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그럼 제법이게
열 네댓 살 먹은 목동(牧童)이 산속에서 제 또래의 근처 처녀를 만났다. 처녀의 바구니에 딸기가 그득히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목동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딸기 나 좀 줘!” “실허! 안 줄 테야!” “조금만 줘!” “안 줘!” “한 알만 줘!” “싫다니까 그러네!” 하며 처녀는 눈을 샐쭉 흘기고 돌아섰다. 목동이 약이 바짝 올라서 “에이 깍쟁이 년! 고년을 X를 딱 해 줄까 보다!” 그 말을 들은 처녀가 상큼 돌아서면서 “어디 어디 그럼 제법이게! 제법 그러기만 한다면 딸기를 바구니 채라도 줄게.”
123. 여인의 암시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깊은 산길을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남자는 어깨에 빈 물통을 들러 둘러매고 왼편 손에는 닭을 붙잡고, 바른편 손에는 지팽이를 가지고 양(羊)을 한 마리 끌고 가고 있었다. 으슥한 산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여자는 걱정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는 어떤지 어쩐지 겁(怯)이 나요. 이런 인적 없는 산길을 당신과 단둘이 걸어가다가 만약 당신이 입이라도 맞추자고 덤벼들면 큰일이에요.” “뭐요? 내가 당신께 덤벼든다고요? 보다시피 나는 어깨에 물통을 메고 한 손에는 닭을 들고 다른 손에는 지팽이를 가지고 양을 물고 가지 않소. 그야말로 사족(四足)을 얽맨 것이나 다름없는 형편인데 어떻게 당신에게 덤벼든단 말이오.” “그렇기도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지팽이를 땅에 꽂은 뒤에 그 지팽이에 양을 붙들어 매고 물통을 내려놓고 닭을 그 속에 가두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덤벼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여보!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소.” 하고 남자는 끝이 난 듯 이 여인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우거진 나무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그러자 남자는 여인이 일러준 대로 땅에다 지팽이를 꽂은 뒤에 양을 비끄러매고 닭을 물통 속에 가두었다. 그리고 마구 여인에게 덤벼들었다.
124. 시루값은 누가 무나
자녀를 다수(多數)히 둔 중년 내외가 있었다. 자녀가 많은지라 좀처럼 합궁(合宮)할 기회가 없던 차(次)에 하루는 야반(夜半)에 그럴 기회를 얻었다. 오래간만이 합방이므로 맛이 하두 신묘(神妙)해서 남편은 어떻게 생겼기에 맛이 그렇게 좋은지 구경(求景)이나 한번 하자고 하고 촛불을 켜 들고 여인의 하문(下門)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뜨거운 촛농이 흘러 여인의 넓적다리에 떨어진지라, 여인이 깜짝 놀라며 다리를 홱 뻗은 바람에 남편은 남편을 걷어찼다. 남편은 뒤로 나가떨어지며 방구석에 놓아둔 시루를 깨뜨렸다. 이튿날 아침 아이들이 깨어서 시루 깨진 것을 보고 한 놈이 “저 시루를 누가 깨뜨렸어?” 하니까, 다른 놈이 “아버지더러 물어봐!” 그러자 다른 한 놈이 “시루 값은 누가 무나?” 하자. 그중 큰 아들놈이 시치미를 뚝 떼고 하는 말이 “X 구경한 사람이 물겠지!” 하더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