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은 문을 열었는데 수장은 없다. 2026년 10월 2일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이 청장 공석으로 개문발차한 직접 원인은 법의 미비가 아니다. 지명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범여권 강경파의 철회·사퇴 요구다.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윤건영 의원, 이성윤 최고위원, 그리고 같은 전선에 묶여 언급되는 조국혁신당 박은정·강경숙 의원 쪽의 공세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보루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그 공세가 실제로 흔든 것은 검찰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인사권과 김민석 대표 체제의 조율력이었다. 바깥에서는 야당이, 안에서는 자칭 순수파가 같은 구멍을 팠다.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 기관의 출범을 늦춘 역설은, 이제 수사나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가 됐다.
그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김지용이 2022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보완수사권 폐지에 공개 반대했다는 점이다. 당시 그는 사기처럼 복잡한 사건에서 보완수사가 막히면 증거 부족으로 요구가 반복되고, 처리 지연의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강경파는 이 발언을 검수완박 반대 전력으로 고정한다. 행안부와 청와대는 수사·기소 분리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고, 후보자 본인도 지명 이후 분리 원칙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과거의 실무 판단과 현재의 제도 수용을 구별하지 않으면, 개혁에 한 번이라도 이견을 낸 사람은 개혁 기관의 수장이 될 수 없다는 순환론만 남는다. 보완수사의 공백을 걱정한 말을, 분리 원칙 자체의 부정으로 번역하는 일은 해석이지 기록이 아니다. 그 번역이 청문회 이전의 낙인으로 쓰일 때, 검증은 이미 결론을 앞에 두고 진행된다.
둘째,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에 재고를 요청한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추미애는 이를 들어 “한동훈과 한배”, “윤석열의 용병”, 나아가 “밀정”이라고까지 했다. 김용민 의원은 반민특위 위원장에 친일파를 앉히는 격이라며, 개혁의 자리에 개혁의 대상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 쪽 설명은 결이 다르다. 성명의 취지는 비위 자체의 부인이 아니라 절차 흠결이었고, 감찰위원회와 법원도 방어권과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더 거북한 기록은 따로 있다. 김지용은 추미애 장관 재임 때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검 형사부장으로 윤석열 장모 최은순 관련 사건의 재기수사 명령을 냈으며, 윤석열 정부 첫 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된 뒤 사실상 검찰을 떠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친윤이라 단정하기 어렵지 않으냐”라고 한 것은 이 궤적을 가리킨 말이다. ‘친윤’이라는 딱지는 좌천과 재기수사 명령 앞에서는 잘 붙지 않는다. 그런데도 딱지는 유지된다. 낙인이 사실보다 정치적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2020년의 성명 한 줄이 2026년의 인사 전체를 규정한다면, 그사이에 쌓인 인사와 사건과 좌천은 모두 각주로 밀린다.
셋째, 중수청장과 공소청 수뇌부가 검사 출신으로 채워지면 인적 네트워크로 수사와 기소가 다시 결합하고, 옛 대검 중수부가 더 크게 부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소청에 기존 수사 인력이 남는 직제 개편안도 같은 우려의 연장선에 놓인다. 제도의 위험으로는 들을 만하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기관의 분리로 지켜야 하고, 검사 출신 네트워크가 그 분리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는 개혁론의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그 위험의 해법이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뿐이라면, 국회 청문회는 왜 존재하는가. 추천은 국민 천거로 스물세 명이 올랐고, 민간 중심 추천위원회가 검사 출신 셋과 판사 출신 하나를 압축한 뒤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이어진 절차였다. 대통령은 프랑스 순방 중 지명했고, 반발이 커지자,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검증 결과는 기존 판단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쪽이었다. 청문 기회를 박탈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도 같은 결론이다. 남은 세 사람 가운데 누가 대체 가능한지도 여전히 판단의 영역이라고 했다. 절차를 무시하고 결론만 요구하는 것은 개혁의 엄격함이 아니라, 자신이 승인하지 않은 인사는 어떤 절차를 거쳐도 자격이 없다는 선언에 가깝다.
여기서 ‘제2의 수박’이라는 물음이 성립한다. 수박은 원래 겉과 속이 다르다는 비난이었다. 당의 색깔을 두르고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방향이 반대다. 겉으로는 개혁의 순도를 지키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2020년 전선과 계파의 브랜드를 정부 인사 위에 올려놓는다. 추미애에게 김지용은 단순한 후보가 아니다. 자신이 내린 직무 정지를 재고해 달라고 했던 옛 검사장이고, 그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은 당시의 판단을 2026년에 재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만나 인선 배경을 설명한 뒤에도 수위는 내려가지 않았다.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는 자’라는 표현은 정책 이견의 언어가 아니다. 조국혁신당에게 이 사안은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증명할 무대다. 검찰개혁의 해석권을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넘기지 않겠다는 선언이, 연대 정당의 존재 이유가 된다. 김용민·윤건영·이성윤에게는 당내 강경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계기다. 이성윤 최고위원이 “정치검찰이 새 중수청으로 인식되는 것은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라고 한 것은, 끊어야 할 대상을 이미 후보 개인으로 정해 둔 문장이다. 정청래 전 대표가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했던 사람이 오는 것이 맞는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라고 한 것은 신중론이었다. 강경파의 연일 공세는 그 신중론을 철회 요구로 밀고 갔다. 숙고와 낙인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없애 버린 쪽이 내부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의견의 차이는 정당하다. 검사 출신을 초대 수장에 앉히는 일의 상징을 불편해하는 감정에도 뿌리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청문회 이전의 낙인과 사퇴 압박으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거부권이 된다. 자신들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빠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들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문장은, 이 공백을 정면으로 가리킨다. 같은 날 그는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검찰개혁 주장자 대다수가 한때 법무부 안에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을 두자고 했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자는 주장도 함께였다고 적었다. 과거의 설계도 위에 오늘의 순도를 세우면, 어제의 주장과 오늘의 낙인이 한 사람의 입에서 충돌한다. 김민석 대표가 당 공식 유튜브에서 “과한 요구나 주장으로 개혁의 진영과 대열과 전선, 그리고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당에서 제어할 때”라고 한 것은, 이 공세가 이미 내부 통제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대표의 제어 발언은 보통 야당을 향해 나가지 않는다. 자기 당의 목소리를 향해 나간다는 것은, 그 목소리가 정부의 일정을 잠식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지명은 9월 8일 전후였고,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도달하기까지 추가 검증과 재가의 시간이 끼어들었다. 그 사이 중수청은 10월 2일 수장 없이 출범했다.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 범죄와 법왜곡죄를 맡겠다는 기관이, 청장 공석과 청사·인력의 미비 속에서 문을 열었다. 야당은 그 공백을 준비 부족과 기강 해이의 증거로 쓴다. 광주중수청장이 후보를 공개 비판한 장면은 국정감사에서 곧바로 조직 기강의 문제로 호출됐다. 강경파의 문제 제기가 기관 안의 공개 반대와 겹치면서, 출범 첫 주의 뉴스는 수사 역량이 아니라 내부 균열이 됐다. 지지층은 ‘밀정’과 ‘절차’ 사이에서 다시 갈린다. 한쪽은 청와대의 해명을 덮어쓰기라 읽고, 다른 쪽은 강경파의 공세를 정부 흔들기로 읽는다. 그 갈림은 야당이 만든 것이 아니다. 같은 진영 안에서, 같은 개혁의 이름을 두고 만들어졌다.
책임을 물을 자리는 분명하다. 계파의 기억과 개인의 명분을 정부의 일정 앞에 세운 쪽이, 그로 인해 생긴 수장 공백과 지지층 분열을 어떻게 감당할지다. 오류 없는 의견이라는 확신은 개혁의 동력이 아니라 개혁의 지연 장치가 된다. 청문회에서 과거 발언과 이후 궤적, 재기수사 명령과 좌천, 분리 원칙의 수용 여부를 따지는 것이 검증이다. 14일로 잡힌 청문회는 그 검증의 자리다. 그 전에 ‘용병’과 ‘밀정’으로 못을 박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를 지킨다는 말과 달리 그 정부의 판단권을 부정하는 일에 가깝다. 강경함이 곧 옳음은 아니다. 순도가 높다고 스스로 선언한 의견이 정부의 시계를 멈추게 했다면, 그 순도의 값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출범한 기관의 빈자리를 가장 먼저 설명해야 할 사람도, 그 강경함의 주인이어야 한다. 지지자에게 분열의 비용을 넘기고 자신은 원칙의 자리에 남는 구조는, 개혁의 문법이 아니라 기득권의 문법이다. 그 문법이 당 안에서 반복될 때, 무너지는 것은 상대 진영이 아니라 자기가 세웠다고 말하는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