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민주참여포럼 KAPAC 대표 최광철
정치인 혹은 지식인으로서 유시민 작가의 ‘좌파 쁘띠 브루조아’적 시선에 늘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정세 분석이 가진 한계와 특유의 아집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오늘 시사 프로그램 “매불쇼”에서 던진 이재명 정권에 대한 경고 만큼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이러다가 실패한다. 참혹한 실패로 귀착될 수 있다”는 뼈아픈 진단은, 정권의 오늘을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민주·평화 세력의 속내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명 정권은 핵심 개혁 과제였던 검찰개혁의 후퇴라는 국내적 난맥상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의 운명이 걸린 외교·안보 전선에서도 심각한 정체성 붕괴와 방향 상실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1. 윤석열 노선을 답습하는 외교·안보 정책의 후퇴와 훼손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
이재명 정부는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피스메이커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공언하며 남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분투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행보는 전임 윤석열 정권의 ‘강 대 강’ 대결 구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ㅇ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ㅇ한미연합훈련 강화 및 한미일 군사공조 가속화
ㅇ한-EU 공동성명을 통한 북·러 밀착 비판 및 비핵화 압박
ㅇ나토(NATO) 정상회담 참여와 몽골에서의 북한 비핵화 재언급
이 모든 조치는 북한 체제가 생존과 직결해 극도로 꺼리는 아킬레스건이자, 대화의 문을 원천 봉쇄하는 행위다.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대결을 하겠다는 것인지 갈지자행보를 보이며 스스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향한 확고한 실력과 열정을 지닌 인재들로 팀워크를 짜서 남북미 관계 정상화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보수 세력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한미연합훈련을 연기·축소하고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을 보류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비록 하노이 회담의 불발과 결정적 순간의 결단력 부족으로 완성되진 못했지만, 판문점 회담과 평양 회담, 9·19 군사합의를 이끌어내며 적어도 우리 국민에게 ‘평화로운 한반도’를 안겨주었던 엄연한 역사가 있다.
2. ‘한반도평화법안(H.R. 1841)’을 대하는 이재명 정부의 모호한 이중성
현 외교·안보 라인의 기회주의적 태도는 미국 연방의회에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H.R. 1841)을 대하는 태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 법안은 과거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없었던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수교’라는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남북미 관계 정상화 로드맵을 담고 있다. 미 의회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며 현재까지 50여 명의 연방의원들이 찬성 서명에 동참할 만큼 중요한 법적·정치적 자산이다.
이 법안의 폭발력을 가장 두려워한 것은 보수 극우 세력이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조태용 당시 주미대사 등은 미 의회를 찾아다니며 조직적인 찬성 방해 공작을 벌였고, 극우 목사인 전광훈 세력은 미국 로비 업체를 고용해 연간 9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뿌리며 법안을 막으려 노력했다. 에니첸 고든창 모스탄 등이 관여한 보수 단체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법안 반대 대형 광고를 게재하는 등 엄청남 방해 공작 속에서도,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최광철 대표 등 재미 동포들은 극우 세력의 가차 없는 음해와 공격을 견뎌내며 이 법안의 지지 확산을 위해 사투를 벌여왔다.
그렇다면 진보·평화 세력의 지지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안보실과 외교부, 주미대사관은 과연 이 법안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열린 KAPAC 주최 ‘2026 Korea Peace Conference’는 그 민낯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해외 각지에서 모인 400여 명의 평화 활동가들과 미국 연방의원 10여 명이 참석해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미 연방 심장부에 타전한 이 자리에,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를 보내왔다.
그러나 정작 행사를 빛내야 할 강경화 주미대사는 끝내 불참했고, 결국 방미단장으로 참석한 송영길 전 대표가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는 서글픈 촌극이 벌어졌다. 문재인 전대통령, 조정식 국회의장, 강창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이 축사를 보내오고 50여 미연방의원실이 관여하는 자리에 평화 외교의 최전선에 서야 할 주미대사가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한 이 사태에 참석자들은 실망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작가의 발언속에 과연 이러한 파행의 이면에는 단순히 외교 실무진의 무능을 넘어,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군산복합체의 압박을 지레 두려워해 위축된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유약한 안보관이 투영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눈을 가린 가신들을 탓하기 전에 대통령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바꾸는 것, 그것이 깨어 있는 평화 시민들의 당면 과제로 보인다.
3. 무너진 당내 민주주의와 꼭두각시 정당으로의 퇴행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던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무색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및 경기도지사 경선, 그리고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뜻(명심)’ 프레이즈와 과도한 당무 개입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정당이 대통령의 지시 하나로 사람이 쓰이고 버려지는 수직적 지배 체제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꼭두각시 지도부’는 정당 정치를 퇴행시키고 당을 심각하게 후진화시킬 뿐이다.
만약 명픽이 사실이라면 김민석 의원은 청와대의 의중을 군말 없이 집행하는 대리인에 불과한 꼭두각시 대표로 당이 추구하는 개혁과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우려가 매우 깊다.
반면, 대통령과 무조건적인 대립각만 세울 뿐 정작 국정을 조율하고 위기를 돌파할 구체적 실무 능력과 대안이 부재한 정청래 의원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
4. 왜 지금 ‘송영길’인가: 유능한 견인과 실천적 리더십
대통령의 독선적 행보를 올바로 견제하고 민주당을 진정한 개혁과 평화의 정당으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헌신성과 두터운 경륜을 고루 갖춘 실천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 적임자는 단연 송영길 전 대표다.
송영길은 오늘날 이재명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결단의 토대를 닦아낸 장본인이자,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자신을 온전히 던져 당을 구했던 살신성인의 정치인이다. 검찰개혁의 최전선에서 타협 없이 싸워온 뚝심이 있으며, 미·중·러·일 4강 외교에 대한 독보적인 통찰력과 두터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청년 문제, 부동산 및 주택 정책, 지방자치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대안과 열정을 증명해 낸 ‘준비된 실력자’다.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평생 진심을 다해온 송영길 전 대표가 민주당의 중심을 잡아줄 때, 비로소 정당은 대통령 1인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재명 정부를 올바른 역사적 길로 강력히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가혹한 성찰과 실천적 행동이 필요한 때
지지층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당의 뿌리를 흔드는 조급한 ‘재건축’ 구상은 필연적으로 참혹한 실패와 공멸을 부를 뿐이라는 유시민 작가에 발언에 동의한다. 정권이 살고 한반도가 살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외교·안보 전선에서의 비겁한 기회주의를 멈추고, 무너진 당내 정당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길이다. 대통령이 미국 네오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자주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 것, 그것이 우리 국민과 당원들의 책무다. 그리고 당은 맹목적 추종이나 무능한 강경론이 아닌, 송영길과 같이 검증되고 훈련된 실력과 열정을 가진 인물을 전면 배치해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와 정당이 건강한 긴장 관계를 복원할 때 비로소 우리는 참혹한 실패를 피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