品
Logo
Corea든 Korea든, 품격은 이름보다 먼저다
Whatever the name—Corea or Korea—dignity comes first.
Whatever the name—Corea or Korea—dignity comes first.
지금
Now
751 Diaspora
유산
Heritage
인문
Humanity
未冷尸
Mirengsi
정치
Politics
언론
Media
Thumbnail
민주화 이후의 정당사는 다양성의 확대가 아니라, 다양성을 양당 안으로 흡수·배제하는 과정에 가깝다.
category-icon

단상斷想

칼럼
Korman

거대 양당의 실질적 내각제, 책임은 없고 기득권만 남았다

Views
0
2026. 10. 04
  • 한국 정치는 헌법상 대통령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공천권과 당론이 의원 개인의 대표성보다 우위에 서는 '실질적 내각제' 형태로 작동합니다.
  • 이 변형된 내각제는 내각제의 책임 정치는 부재한 채 거대 양당이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협력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형성합니다.
  • 소선거구제, 교섭단체 문턱, 국고보조금, 공천권 등 제도적 장치들이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여,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통로를 막고 있습니다.
  •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수정당이나 진정한 진보 세력은 제도권 안으로 진입하기 어렵고, 유권자의 불만이 양당 간 의석 이동으로만 나타나 체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 결국,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거부하며, '눈감아주기'는 단순한 도덕적 실패가 아닌 이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작동 방식이 됩니다.
한국의 헌법은 대통령제를 택했다. 그러나 국회 안의 실제 작동 원리는 그와 다르다. 공천권·당론·교섭단체·국고보조금이 의원 개개인의 양심과 지역 대표성을 압도하는 구조에서는, 대통령제 외피에 내각제식 정당기율이 겹친다. 유권자가 뽑은 것은 한 명의 지역 대표인데, 당선 이후 그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의결권 단위로 환원된다. 이것이 ‘실질적 내각제’라는 진단의 핵심이다. 문제는 그 내각제에 내각제의 책임 정치가 없다는 점이다. 총리와 내각이 의회 신임에 매달려 무너지는 구조가 아니라, 거대 양당이 서로를 악마화하면서도 기득권 규칙만은 공동 수호하는 ‘적대적 공생’이 작동한다.
 
민주화 이후의 정당사는 다양성의 확대가 아니라, 다양성을 양당 안으로 흡수·배제하는 과정에 가깝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잠시 삼김(三金) 정치가 다극 경쟁처럼 보였다. 그러나 1990년 민정·민주·공화의 3당 합당은 지역주의와 반공 질서를 하나의 거대 여당 안에 봉합했다. 반대편은 호남을 거점으로 한 민주 계열이 재편되며 ‘두 개의 대형 포괄정당’이 자리를 잡았다. 당명은 민자·한나라·새누리·국민의힘, 평화민주·새천년민주·열린우리·더불어민주로 바뀌었지만, 핵심은 같았다. 공천과 자금과 지역 기반을 쥔 조직이 간판만 갈아 끼운 채 살아남는 일이었다. 2000년대 이후 총선은 대체로 이 두 계열의 의석 나누기로 수렴했다. 예외처럼 보였던 열린우리당의 과반, 2016년의 뒤집기, 2020·2024년의 거대 여야 스윙도 제3세력의 제도화를 낳지 못했다. 승자는 바뀌었고, 승자의 규칙은 남았다.
 
그 규칙을 떠받치는 장치는 여러 겹이다. 첫째는 소선거구제다. 지역구 254석의 승자독식은 2등에게 표를 준 유권자의 의사를 의석으로 바꾸지 않는다. 둘째는 교섭단체 문턱이다. 원내 발언권·위원회 배분·입법 협상의 문은 사실상 20석 전후의 규모에 달려 있다. 셋째는 국고보조금과 기호 순번, 방송 토론 자격이다. 이미 큰 당은 더 큰 자원을 받고, 작은 당은 존재 증명부터 해야 한다. 넷째는 공천권이다. 한국에서 당선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종종 유권자보다 공천이다. 공천이 지도부와 주류 계파의 손에 있으면, 의원은 지역민보다 당심과 지도부 눈치를 본다. 공천은 보상과 처벌의 칼이 되고, 윤리와 정책은 그 칼 앞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현역 의원이 보좌진·현수막·문자·당직을 독점하는 ‘지역 호족화’ 비판이 당 내부 신인들 입에서도 반복되는 이유다.
 
2024년 총선은 이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역구에서 민주당 계열은 161석, 국민의힘 계열은 90석을 가져갔다. 비례에서는 위성정당이 다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본가에 의석을 돌려주는 통로였고, 조국혁신당이 비례 24.25%로 12석을 가져가며 제3당처럼 보였다. 그러나 녹색정의당은 비례 2%대에 그쳐 원외로 밀려났고, 개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는 한 자릿수 의석에 묶였다. 2026년 중반 국회는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109석 안팎의 교섭단체 양분 위에, 조국혁신당 12석, 진보당 4석, 개혁신당 3석, 기타와 무소속이 흩어져 있는 형국이다. 숫자의 의미는 분명하다. 입법의 속도와 의제의 우선순위는 두 거대 정당의 당론이 결정하고, 나머지는 항의하거나 동조하거나 무시당한다.
 
더 노골적인 장면은 선거구 획정이었다. 거대 양당은 전북과 부산의 지역구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례대표 1석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평소에는 서로를 적폐와 내란, 독재와 당내 부패로 몰아세우던 세력이, 정수와 텃밭 앞에서는 한 몸이 되었다. 위성정당 방지와 비례 확대는 총선 때마다 약속되고 총선이 끝나면 증발한다. 특권 내려놓기 공약은 넘치되, 특권을 재생산하는 선거제도는 손대지 않는다. 정쟁은 치열하고, 제도 개혁은 공동 방기된다. 이것이 적대적 공생이다. 잘하기 경쟁이 아니라 덜 못하기 경쟁, 상대를 끌어내려 반사 이익을 취하는 정치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따로 볼 필요가 있다. 집권 혹은 원내 다수일 때 정당은 ‘정권 수호’와 ‘당의 단결’을 거의 동의어로 쓴다. 계파 갈등, 공천 학살 논란, 개별 의원의 윤리 문제, 상임위 운영의 독단은 ‘지금 흔들면 상대만 이득’이라는 논리 아래 봉합된다. 공천 국면에서 비주류가 걸러지고, 주류에 영합한 인사가 살아남는 패턴은 한두 해가 아니다. 당원 주권을 내세울수록 숙의는 줄고 동원과 투표만 남는다는 지적도 반복된다. 당원이 늘어도 정책 정당이 되지 않고, ‘지배하려는 당원’과 지도부가 서로를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구조가 된다. 내부 비판은 배신으로, 외부 비판은 검찰·언론·야당의 공세로 규정되기 쉽다. 눈감아주기는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가장 값싼 방법은, 자기 진영의 치부를 상대 진영의 공격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라고 다른 문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계파 공천, 청년 정치의 전시화, 외부 스타 영입으로 혁신하는 척하면서 내부 기득권은 온존하는 방식, 정권 실패를 지도부 교체 쇼로 덮는 방식은 대칭적이다. 양당은 상대의 비리를 크게 부풀리고 자신의 비리는 최소화한다. 국민 앞에서 그들은 적이다. 국회법·선거법·정치자금법 앞에서는 동업자다. 건물과 토지, 현금성 자산, 임대 수입을 쌓아 올린 거대 정당의 재정 규모는 이 동업이 이념이 아니라 조직 재생산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소수정당과 ‘진정한 진보’는 사라졌는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사라진 것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존재를 제도 안으로 밀어 넣을 통로다. 민주노동당이 원내 교섭단체까지 넘봤던 기억, 통합진보당의 해산, 정의당의 원내 정착과 붕괴, 진보당의 지역 거점 생존, 조국혁신당의 비례 돌풍과 이후 지지율 추락은 한 줄로 이어진다. 2024년 조국혁신당은 비례에서 600만 표 이상을 얻었으나, 2025~2026년 지지율은 수시로 2~3%대로 내려앉았다. 의석 12석과 지지율의 괴리는 제3당이 독자 이념 정당으로 정착하기보다, 거대 정당 심판의 풍선으로 소비되고 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당은 의석을 소폭 늘렸지만, 전국 정당 지지율은 1% 안팎이다. 개혁신당 역시 원내 소수에 머문다. 무당층은 20%대 중후반을 오가는데, 그 공백을 받아 안을 정당은 없다. 유권자의 이탈은 있으나 대안의 제도화는 없다.
 
실질적 내각제의 폐해는 여기서 완성된다. 내각제라면 연립과 정책 거래가 일상화되고, 소수정당이 캐스팅보트가 되며, 실패의 책임은 내각 붕괴로 돌아간다. 한국의 변형은 반대다. 대통령제라서 행정부 책임은 청와대(대통령실)로 모이고, 국회는 거대 정당의 당론 투표로 움직인다. 의원 개인은 내각제처럼 당에 묶이되, 내각제처럼 정권의 운명을 함께 지지는 않는다. 면책과 불체포, 보좌 인력, 후원과 후원회의 특권은 남고, 정책 실패의 값은 분산된다. 상임위원장직을 둘러싼 원 구성 지연, 보이콧과 단독 선출의 반복은 민생 입법이 아니라 지분 싸움이다. 2026년 후반기 원 구성이 수십 일 끌린 장면은 예외가 아니라 문법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는 거대 양당에 좌우되어야 하는가. 유권자가 그것을 원해서가 아니다. 제도가 그렇게 보상하기 때문이다. 소선거구는 사표를 양산하고, 위성정당은 비례의 취지를 속이며, 교섭단체와 보조금은 신규 진입의 고정비를 올린다. 미디어는 양당 대결을 가장 값싼 서사로 팔고, 팬덤 정치는 내부 비판을 배신 프레임으로 닫는다. 양당은 상대가 필요 없다. 상대라는 ‘공포의 거울’이 필요할 뿐이다. 거울이 있어야 내부의 불협을 덮을 수 있고, 공천 갈등을 단결로 포장할 수 있으며, 개혁을 다음 국회로 미룰 수 있다.
 
해법은 도덕 선언이 아니다. 위성정당을 차단하는 법, 비례 의석의 실질적 확대, 교섭단체 요건의 완화, 공천 과정의 개방과 현역 평가의 제도화, 정치자금의 투명성, 당론 투표를 예외화하는 양심 투표의 관행. 이 목록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사회와 소수정당이 반복해 온 것이다. 번번이 막힌 지점도 같다. 규칙을 고쳐야 할 당사자가 규칙의 수혜자라는 사실. 거대 양당에게 다당제는 민주주의의 성숙이 아니라 지분의 손실이다.
 
소수정당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사라지게 만든 장치가 남아 있다. 진정한 진보가 멸종한 것이 아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거대 정당이 진보의 자리를 점유하고, 점유하지 못한 진보는 의석 밖의 구호로 밀려난 것이다. 한국 정치의 병리는 좌우의 대결이 너무 치열해서가 아니라, 대결의 규칙이 너무 담합적이라는 데 있다. 국민이 양당을 심판해도 양당 체제는 살아남는다. 심판의 화살이 정당 간 의석 이동에만 꽂히고, 정당 체제의 독점 구조에는 꽂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 내각제를 내각제의 책임으로 되돌리거나, 대통령제의 개인 대표성을 의원에게 돌려주지 않는 한, 눈감아주기는 윤리 스캔들이 아니라 이 체제의 정상 가동 방식이 된다.

댓글
( 0 / 500 )
youngsoo
9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을 섞은 것이 아니라, 책임은 대통령에게 집중시키고 정당의 권한은 내각제처럼 강화한 구조라는 지적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공천권이 의원의 독립성을 제약한다는 대목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고 봅니다.
( 0 / 500 )
박광철
6
양당이 선거 때는 서로를 향해 극단적인 언어를 쏟아내면서도 선거제도나 정치자금처럼 자신들의 기득권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쉽게 손을 대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결국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많아 보여도 실제로 의석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좁다면 다당제는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 0 / 500 )
민수네
9
정당개혁을 말할 때마다 정치인의 의식부터 바꾸자고 하지만,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개혁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공천권을 분산하고 비례성을 높이며 소수정당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정치인이 다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훨씬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 0 / 500 )
man88
6
특히 ‘소수정당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존재를 제도 안으로 밀어 넣을 통로가 좁아졌다’는 관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제3당이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사라지는 현상을 유권자의 변덕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선거제도와 교섭단체 요건, 비례대표제의 설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국 정치의 반복되는 양당 구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0 / 500 )
李秀
6
모든 양당 정치가 담합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경쟁과 공통 이해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거대 정당 사이에는 정책과 이념에서 상당한 충돌도 있습니다.
( 0 / 500 )
아무래도_좋아
5
제3정당이 선거 때마다 돌풍을 일으키고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현상을 유권자의 변심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소선거구제와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공천 구조가 신규 정당에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정치적 선택이 살아남을 제도적 통로가 필요합니다.
( 0 / 500 )
bigBOY
5
양당이 서로를 향해 독설을 퍼붓는다고 해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거제도와 공천제도처럼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습니다. 국민이 봐야 할 것은 말싸움의 강도가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라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 0 / 500 )
soomin
4
결국 핵심은 정당을 없애거나 정치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데 있지 않고, 의원이 당 지도부와 지역구 유권자 사이에서 누구에게 더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제도적으로 다시 묻는 데 있다고 봅니다.
( 0 / 500 )
HonorSociety
4
공천권 분산, 비례성 강화, 교섭단체 문턱 완화 같은 개혁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유권자의 다양한 선택이 국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될 것입니다.
( 0 / 500 )
grand_k
4
한국 정치의 답답함을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자질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거에서는 국민이 주권자지만 당선되는 순간 의원은 공천권과 당론이라는 또 다른 권력에 묶입니다. 결국 책임은 분산되고 권한만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 0 / 500 )
diamond
3
‘실질적 내각제인데 책임은 내각제처럼 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핵심을 찌릅니다. 의원은 당론에 묶여 있으면서도 정책 실패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권한과 책임이 같은 곳에 모이지 않는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0 / 500 )
최유미
1
이제서야 조금 감이 오네요. 최근의 민주당이 왜 분열하는지요. 문재인 대통령 때 거대 여당이었지만 개혁에 민기적 거리는 것이 이상했고 또 같은 당 대권 후보였던 이재명 당 대표를 내부에서 앞장서서 궁지에 모는 것을 보면서 단순히 일부의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의 이탈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요.
( 0 / 500 )
신고내용

신고내용을 선택해주세요
회원비난/비하/욕설글 및 댓글도배성 게시물저작권 침해/불법자료 유출허위사실유포개인정보 유출.사생활 침해무단광고/홍보음란물 및 도박 불법 광고물범죄행위 관련 글불법행위 관련 소개물품 판매 및 사기글악성코드 및 스파이웨어 유포기타 사유 및 운영진 판단
ID
PasswordShow password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Sign in with Google
열린국회정보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열려라국회국회입법예고참여연대참여연대

All information provided by us is free of charge and is for the public good.

ⓒ 2022. P-UM.net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