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에 역전당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정권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있고, 야권은 민심 이반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권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논란과 당내 갈등, 그리고 조직적인 정치 공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지지율 하락이 숫자의 변화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어 온 50대에서 나타난 큰 폭의 하락은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지지율 자체가 아니라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지지율은 결과일 뿐이다. 원인을 보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현재 나타나는 정치적 혼란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민주당 내부의 당권 경쟁이고, 둘째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운영이 촉발한 불신이며, 셋째는 이를 증폭시키는 극우 진영의 부정선거 프레임과 정치적 선동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만 비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동하는 정치인 못지않게 선동당하는 국민의 태도 역시 민주주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집권당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일 수 있다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 안정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부여했고, 정부는 그 권력을 바탕으로 민생과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내부를 보면 국정 운영보다 당권 경쟁이 더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성공을 지원해야 하는 조직이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결국 정권도 실패하고 당도 실패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권력은 항상 미래를 향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일부 정치인들은 벌써 차기 권력 구도와 당내 영향력을 계산하기 시작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형성된 친문 정치세력 일부는 여전히 당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친문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영향력을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정권을 창출한 이후에도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과 새로운 권력 중심이 되려는 세력 사이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는다. 문제는 그 갈등이 정책 경쟁이 아니라 계파 경쟁으로 나타날 때다.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은 민생을 논의하는 정당이 아니라 자리다툼을 하는 집단처럼 보이게 된다.
결국, 대통령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당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그대로 대통령의 부담이 된다. 언론은 정책보다 갈등을 보도하고, 국민은 성과보다 분열을 먼저 보게 된다. 지지율이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무책임이 만든 불신
최근 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논란 역시 지지율 하락의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국민은 선거 결과를 신뢰하기 때문에 패배한 쪽도 결과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은 누구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선관위의 여러 문제는 국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일부 직원들의 근무 태만 문제, 관리 부실 논란, 반복되는 행정 실수는 선관위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를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관위의 잘못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의 부실 운영과 부정선거는 전혀 다른 문제다. 행정적 무능과 조직적 조작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정치세력은 그 차이를 의도적으로 흐리고 있다.
태극기 세력과 극우 정치의 선동 구조
태극기 세력으로 대표되는 극우 진영은 오랫동안 부정선거론을 정치적 동력으로 활용해 왔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일부 극우 세력은 선거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이기면 공정한 선거이고, 지면 부정선거라는 논리가 반복된다. 이러한 태도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정선거론의 가장 큰 문제는 증거보다 믿음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검증과 사실보다 감정과 분노를 자극한다. 실제로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반복되면서 하나의 정치적 신앙처럼 소비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미 극우 세력은 한국 정치의 모든 문제를 특정 진영의 탓으로 돌리며 냉전적 사고를 확대 재생산한다. 대한민국의 국익보다 이념적 적대감이 우선되고, 정책보다 진영 논리가 앞선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의 발전이 아니라 적대 세력에 대한 증오를 유지하는 것이다. 증오가 있어야 지지층이 결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선동하는 자가 아니라 선동당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한다. 과연 모든 책임이 정치인에게만 있을까? 정치인들은 원래 표를 얻기 위해 움직인다. 언론은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한다. 유튜버들은 조회 수를 위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한다. 문제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선동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때만 성공한다.
가짜 뉴스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반복되는 이유는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책임을 지는 주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에도 수많은 국민이 정치적 선동에 휩쓸렸다. 누군가는 윤석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구원자인 것처럼 믿었고, 또 누군가는 상대 진영이 나라를 망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과는 어땠는가. 현실은 선동가들의 주장과 달랐다.
경제는 복잡했고 외교는 어려웠으며 정치적 갈등은 계속되었다. 선거 때의 화려한 구호는 현실 앞에서 대부분 수정되거나 사라졌다. 그러나 정작 선동을 했던 정치인들은 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책임은 국민이 떠안았다. 물가는 국민이 부담했고, 경기 침체도 국민이 견뎌야 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치인의 말을 검증하기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사실보다 감정에 반응한다. 자신의 진영이 하면 정당화하고 상대 진영이 하면 분노한다. 이러한 태도가 계속되는 한 한국 정치의 수준은 결코 높아질 수 없다.
정치인의 수준은 결국 국민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정치는 국민을 닮는다. 유권자가 정책을 평가하면 정치인은 정책을 내놓는다. 유권자가 선동에 반응하면 정치인은 선동을 선택한다. 정치인들이 자꾸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수준이 낮다고 비난하기 전에 국민 스스로 정치의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하는 제도가 아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권력을 감시하고, 언론을 검증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조차 비판할 수 있는 시민의 태도가 민주주의를 지탱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인을 응원하는 것이 마치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것처럼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지적하면 배신자가 되고, 비판하면 적으로 취급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어떤 정권도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이 아니라 시민의식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위기가 대통령 개인의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극우 진영의 부정선거 선동, 그리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정치 문화가 함께 만들어 낸 위기다. 정권이 실패하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 정권이 성공해도 그 혜택을 받는 것은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은 관객이 아니다. 정치인의 선동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런 선동이 반복적으로 성공하는지도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특정 정치인의 승리가 아니다.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사실을 확인하고, 거짓을 경계하며, 자신의 진영도 비판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은 바뀔 수 있다. 정권도 교체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변하지 않으면 정치 역시 변하지 않는다. 결국, 민주주의의 마지막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대통령을 흔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권력을 노리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선동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지는 결국 국민이 얼마나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다. 선동보다 사실을, 증오보다 이성을, 진영보다 국가를 우선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다. 그것이야말로 어떤 정권보다 강력한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한국 정치가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