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뿌리 깊은 병폐
최근 제주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교사 협박 학부모 수사 제자리‥ 엄정 처벌해야”(2026.07.02)라는 제목의 그 영상은, 한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직원 10여 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무더기 고소하고, 나아가 “죽이겠다.”, “터뜨려 줄게” 등의 살해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은 사례를 다룬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9월 무고와 협박 혐의로 해당 학부모를 불구속 송치했으나, 검찰 수사는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전국 교사 노조가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었음에도, 피해 교사들은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놓여 있다. 이 사건은 개인적 갈등이 아니다. 무너져 내리는 교권, ‘내 자식만 소중하다’라는 극단적 이기심, 그리고 경쟁과 불신으로 얼룩진 사회 전체의 병리 현상을 상징한다.
교권이 무너지는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결과였다. 과거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양육하는 ‘스승’이자 공동체의 기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비스 제공자’로 전락했다. 학부모의 민원 하나에 징계 위기에 처하고, 수업 중 학생의 폭행조차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제주 사건처럼 무고성 고소가 난무하면 교사들은 교육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방어적 태세로만 일관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교사가 우울증, 번아웃,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할 정도로 정신적 압박을 받는다. 교육 현장은 더는 배움의 장이 아니라, 소송과 협박의 전장이 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의 뿌리에는 ‘내 자식을 위해 누구도 위협할 수 있다’라는 극단적 이기적 부모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의 사랑은 본능적으로 강렬하지만, 그것이 ‘내 아이만’의 사랑으로 왜곡되면 사회 전체를 갉아먹는 독이 된다. 자신의 자녀가 학교생활로 지병이 생겼다는 주장을 내세워 교사들을 고소하는 행위는, 객관적 증거나 절차를 무시한 채 ‘내 아이 피해’라는 감정적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태도다. “내 아이가 불편하면 교사가 잘못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공교육의 본질인 공동체적 양육과 규율을 부정한다. 남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를 ‘적’으로 규정하고, 협박과 고소로 압박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이런 이기적 심리는 개인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전체가 경쟁과 불안, 성취 주의로 물든 결과물이다. 저출산 시대에 ‘하나뿐인 자녀’에 대한 과잉 투자, 입시 경쟁의 극심화, 그리고 SNS를 통해 과시되는 ‘완벽한 부모상’이 부모들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라는 마인드는 이웃의 아이, 선생님의 고통, 사회적 규범을 외면하게 만든다. 학부모 커뮤니티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교사 비난이 일상화되고, 한 번의 민원으로 교사가 교체되는 사례가 교권 추락을 가속화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하며, 교사를 ‘교육 서비스 노동자’로 격하한다. 결과적으로 교육 현장은 신뢰가 아닌 불신과 갈등의 장으로 변질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변화가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통해 ‘이기심이 정당화된다.’라는 교훈을 배운다. 학교에서 친구의 실수나 교사의 지적을 ‘피해’로 해석하고, 불편하면 고소나 항의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교권이 무너지면 학생들 사이의 존중과 규율도 사라진다. 폭행 사건, 집단 괴롭힘, 교사에 대한 무례가 증가하는 이유다. 결국,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생존 경쟁의 연장선이 되어 버린다. 이런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리 만무하다.
교원 권한 회복과 교육 체질 개선 없이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인격 형성, 사회성 함양, 가치관 수립을 담당하는 핵심 주체다. 교권이 약화되면 교사들은 창의적 수업이나 학생 개별 지도 대신, 민원 회피와 형식적 관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는 공교육의 질 저하로 직결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흔든다. 선진국들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법적으로 강력히 보호한다. 우리도 ‘교권 보호 4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유명무실하다. 무고성 고소에 대한 강력한 처벌, 학부모 교육 의무화, 교사에 대한 2차 가해 방지 장치 등이 시급하다.
학부모들은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내 자식이 소중하다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고, 선생님들 역시 어느 부모의 소중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교사는 당신의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는 누군가의 아들딸이다. 그들을 협박하고 고소하는 행위는 결국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자해 행위다. ‘내 아이 중심’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공동체’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학교는 부모와 교사가 협력하는 공간이지, 대립의 장이 아니다.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고 지지할 때, 아이들은 진정한 존중과 책임감을 배운다.
이 사건은 제주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교권 침해와 이기적 부모 문화의 단면이다. 검찰은 더 이상 지체 없이 엄정한 기소와 처벌로 사회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무고와 협박은 단순 범죄가 아니라, 교육 생태계와 미래 세대를 위협하는 중범죄다. 동시에 사회 전체가 교권 회복을 위한 공론화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교육부, 지자체, 부모 단체, 교원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는 교실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당당히 가르치고, 학생이 존중받으며 배우는 환경이 회복되지 않으면, 어떤 경제 성장이나 기술 발전도 공허하다. 이기적 심리와 과도한 경쟁의식을 넘어, ‘함께 키우는 공동체’로서의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주 사건을 계기로, 모든 학부모가 깊이 성찰하기를 바란다. 내 아이의 밝은 미래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선생님의 어깨를 짓누르지 말고, 함께 짊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