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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이후 110년, 윤석열의 3년…“대한민국은 정말 망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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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7. 02


조선 왕조의 ‘말년’을 보면 씁쓸하다 못해 안타깝다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조선 왕조는 정조를 끝으로 사실상 그 수명이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정조 사후 순조가 등극한 1800년은 조선 왕조 사멸의 원년으로 꼽을 만하다. 조선 왕조가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 현대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가의 생존은 강력한 리더십, 제도적 안정성, 경제적 지속 가능성, 사회적 응집력, 외부 위협 대응 능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흥망사를 보여준다. 찰스 틸리는 중앙집권적 권력의 중요성을, 더글러스 노스는 제도적 효율성을 강조했다. 또한 에드먼드 버크는 사회적 신뢰를, 조지프 나이는 외교적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 중 하나의 요소라도 어긋나거나 붕괴하면 나머지 다른 요소들도 도미노처럼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조선이 망했을 때(1910년), 그 이전의 100년을 보면 국가의 생존 조건이 하나씩 처참하게 무너져내리는 걸 목도할 수 있다. 조선의 마지막 5대 왕(순조, 헌종, 철종, 고종, 순종)들은 국가 생존의 조건들을 하나씩 야금야금 까먹으며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순종에 이르러 그 명맥이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조선 마지막 5대 왕의 ‘절멸’은 2025년 윤석열 정권의 몰락과 닮아 있다. 왕조와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의 차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외부 환경, 시간적 거리 등이 조선 왕조와 윤석열 정권을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하겠지만 권력과 국가의 생멸이라는 ‘원초적 생존본능’ 차원에서 보면 공통점도 그려진다.
 
사실 정조 때만 해도 그 후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선의 번영을 기약해 볼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조(1752~1800)는 국가 존망의 조건을 충족한 조선의 마지막 왕이 돼버렸다.
 
정조는 신해통공(1791)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탕평책으로 정치를 통합했다. 규장각은 정책 싱크탱크로 제도적 효율성을 높였고, 수원 화성(1794~1796)은 군사와 경제적 기반을 다지는 데 유효한 ‘배후기지’였다. 삼정문란 정비는 민심을 안정시켰으며 청나라와의 균형 외교는 자주성을 지켰다. 이 모든 정조의 정치적 성과들은 국가의 생존 조건에 부합하는 성군의 치적으로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정조의 ‘붕어’와 함께 조선의 기력은 급격히 쇠해 갔다. 필자는 정조 이후 조선이 왜 갑자기, 그토록 ‘발작적인 권력의 쇠락’을 보여주었는지 늘 의문이 들었다. 정조가 이뤄놓은 국가 존망의 든든한 직조물들이 왜 하루아침에 갈기갈기 찢어졌던 것일까.
 
필자는 그 근원적 이유를 왕과 국가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호시탐탐 그 빈자리를 노리고 있던 비정상적인 권력이 결국은 조선 왕조를 잡아먹은 것으로 본다. 바로 세도정치다. 세도정치의 권력 전횡은 국가 존망 조건인 리더십, 제도적 안정성, 경제적 지속 가능성, 사회적 응집력, 외부 위협 대응 능력 등을 하나씩 갉아먹어 가면서 자신들의 한 줌 권력을 유지해 나갔다. 세도정치가들이 나라보다 집안을 먼저 생각한 것은 오늘날 윤석열이 국가보다 배우자를 먼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세도정치는 안동 김씨를 비롯한 특정 가문이 왕실을 배제하고 권력을 독점하며 국정을 농단한 체제를 말한다. 이는 정조의 중앙집권적 리더십과 제도적 균형(탕평책, 규장각)을 무너뜨리며 국가의 핵심 기능마저 마비시켰다.
 
세도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를 왕을 중심으로 한 신하들과의 ‘협의’ 시스템이 아니라 세도가 몇몇 실세들의 즉흥적이고 정파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순조(11세 즉위 1800~1834) 때는 안동 김씨 김조순이 순조의 장인으로서 조정을 장악했다. 김씨 가문은 혼맥과 관료 임명을 통해 권력을 사유화하며 정조의 탕평책을 무력화했다.


특히 신유박해(1801)는 천주교 탄압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안동 김씨가 남인 등 반대 세력을 숙청하는 도구로 이용한 정치적 ‘쿠데타’였다. 홍경래 난(1811)은 삼정문란으로 인한 민중의 불만이 폭발했으나 안동 김씨는 이를 민생 안정 대신 무력 진압으로만 대응했다. 이는 경제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응집력을 무너뜨렸다.
 
헌종(8세 즉위 1834~1849)의 정치 권력도 안동 김씨와 조씨 외척(조만영)의 권력 다툼 속에서 무력화되었다. 세도정치는 왕실을 배제하고 권력 분점을 통해 국정을 농단했다. 이때도 기해박해(1839)와 흉년이 발생했지만 민생을 파괴하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골몰했다.
 
철종(19세 즉위 1849~1863) 때는 세도정치의 절정기였다. 철종은 국왕이 되기 전까지 어린 시절을 강화도에서 나무꾼으로 보낸 ‘강화도령’이었다. 그는 안동 김씨가 왕위에 올린 꼭두각시였다. 김씨 가문은 중앙과 지방을 완전히 장악하며 국정을 사유화했다. 이때 일어난 진주 민란(1862)으로 민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안동 김씨는 민란을 무력 진압하며 민심을 외면했고 이는 사회적 응집력 붕괴를 상징한다.
 
그 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고종(12세 즉위 1863~1907)이 등극한다. 고종은 단순히 외척(명성황후)뿐 아니라 아버지 흥선대원군, 안동 김씨 잔존 세력 등의 ‘3중 협공’에 내내 시달리다 결국 나라마저 일본에 넘겨준 최악의 무능력 왕이었다.
 
임오군란(1882) 때 세도정치의 부패와 군대 불만이 폭발했으나 고종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청나라의 개입을 요청해 일본이 조선을 삼키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동학농민혁명(1894)으로 고종의 권위는 완전히 상실되고 그나마 시도한 개혁(갑오경장)은 외세 간섭과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좌초하고 말았다.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33세 1907~1910)은 나라가 일본으로 넘어간 뒤 이름만 존재했던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그는 일제의 통제 아래 있었던 명목상 왕이었다.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는 일제와 결탁하며 국정을 완전히 농단했고 결국 나라를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최후의 장본인들이었다.
 
세도정치는 국가의 모든 기능을 마비시켰고 1910년 마침내 조선은 일본에 강제병합되며 왕조는 문을 닫아야만 했다. 유럽의 왕실들이 나라가 망하고 난 뒤 새롭게 ‘국가’를 세우는 과정에서 과거의 왕실 가족들을 다시 옹립해 명목상으로나마 입헌군주제를 취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조선의 민중들은 정조 이후 마지막 5대의 왕들이 행했던 무능에 질려 버려 왕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조선의 몰락을 앞당긴 마지막 5명의 왕들은 세도정치의 철벽에 막혀 제대로 된 ‘왕권’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목숨을 연명하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순조, 헌종, 고종의 어린 나이와 철종, 순종의 정치적 경험 부족은 세도정치가 권력을 장악할 틈을 주는 결정적 원인이 다.
 
하지만 나이나 정치력의 부재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그것이 세도정치의 국정농단을 가능케 한 일부 조건은 될 수 있겠지만 조선 몰락을 앞당긴 핵심 원인은 아니다. 어떤 국가든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국가의 번영과 존망은 그 ‘국체’가 총체적 위기에 처했을 때 얼마나 ‘회복 탄력성’을 가지느냐와 위기 대응 능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세도정치의 권력 전횡이 없었다면 왕실의 약화나 외부 압박은 정조의 시스템 정치(규장각, 탕평책, 화성)로 충분히 대응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세도정치라는 비정상적인 권력의 국정 농단이 518년(1392~1910) 왕조를 박살내버린 것이다.
 
윤석열이 집권한 시기는 불과 3년이다. 조선이 망하는데 1800년 순조 즉위부터 1910년 순종까지 딱 110년이 걸렸지만 대한민국은 윤석열이 5년 동안 집권했다면 조선의 붕괴에 준하는 국가의 몰락을 재촉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권은 김건희라는 현대판 세도정치 세력이 국정에 비정상적으로 개입하면서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경우다.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 비리는 안동 김씨의 매관매직와 부패에 준하는 비리 백화점이었다. 안동 김씨 세도가들이 왕을 제치고 인사를 독점했듯이 김건희는 ‘영부인 라인’을 동원해 요직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다.
 
윤석열 정권이 5년 동안 이어졌다면 국가의 시스템이 조선 몰락 직전 수준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과거의 100년은 지금의 10년에 해당 될 정도로 지구촌의 국가 순위는 자고 나면 뒤바뀔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너무나 다행히도 윤석열의 비정상적인 권력 농단은 3년이 되던 해 자신의 '자해 정치'로 가까스로 멈췄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 시스템 복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국정 개혁이 아니라 무너졌던 헌정(조선 왕정) 질서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며 정조가 시도했던 시스템 국가의 현대적 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은 정조가 남긴 정책(규장각), 통합의 정치(탕평책), 위기 대응 기반(수원 화성)이라는 국가 시스템을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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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on
10
정조의 리더십과 시스템이 그토록 빨리 붕괴된 이유를 이렇게 구조적으로 설명한 글은 처음 봅니다. 윤석열 정권과의 비교도 생각보다 설득력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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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arian
8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정조의 시스템 정치와 연결지은 점이 흥미롭네요. 과연 대한민국은 조선처럼 무너질 수 있을까? 경고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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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16
7
세도정치가 조선을 갉아먹었듯, 김건희를 중심으로 한 권력 사유화가 오늘날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통찰력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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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
7
윤석열 3년이 조선의 100년에 필적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국정농단이란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시대가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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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do
5
‘나라도 아니고, 집안 먼저’라는 구절이 뼈 때리네요. 국가보다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한 권력자들,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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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man
6
정조가 남긴 유산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면 지금의 한반도 운명도 달라졌겠죠.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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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4
세도정치와 윤석열 정권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읽고 나니 전혀 억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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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네
5
정조-윤석열, 순조-김건희, 규장각-국가 시스템. 역사적 대칭 구조로 풀어낸 시각이 탁월합니다. 이런 비교야말로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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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奴者
4
정조 이후의 조선은 외적으로는 왕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군요. 지금의 상황과 겹쳐지는 게 소름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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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雲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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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이후 세도정치의 폐해를 현재와 연결해서 분석한 글이 흥미롭네요. 특히 안동 김씨 세도정치와 김건희 라인의 비교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권력의 사유화와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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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rain
4
정조의 시스템 정치(규장각, 탕평책, 화성)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결국 강력한 리더십, 제도적 안정성, 사회적 응집력 등이 국가 존망의 핵심 요소라는 지적에 동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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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1
너무 좋은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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