있어서 매번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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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
4
이런 책이 실제로 조선시대에 유통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네요. 흔히 조선은 엄숙하고 유교적이었다고만 생각하지만, 민간에서는 성(性)과 풍자를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낸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자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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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55
6
요즘 예능보다 이런 옛이야기가 더 웃깁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예전에도 읽고 피식했는데 다시 봐도 웃기네요. 선조들의 유머 감각이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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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o
5
124번의 마지막 반전은 전형적인 조선식 해학이네요. 직접적인 설명 대신 엉뚱한 결론으로 마무리하면서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당시 민담과 야담 특유의 재치가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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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72
4
세 이야기를 보면 단순한 음담패설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인간 심리와 부부생활, 남녀 간의 밀고 당기기를 익살스럽게 풍자하고 있네요. 웃음 속에 시대상이 담긴 민속문학으로 읽으면 꽤 가치 있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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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2
조선상말전집을 계속 읽다 보니 '조선은 금욕적이었다'는 통념이 많이 깨집니다. 공식 기록은 엄숙하지만 민간에서는 이렇게 자유로운 농담과 해학이 오갔다는 점이 참 흥미롭네요. 다음 편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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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soojin
1
이 시리즈의 좋은 점은 단순히 음담패설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당시의 언어와 문화, 시대 분위기를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웃으면서도 역사 공부가 되는 느낌이라 계속 챙겨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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