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없는 나라에서 정의를 말하는 기관이 자기 장부에서만 기준을 멈추게 해온 관행을 멈출 줄 모른다면, 그 기준은 법이 아니라 신분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기록은 바로 그 지점에 걸린 범죄다. 일선 공무원에게는 기준을 천 원 넘긴 식사 한 끼가 징계였고, 청탁이 없었다는 변명도 파면을 막지 못했다. 사법부 수장이 인원을 부풀린 장부를 사과 한 줄로 해명하려는데 정부 여당이 닭 쫓는 시늉만 하는 것도 같은 범죄다. 같은 국가 내에서 이 두 장면이 동시에 성립하니, 내란범과 내란 옹호마저 성립되는 국사범죄가 성립한다.
2026년 9월 28일 뉴스타파 보도 이후 법원행정처는 참석 인원이 사실과 다르게 적힌 사실을 인정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서 “참석 인원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라고 했고, 경위는 “실무자가 임의로 기재했다”로 돌렸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에만 이런 기재가 최소 13건이다. 한 끼에 1인당 많게는 20만 원이 든 식사를, 머리를 늘려 1인당 5만 원 이하인 것처럼 보이게 한 뒤 그 자료를 국회 국정감사용으로 제출했다. 방배동의 한 식당은 더 선명하다. 자료에는 2025년 11월 25일 38명이 115만 2천 원을 썼다고 되어 있는데, 그 식당 최대 룸 수용 인원은 19명이다. 없는 사람을 서류에 앉혀 1인당 단가를 낮춘 것이다. 규모도 따로 놀지 않는다.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는 2023년 약 459만 원에서 조희대 취임 이듬해인 2024년 약 1억 3,652만 원으로 서른 배 가까이 뛰었다. 조희대 취임은 2023년 12월 8일이다. 쓴 돈의 크기보다 무거운 것은 쓴 뒤의 장부다. 국민 세금으로 고급 식사를 한 사실 자체보다, 그 단가를 숨기려고 공적 기록을 고쳐 국회에 낸 행위가 핵심이다.
이 나라의 일선은 그 단가를 이렇게 다루지 않았다. 2016년 12월 인천의 한 소방서 직원 열두 명이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결혼을 치른 직원이 답례 겸 송년회로 자리를 냈고, 총액은 54만 1천 원이었다. 신랑 측이 20만 원을 냈고 외근 직원 네 명이 나머지를 보탰다. 밥값을 내지 않은 과장·팀장 일곱 명이 문제가 됐다. 권익위는 1인당 약 4만 5천 원으로 음식 한도 3만 원을 넘겼다고 봤고, 징계위원회는 답례분 20만 원을 뺀 뒤 1인당 3만 1천 원으로 다시 계산했다. 한도를 천 원 넘긴 셈이다. 일곱 명에게 견책이 내려졌고, 3만 1천 원에서 5만 4천 원의 징계부가금이 붙었다. 청탁도, 인허가도, 개인 착복도 없었다. 동료의 결혼 답례 자리였고, 초과액은 천 원이었다. 그래도 공적 기록에 남는 징계가 됐다. ‘관행이었다.’, ‘사적인 자리였다.’, ‘개인적으로 챙긴 돈은 아니다’라는 말은 그 천 원을 지우지 못했다.
더 무거운 선도 이미 그어져 있다. 인천 강화군 공무원 한 명은 건축 허가 업무를 맡던 2017년과 2018년, 직무 관련자로부터 열일곱 차례에 걸쳐 약 850만 원 상당의 식사와 술을 대접받았다. 형사 재판에서는 2023년 9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800만 원과 추징이 선고됐다. 인사위원회는 2024년 8월 파면과 수수액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을 의결했다. 본인은 청탁을 받은 적도, 들어준 적도 없고 평소 알던 사람들과의 식사였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2025년 6월 29일 인천지법 행정 1~2부는 파면을 적법하다고 봤다. 악의가 뚜렷하지 않아도 공직자의 청렴 의무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고, 파면은 공직기강을 세우기 위한 공익적 조치라는 이유였다. 징계부가금 부분만 재량 일탈로 취소됐다. 청탁이 없었다는 항변은 파면을 막지 못했다. 법원이 확인해 준 기준은 간단하다. 직무 관련 식사의 반복은 그 자체로 직을 앗아 갈 수 있다.
같은 기준은 해외 공관에서도 직을 먼저 끊었다. 2018년 10월, 주베트남 대사 한 사람이 현지 골프장 개장 행사에 가족을 데리고 가면서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공받았다. 골프장 개막행사에는 전직 국가 정상과 외교단 그리고 정치인들과 한국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는 공무원들이 나오는 행사였다. 베트남은 가족중심의 국가여서 가족을 동반하는 것이 정상에 대한 최고의 예우다. 그는 공무 출장으로 갔지만 가족은 출장처리하지않고 주최측의 편의를 받았다는 것이 이슈였다. 청탁법에서 공공성이 있는 행사에서 교통과 숙박을 제공받는것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외교부 감사는 이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고, 2019년 해임과 함께 고발했다. 본인은 모든 일정이 업무였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은 없다고 맞섰다. 그 항변은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검찰은 2022년 8월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 해임은 연금에도 타격을 남기는 중징계다. 청탁의 대가가 특정되지 않아도, 가액을 넘는 편의가 확인되면 직이 먼저 날아갔다. 이 사건은 국가가 공관장에게 적용한 법리 해석을 보여주는 데 충분하다. 그 법리가 사법부 수장의 장부 앞에서는 사과 한 줄로 줄어든다.
그 기준을 들이대 온 사법부의 수장 장부에서는 룸에 들어갈 수 없는 서른여덟 명이 서류에만 앉아 있다. 1인당 20만 원짜리 식사가 5만 원 이하로 둔갑해 국회에 제출됐다. 들키자 나온 말은, 소방관 일곱 명과 강화군 공무원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던 바로 그 문장이다. 실무자가 임의로 적었다. 수치를 잘못 기재했다. 죄송하다. 기관장 명의의 예산이고, 기관장 수행의 식사이며, 그 결과가 국정감사 문서다. 최종 사용자가 인식했는지, 누가 단가를 5만 원 선에 맞추라고 했는지, 열세 건이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 말단 기재 오류로 닫히고 있다. 아랫사람에게는 한도를 천 원 넘긴 한 끼가 견책이었고, 청탁 없는 열일곱 번의 식사가 파면이었다. 윗사람에게는 반복된 인원 부풀리기가 사과 한 줄로 끝나려 한다. 이것이 형평이 무너진 자리다.
죄명의 차이를 면죄부로 쓰는 것도 허용될 수 없다. 청탁금지법은 본래 직무 관련자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는 행위를 막는다. 음식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다. 1회 100만 원 또는 연 300만 원을 넘기면 직무 관련성조차 따지지 않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예외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식사 전부가 곧바로 김영란법상 수수와 같은 죄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차이는 책임을 가볍게 하지 못한다. 일선에서 인원을 부풀리는 편법이 문제가 된 이유가, 바로 1인당 단가를 기준 아래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식사비는 별도 증빙이 없으면 총액을 참석자 수로 나눠 판단한다. 머리를 늘리면 한도 안으로 들어가고, 머리를 줄이면 한도 밖으로 나간다. 대법원 자료가 한 일은 그 계산을 거꾸로 조작한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더 무거운 층이 있다.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 아니라 세금 계좌에서 나간 돈이고, 그 내역을 고쳐 국회에 냈다는 점이다. 허위공문서 작성 여부가 따져질 수 있는 사안을, 수수 한도와 조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죄명이 달라도 숨기려 한 대상은 같다. 기준을 넘는 한 끼의 단가다.
형평은 감정이 아니다. 같은 국가가 같은 종류의 일탈에 같은 무게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파면과 견책을 받은 공무원에게 법원은 ‘실무자가 적었다’라는 말을 받아 주지 않았다. 경위와 가액과 반복을 따졌고, 청탁이 없어도 청렴 의무의 훼손만으로 최종 징계를 적법하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사법부 수장의 장부에서만 그 문장이 해명된다면, 앞서 확정된 징계는 사후적으로 선별 집행이 된다. 천 원 때문에 견책을 받은 소방관과, 청탁이 없어도 파면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공무원 앞에서, 20만 원짜리 식사의 머리를 서류로 늘린 기록이 사과로 끝난다면 그 판결들은 아랫사람에게만 작동한 규칙이 된다. 같은 국가 안에서 아랫사람은 3만 원을 넘지 않으려고 자리를 계산하고, 윗사람은 20만 원짜리 식사의 머리를 늘려 5만 원 이하로 보이게 한 뒤 죄송하다로 끝낸다면, 법은 행위가 아니라 직급에 따라 다른 무게를 갖는다.
정의란 특별한 사람에게 특별한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기준이 지위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기준이 멈추는 순간 남는 것은 법이 아니라 서열이다. 공개에 대한 태도도 같은 균열이다. 법원은 다른 기관의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에 대해 알 권리를 넓게 인정해 왔다. 참석자 이름 같은 개인정보를 빼고, 언제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는 공개 범위에 넣었다. 남에게는 장부를 열라고 판결하고, 자기 장부는 총액과 회의 이름만 내놓다 인원 부풀리기가 드러났다. 가린 장부가 허위였다는 인정은 그 모순을 비위로 바꿨다. 기준을 말하는 곳이 기준의 적용을 자기에게서 거두는 구조다.
사과로 끝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못의 핵심이 식사 금액이 아니라 기록의 조작과 그 기록의 대외 제출이기 때문이다. 실무자 책임으로 돌리려면 누가, 어떤 지시나 관행 아래, 몇 건을, 어떤 단가에 맞춰 고쳤는지가 조사로 확정돼야 한다. 일선 공무원에게는 그 확인을 생략한 적이 없다. 소방관의 천 원도, 강화군 공무원의 열일곱 번도, 본인의 항변만으로 닫히지 않고 징계와 재판을 거쳤다. 사법부 수장에게만 그 과정을 생략한다면, 그 생략 자체가 형평의 파괴다. 정부 감사와 수사가 먼저다. 허위공문서 작성과 예산 사용의 적정, 보고 체계상의 지시와 인식이 가려져야 한다. 그 결과가 형사 책임을 가르는 것이지, 사과문이 그 결정을 대체하지 못한다.
탄핵은 그다음의 정치적 책임이다. 헌법이 사법부 수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판결의 독립만이 아니다. 그 직에 실린 기준이 자기에게도 작동한다는 신뢰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여당과의 갈등이 이 사안을 압박 카드로 쓰는 정치적 맥락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맥락이 열아홉 명짜리 룸의 서른여덟 명과 열세 건의 단가 맞추기를 지우지는 못한다. 제청 다툼이 없었더라도 장부의 허위는 남는다. 진상 없이 사과로 넘기는 것은, 천 원에 견책을 받고 청탁 없는 식사에 파면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배신이고, 법원이 스스로 써 온 기준에 대한 배신이다. 정의는 동일한 기준이 돌아갈 때 비로소 정의다. 그 기준이 조희대의 장부 앞에서 멈춘다면, 멈추게 한 사람은 사법 처리의 대상이고 그 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내란이 쉬운 나라가 되어 가느라, 이 고생을 한다. 조희대 만세, 윤석열 만세, 창녀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