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 지지율은 ‘취임 100일 내 10%포인트 상승’이라는 공언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8월 중순 전당대회 직후 40%대 초중반을 기록하던 지지율은 10월 들어 한국갤럽 조사에서 35~36%대로 내려앉았고, 리얼미터 조사(10월 7~8일)에서는 전주 대비 7.0%포인트 급락한 35.5%를 기록하며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36%대에 머물렀고, 조국혁신당은 9%대로 진입했다. 진보층과 40대·수도권에서의 이탈은 단순한 유동층 이동이 아니라 코어 지지층의 냉담을 가리킨다.
오세훈 2심 무죄, 야권 리스크의 해소
여기에 10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2심 무죄 판결이 결정적으로 겹쳤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1심의 유죄(벌금 1천만 원)를 뒤집고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직접 증거인 명태균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보강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이 유지됐다면 시장직 상실과 5년간 피선거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법 리스크가 한순간에 해소된 것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오 시장이 차기 대권 대안 인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야권의 구심점이 살아난 상황에서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김 대표의 낮은 직무 평가(최근 리얼미터 기준 긍정 25.6%, 부정 67.6%)는 더욱 심각한 리더십 위기로 비친다.
지지율 하락의 구조적 배경
지지율 하락의 구조적 배경은 이재명 대통령 국정 평가와의 커플링,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공방, DMZ 안보 논란, 수도권 전월세·아파트값 상승, 인사 파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진보층 일부의 조국혁신당 이동은 민주당의 ‘개혁 선명성’ 부족에 대한 반응이다.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사법 개혁 속도 조절과 조희대 탄핵을 둘러싼 기조 차이가 그 계기가 됐다. 혁신당이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며 공동 행동을 촉구한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뚜렷한 반등 없이 정체하거나 하락했다. 탄핵 공방이 집토끼 결집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중도층과 부동산·경제 불안을 체감하는 층에게는 ‘정치 공방’으로 비치면서 이탈을 가속화하는 양면성도 분명하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이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다.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사법 개혁 속도 조절과 조희대 탄핵을 둘러싼 기조 차이가 진보층 일부를 혁신당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진보층 내 혁신당 지지율이 2주 만에 7.0%포인트 상승한 것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개혁 선명성’을 요구하는 층이 민주당의 신중론을 답답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당이 조희대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며 공동 행동을 촉구한 이후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뚜렷한 반등 없이 정체하거나 소폭 하락했고, 혁신당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탄핵 공방이 집토끼 결집에 일정한 효과를 주더라도, 중도층과 부동산·경제 불안을 체감하는 40대·수도권 지지층에게는 오히려 ‘정치 공방’으로 비치면서 이탈을 가속화하는 양면성을 드러낸다.
탄핵 주저의 현실적 이유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탄핵을 즉각 추진하지 않아서’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 조희대 탄핵은 사법부 독립, 권력분립, 법적 요건과 증거, 국정 안정성이 얽힌 사안이다. 민주당이 주저하는 데는 세 가지 현실적 이유가 있다. 첫째, 실효성이다. 조 대법원장 임기 잔여 기간이 약 8개월에 불과한 상황에서 본회의 통과 후에도 헌법재판소 인용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직무 정지 기간의 사법 공백이 가져올 후폭풍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둘째, 역풍 위험이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독립 침해’ 프레임으로 공세를 강화할 경우 중도·무당층의 반감을 키울 수 있으며, 한 조사에서 사퇴 반대 응답이 찬성을 앞선 점도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셋째, 당내 역학이다. 강경파와 신중론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모든 방안을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논의를 공식화했으나, 원내 중심 의견 수렴과 국감 이후 검토를 주문하는 태도를 보였다. 강경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발의·표결은 최대한 유보하려는 실용적 균형이다.
문제는 이 균형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세훈 2심 무죄로 야권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차기 대권 구도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조희대 문제를 무기한 유보하는 것은 개혁 지지층의 실망을 키우고 중도층에게는 리더십 부재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정략적 판단으로 탄핵을 추진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중도층 이탈을 이유로 법적 책임 가능성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것도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어느 쪽이든 민주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명확한 절차와 판단 기준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한 절차와 공개적인 판단 기준이다. 탄핵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한 사유와 증거를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 조사 범위·자료 확보 계획·일정·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명시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고 헌법상 탄핵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된다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이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요건이 부족하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사법행정 개선과 입법적 통제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만이 개혁 선명성을 요구하는 지지층과 사법부 독립을 우려하는 중도층을 동시에 설득할 가능성을 갖는다. 지지층에는 개혁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도층에는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법적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는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정치적 반발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신뢰는 모든 갈등을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갈등을 일관된 원칙으로 관리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100일의 성적표와 원칙 있는 결단
김민석 대표 체제 100일의 성적표는 단순히 지지율이 몇 퍼센트포인트 떨어졌는가로만 평가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 여당이 개혁의 원칙과 민생의 성과를 얼마나 일관되게 연결했는가 하는 점이다. 당 장악과 정치적 조정 능력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조희대 탄핵은 이 위기를 상징하는 현안이자, 오세훈 무죄로 더욱 명확해진 분기점이다. 사법부의 권한 행사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는 합리적 근거가 확인된다면, 사법부 독립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책임 추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탄핵이 정치적 보복이나 지지율 반전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법적 요건과 증거를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김민석 대표의 선택은 유보가 아니라 원칙 있는 결단이어야 한다.
김 대표가 탄핵 문제를 무기한 유보한다면 개혁을 기대했던 지지층의 실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충분한 검증 없이 밀어붙인다면 중도층의 불신과 사법부 독립 논란을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신중론을 명분으로 한 무기한 지연도, 강경론에 편승한 성급한 결단도 답이 아니다. 조사와 검증의 일정, 탄핵 판단의 법적 기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확인되면 탄핵을 추진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면서 다른 책임 추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세훈 무죄가 던진 과제
오세훈 2심 무죄는 야권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주었지만, 동시에 민주당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를 제시했다. 김민석 대표가 회복해야 할 것은 지지율 자체가 아니라, 민주당이 개혁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책임 있게 실행한다는 신뢰다. 조희대 탄핵과 진정한 사법개혁은 그 신뢰를 시험하는 분기점이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중대한 위법 행위에 책임을 묻고, 개혁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민생을 우선하며, 당내 이견을 조정하면서도 최종 결정을 회피하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이 원칙을 지켜낸다면 탄핵 추진 여부를 둘러싼 갈등조차 제도 개혁의 계기로 전환할 수 있다. 반대로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며 결정을 미룬다면, 지지율 하락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집권 여당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에 대한 불신으로 굳어질 것이다.
모호한 균형이 아닌 원칙적 결단
지금 김민석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모호한 균형이 아니다.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책임을 함께 확보하는 원칙 있는 결단이다. 민생에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사법개혁에서는 위법과 책임의 기준을 분명히 하며, 당내에서는 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안정과 민주당의 개혁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지켜낼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다. 오세훈 무죄로 야권이 숨을 고른 지금, 조희대 탄핵과 진정한 사법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