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금 싸움의 본질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은 선택지가 아니라 선결 과제다. 국정조사로 모양새를 갖추고, 여론을 살피며, 당내 균형을 맞추려는 태도는 신중함이 아니라 상대의 생존 전략에 스스로 시간을 벌어 주는 행위다. 사법부와 보수 기득권은 이미 자신들이 살기 위해 모든 카드를 계산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역풍’이라는 단어에 발이 묶여 눈치만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살아남고 차기 대권의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양반 노릇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상대는 이미 판을 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일반적인 재판 결과가 아니다. 1심의 시장직 상실형을 뒤집은 그 판결은 보수 세력에게 ‘살아남을 여력’을 만들어 주었다. 동시에 김건희에 대해서는 구속 만료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연말까지 수감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역풍을 막기 위해 핵심 인물은 붙잡아 두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물에게는 숨통을 틔워 주는 전략이다.
사법부와 보수 기득권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계산하고 있다. 무죄로 생존 공간을 확보하고, 구속 연장으로 역풍의 빌미를 차단하는 이중 장치는 이미 작동 중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당내 의견조차 한곳으로 모으지 못하고, 탄핵 역풍을 걱정하며 국정조사부터 차근차근하자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대가 이미 두뇌 플레이를 끝낸 판에서 민주당은 여전히 ‘설득과 동의의 과정’을 운운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가 국민적 동의와 설득을 강조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그 논리는 현실과 완전히 어긋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쟁점은 이미 충분히 쌓여 있다. 대법관 재제청 거부로 인한 공석 장기화, 국정감사에서의 선서 거부와 무단 이석, 업무추진비와 현금 격려금 집행 의혹, 이재명 당시 후보 사건 파기환송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까지. 조국혁신당이 이미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며 공동 추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로 의혹을 먼저 밝히겠다”라고 한발 물러서는 것은 상대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행위다.
내년 2월 사법 인사권을 조희대 대법원장이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법개혁과 내란 관련 재판의 방향은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될수록 그 공백은 조희대 체제의 영향력으로 채워지고, 그 영향력은 다시 재판부와 인사 구조를 통해 재생산된다. 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의 모든 논의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탄핵 역풍을 두려워하는 심리는 이해는 간다. 그러나 역풍은 시간의 문제다. 중도와 보수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으나,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을 저버렸다는 인식이 누적되면 그 충격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과반을 넘고 중도층에서도 찬성이 우세했던 것은, 국민이 이 문제를 여야 대결이 아니라 사법 권력의 책임 문제로 보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역풍을 미리 계산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상대가 이미 계산을 끝내고 실행에 옮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자초하는 일이다. 여론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중도와 보수의 지지율 변화는 자연스럽게 조정된다. 그러나 사법 권력의 구조적 우위가 굳어지는 시간은 되돌리기 어렵다. 국정조사로 의혹을 쌓아 올리겠다는 접근은, 쌓아 올리는 동안 상대가 구조를 더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의혹이 명확해질수록 탄핵의 명분은 커지지만, 그 사이에 인사권과 재판 방향이 이미 정해진다면 명분은 사후적 정당화에 그칠 뿐이다.
당내 기득권 세력 간의 다툼도 문제다. 강경파와 신중파가 갈라지고,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개입하면서 당론이 지리멸렬해지는 모습은 상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 된다. 지금 이 싸움은 당내 균형을 맞추며 신중한 듯한 모습을 보일 자리가 아니다. 상대는 이미 ‘살아남기 위해’ 무죄 판결과 구속 연장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론의 눈치와 내부 균형을 핑계로 결단을 미루는 동안, 사법부는 자신들의 영역을 더욱 공고히 할 시간을 벌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생존하고 차기 대권의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당내 의견을 한곳으로 모으고 실행에 옮기는 결단이 필요하다. 계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시간을 쓰는 동안 사법 기득권은 그 시간을 자신의 구조적 우위로 전환한다. 내부 다툼이 지속될수록 외부의 결단은 지연되고, 지연될수록 상대의 계산은 더 유리해진다.
국정조사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선결 과제로 설정하고, 직무 정지 효과를 통해 사법 인사와 재판 흐름을 일정 기간 통제하는 정치적·제도적 의미를 확보해야 한다.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법조계의 의견도 존재하지만,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일이다. 직무 정지는 그냥 상징이 아니라, 인사권 행사와 재판부 구성의 흐름을 일정 기간 차단하는 실질적 장치다. 그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국정조사로 밝혀낸 의혹조차 사후적으로만 남게 된다. 김민석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모든 방법과 경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말에서 멈추지 말고,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아 탄핵 추진을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중도와 보수의 지지율 변화는 시간이 해결한다. 그러나 사법 권력의 구조적 우위가 굳어지는 시간은 되돌리기 어렵다. 민주당이 지금 보여야 할 것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신중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다. 상대가 이미 두뇌 플레이를 하고 있는 판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패배를 예약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의 생존과 차기 대권의 가능성은 지금, 이 결단에 달려 있다. 김민석 대표는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조희대 탄핵은 선결 과제다. 역풍을 두려워하지 마라. 시간은 중도와 보수의 지지율을 조정하겠지만, 사법 권력의 구조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굳어진다. 민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상대가 계산을 끝낸 자리에서 더 이상 계산만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