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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_Kim

문학과 교육, 그리고 사유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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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6. 03
인문학 없는 교육은 어디로 향하는가?
교육과 문학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인다. 교육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제도이고, 문학은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을 다루는 예술이다. 교육은 현실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과정으로 여겨지고, 문학은 실용성과 거리가 먼 감성의 영역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둘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둘 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려는 작업이며, 인간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인간의 욕망과 상처, 절망과 희망을 언어로 드러내고, 교육은 그러한 인간이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면, 교육은 그 내면이 세상과 만나도록 이끈다. 그렇기에 문학과 교육은 본래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강줄기처럼 이어져 있는 영역이다.
 
고대 그리스의 교육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연결은 더욱 분명해진다. 당시 문학은 예술 작품이 아니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시민 교육의 교과서였고, 비극 작품들은 인간과 국가, 정의와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적 교육의 장이었다.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의 작품은 젊은 시민들에게 권력과 정의,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리어왕』 역시 권력의 욕망과 인간의 어리석음, 지도자의 책임을 성찰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교육 텍스트라 할 수 있다. 결국, 문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을 성장시키고 사회를 이해하게 만드는 교육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오늘날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교육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은 치열하지만, 어딘가 공허하다. 성적과 입시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질문은 사라지고, 정답을 찾는 능력은 강조되지만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은 약화되고 있다. 교육의 언어는 점점 평가와 효율의 언어로 바뀌고, 학생은 성장하는 인간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되어 간다. 그렇게 교육이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니라 경쟁을 위한 기술로 변해갈 때 사회 전체의 정신적 피로감도 함께 커지게 된다.
 
바로 이런 시대에 문학과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드러난다. 문학은 소설을 읽는 과목이 아니다. 문학은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과 기억, 상징과 공포를 이해하게 만드는 훈련이다. 타인의 삶을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교육 역시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문학적 감수성은 교육의 가장 깊은 층위를 형성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교육과 사회 담론에서 주목받고 있는 함돈균의 존재 역시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 출신인 함돈균은 문학을 감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기억, 상징과 권력의 구조를 읽어내려 한다. 이러한 시선은 교육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늘날 교육은 종종 지식 전달과 성과 관리에 집중하지만, 함돈균은 교육이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는 특정한 사회 현상이나 정치적 사건을 이해관계의 충돌로 해석하기보다, 그 배후에 존재하는 집단 심리와 기억의 구조, 서사의 반복을 읽어내려 한다. 이는 곧 교육이 길러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교육은 정답을 암기하는 훈련이 아니라, 사회를 읽고 인간을 이해하며 보이지 않는 구조를 해석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함돈균의 글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누가 옳은가’라는 질문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은 비판적 사고와 성찰 능력을 중시하는 인문학 교육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함돈균이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 때문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읽어내는 인문학적 감수성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AI가 정보를 제공하고 알고리즘이 판단을 보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해석 능력이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의 힘은 문학과 인문학,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문학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학은 인간을 숫자나 성적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문학은 인간을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한 인간의 슬픔과 욕망, 좌절과 희망을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교육이 인문학적 감수성을 잃어버릴 때 학생은 쉽게 성적표와 통계로 환원된다. 학생은 등급이 되고, 청년은 취업률의 숫자가 되며, 학교는 입시 실적의 경쟁장이 된다. 사람의 삶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순간 교육 역시 차갑고 기계적인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커진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였던 롤랑 바르트는 현대 사회를 ‘기호의 체계’로 읽어냈다. 그는 광고와 뉴스, 대중문화 속에 숨어 있는 권력의 구조를 분석하며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했다. 이는 문학 비평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읽어내는 교육적 실천이었다. 즉 문학적 사고는 소설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힘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에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은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할 수 있고, AI는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교육 역시 데이터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술은 ‘어떻게’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왜’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인문학 없는 교육은 아마 매우 효율적인 교육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될 것이며, 학생의 학습 패턴은 알고리즘에 의해 예측되고 진로 역시 데이터로 최적화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발전된 교육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그 교육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인간은 단지 계산 가능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미를 필요로 하는 존재다. 사람은 단지 시험 점수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자신이 왜 배우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런데 인문학이 사라진 교육에서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비효율로 취급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지식은 늘어나지만, 공감 능력은 줄어들고, 언어는 소통이 아니라 경쟁의 도구로 변한다. 교육 역시 인간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성과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학생은 시민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되고, 학교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과 경쟁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교육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공감 능력이다.
 
문학은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을 경험한다. 가난한 사람의 절망, 실패한 인간의 외로움, 시대 속에서 밀려난 존재의 슬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바로 이 경험이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가장 중요한 교육적 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인문학적 상상력이 사라질 때 타인의 고통은 숫자가 된다. 빈곤은 통계가 되고, 사회적 약자는 복지 비용으로 계산되며, 교육의 목적은 오직 경제적 효율성으로 평가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교육은 결국 냉혹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가장 위험했던 체제는 언제나 자신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었던 체제였다. 인간의 존엄과 감정을 비효율로 간주하는 순간 교육 역시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된다.
 
경제와 기술이 중심이 된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더욱 중요해진다. 왜 학생들은 불안해하는가, 왜 청년들은 미래를 두려워하는가, 왜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는가. 이러한 질문은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의 욕망과 상처, 기억과 공포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을 가장 오래 수행해 온 분야가 바로 문학과 인문학이다. 앞으로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만이 아닐 것이다. 인간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 수 있는가, 서로 다른 가치와 감정을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AI가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남는 영역은 사유와 상상력, 공감과 윤리 같은 인문학적 능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고,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힘이다. 이 둘이 단절될 때 교육은 기능 훈련으로 축소되고 사회는 차갑고 메마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반대로 문학과 교육이 다시 만날 때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과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해석인지도 모른다. 더 높은 점수가 아니라 왜 배우는지를 묻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인간을 이해하려는 언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육자와 인문학자들이 앞으로의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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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oon
10
문학과 인문학이 사라진 교육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AI 시대일수록 정보보다 해석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교육은 점수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 0 / 500 )
sunbin
9
학생을 성적과 통계로만 바라보는 순간 교육은 본래 목적을 잃어버립니다. 문학이 가르쳐 주는 공감과 상상력은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민주 시민을 만드는 핵심 역량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0 / 500 )
pianoman
8
함돈균이 던지는 질문처럼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보다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느냐인 것 같습니다. 교육도 정답 암기보다 사회를 읽고 구조를 해석하는 힘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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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민
6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더 불안해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문학과 인문학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습니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은 결국 사회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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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5
호메로스와 그리스 비극이 시민 교육의 역할을 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문학은 단순한 취미나 교양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해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자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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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nam
5
입시와 취업 경쟁에 매몰된 현실에서 학생들이 왜 공부하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의 목적이 좋은 대학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과 시민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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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79
4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질문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학과 인문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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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9
4
문학은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해야 하는 시대일수록 공감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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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rara
2
효율성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사회가 결국 인간의 존엄을 놓치게 된다는 경고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이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절실해졌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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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mran
1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해석이 필요하다'는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습니다. AI가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것은 사유와 상상력, 공감 능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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