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관련 무죄와 오세훈, 김기현 봐주기, 그리고 사법개혁의 긴급성
2026년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시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에서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받았으며,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군 인사 8명이 내란 가담 혐의로 전원 무죄를 받은 직후였다. 이 판결들은 개별 사건의 증거 판단을 넘어,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아래에서 사법부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에 대한 구조적 의문을 동시에 던진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을 향한 판결은 엄격하고 신속하며 무거우나, 이른바 내란 세력과 그 주변부에 대한 판결은 증거 부족이나 진술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관대하다. 특히 김기현 사건은 그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먼저 군 인사들에 대한 판결을 보자. 이른바 ‘햄버거 회동’(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해 12·3 내란 모의 혐의를 받은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 등 군인 8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특검은 이들이 부정선거 수사를 위한 제2수사단 역할을 논의하거나 국회·선관위 병력 투입과 관련됐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며, 군사 조직의 상명하복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계엄이 선포되고 병력이 움직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역할 인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과거 이석기 사건처럼 말의 내용만으로 내란선동 유죄가 확정됐던 사례와 대비된다. 실제 병력 이동과 회동이 있었음에도 ‘의도 불인정’으로 면책되는 논리는, 내란의 책임을 개별 행위자가 아닌 구조와 명령 체계로 희석하는 효과를 낳는다.
오세훈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명태균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평가하고, 새로 제출된 녹음파일 등을 근거로 오 시장의 관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객관적 증거가 충분한데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했다’며 상고했다.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는 진술의 신빙성 평가에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정치자금 관련 혐의에서 핵심 정치인이 책임을 면한 셈이 됐다. 민주당 측에서는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사건은 단지 ‘부부 간 선물’이 아니었다.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윤석열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뒤, 같은 달 17일(당선 9일 후) 배우자 이선애 씨가 김건희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약 267만 원 상당)을 건넸다. 특검은 이를 당대표 선거 지원에 대한 대가·답례로 보고 기소했다. 가방 구매 비용의 절반은 상품권과 백화점 포인트로, 나머지는 김기현 의원의 국회의원 세비가 들어오는 계좌와 연계된 신용카드로 결제됐다. 특검이 확인한 이 정황은 재판부도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인정했다. 가방 안에는 당대표 김기현과 관련된 내용의 메모가 들어 있었다. 재판부는 가방이 대통령의 포괄적 직무(여당 당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와 관련되며, 의례적 선물이 아니라 ‘답례’의 성격을 지닌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윤석열이 당 선거 규칙 변경을 제안하고 경쟁 후보에 적대적 태도를 보인 점까지 언급하며 직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김기현 본인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공모나 전달 사실을 직접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고 관련자 진술에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아내가 직원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월급 계좌로 결제된 정황, 타이밍, 메모, 직무 관련성 인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증거 부재’를 이유로 공모를 부정한 것이다. 특검은 김기현에게 징역 1년, 배우자에게 6개월을 구형했으나, 아내에게만 벌금 500만 원과 가방 몰수가 선고됐다. 김기현 측은 “묻지마 기소”라며 정치탄압을 주장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민주당·진보 진영 관련 사건에서 진술이나 정황 증거가 더 엄격하게 평가되고, 선거법 위반 등에서 신속한 유죄 취지 판단이 내려진 사례들과 대비하면, 그 엄격성의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판결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직전 오세훈 2심 무죄(명태균 진술 신빙성 부정으로 1심 시장직 상실형 뒤집힘)와 군 인사 8명 전원 무죄(롯데리아 회동 및 병력 투입 관련, 국헌문란 목적·의도 불인정, 상명하복 고려)와 맞물린다. 실제 계엄이 선포되고 병력이 움직인 상황에서 ‘구체적 역할 인식 부재’로 면책되고, 정치자금·청탁 관련 핵심 정치인들이 줄줄이 면책되는 흐름은 ‘내란 세력과 그 주변부에 대한 봐주기’라는 인상을 강화한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가 한쪽에는 엄정하고 다른 쪽에는 관대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구조적 배경이 여기에 있다. 법원행정처가 ‘조희대 관여 안 했다’고 밝힌 것과는 별개로, 하급심 판결의 방향성이 사법부 전체의 신뢰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패턴은 왜 사법개혁이 더 강하게, 더 단호하게 추진되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대법관 정원과 구성, 대법원장의 제청권, 재판 지연과 선택적 엄격성 문제는 과거 사법농단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이 추진해 온 대법관 증원(14명에서 26명 이상), 법왜곡죄 도입, 재판소원제 등의 방안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사법부가 정치적 편향이나 권력 친화적 판단을 반복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헌법 개정 사안’이라며 반대하고, 대법관 공백을 장기화하며,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등에서 신속한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개혁 의지가 약해진다면, 사법부는 더욱 자기 방어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 조희대에 대한 국정조사나 탄핵 논의가 나온 것도 이러한 불신의 결과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그리고 더 강하게 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추진이 속도전이나 정치적 계산으로 인해 주저하거나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사법부 편향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증원과 추천 절차 개선, 하급심과 상급심의 판단 일관성 점검 메커니즘, 내란·권력형 비리 사건에서의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 보장, 법관 평가제 개선과 판결문 공개 확대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에서의 국정조사나 탄핵 소추 논의를 회피하지 말고, 국민적 여론과 함께 사법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 회복의 책임은 선출된 권력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방식에서 진영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원칙의 적용’이 아니라 ‘원칙의 선택적 적용’으로 비친다. 김기현 사건에서 직무 관련성과 답례성을 인정하면서도 본인은 면책하고, 오세훈과 군 인사들에게 잇따라 면죄부를 주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공정성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지금 나온 무죄 판결들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더 강하고 단호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증거다. 국민의 심판은 선거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제도 개혁과 지속적인 감시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조희대 사법부가 스스로 이 모순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개혁을 주저한 정치 세력에게도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