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여전히 ‘이재명의 시대’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윤석열-검찰 권력의 오랜 핍박에 독이 오를 대로 올랐을 이재명의 첫번째 ‘국정운영’은 피바람 나는 복수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예상’도 해보곤 했다.
정치인들은 으레 권력을 잡게 되면, 화장실 들어갈 때의 기분과 나올 때의 마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우리 역사는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는 정적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그를 수시로 ‘긁자’ 그는 아예 유신헌법을 만들어버렸다.
유신헌법이라는 종신의 권력을 가지게 된 박정희는 이전의 그와 확연히 달라졌다. 중앙정보부를 앞세워 야당 인사들을 미친 듯이 탄압하고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압살해 버렸다. 하지만 박정희가 유신이라는 화장실 문을 나오는 순간, 최측근에 의한 피살은 이미 예정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권력은 칼날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쪽을 쥐더라도 자신의 손에도 피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권력의 칼춤에 취해 자신이 피를 흘리는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먼지털이 수사에 정치적으로 사망 직전까지 갔다. 실제로 백주에 흉기에도 피습돼 죽음의 선을 넘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 인터넷 방송에 나와 ‘정치인은 선거에서 어렵게 당선돼야 더 오래 간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자신의 고생담을 담담하게 피력한 면도 있지만 ‘고난의 서사’가 없다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도 오르지 못한다는 점을 털어놓은 ‘경험담’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그 ‘개고생’을 보답받기 위해 ‘대통령만 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복수심을 흉중에 깊이 품고 있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보곤 했다. 그래서 이재명의 시대 도래가 불안해 보였고, 두려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점차 ‘그렇구나’라는 확신으로 굳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먼저 2가지 점에서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가짐이 너무나 달라져서,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정적 제거의 굿판을 벌이고 측근들을 마음대로 기용하며 권력의 칼춤을 출 것이라는 필자의 소심한 예상과는 너무도 확연히 다르기에 적어본다. 그리고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권력을 잡기 전이나 후가 똑같은 역대 유일의 ‘성과 실적형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대통령실 참모 인선 발표를 할 때 필자의 눈을 고정시킨 사람은 단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었다. ‘실리콘밸리 키즈’ 외모에 대통령실 휘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자유분방하고 호기심 가득한 AI 천재를 이재명 정부의 미래 먹을거리 1순위 재료인 AI의 그랜드 플래너로 임명했다니 충격이었다. 한편으론 오랜만에 정치에서 느껴보는 신박하고 신선한, 정치도 세련되게 보일 수가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감이 분출했다(이런 기대가 기대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기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지명했다. 배 후보자는 LG의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을 설계를 주도한 기술 전문가다. 이 대통령은 하정우와 배경훈 투톱에게 ‘한국 AI 산업을 마음껏 한번 디자인해보라’고 자리를 깔아준 것이다. 이밖에 스타트업 등 민간 산업 분야의 발전을 촉진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58) 네이버 고문을 발탁했다.
이재명 대통령 인사에서 민간기업 출신의 중용은 단순히 실용주의 노선이라는 해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재명의 인사 스타일은 관료나 정치인들의 이런저런 연줄과 ‘정무적 균형’ 등을 고려하던 역대 정권과는 확연히 달라진 방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오영주라는 외교부 2차관을 중기부 장관에 임명해 전문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금도 왜 외교 전문가를 민간 산업 분야의 꽃인 중기부 장관에 ‘박아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오 장관의 배우자인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었다), 이것이 이재명과 윤석열 인사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믿을 만한 ‘친구’(이상민)에게 행안부 장관을 맡겨 수많은 논란에도 끝까지 ‘알박기’를 하는 것이라든지,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김용현)으로 갑자기 이동시켜 결국은 역사의 대역죄인으로 둔갑케 한 그 현란한 인사술만 보다가 갑자기 이재명식 능력, 실적 위주 인사를 접하니 암흑천지에서 갑자기 환한 세상으로 나온 것처럼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필자는 왜 이재명이 하정우, 배경훈, 한성숙같은 자신과 일면식도 거의 없는 인물을 중요한 자리에 앉히려는지 알지 못한다. ‘굳이’ 유추를 해보자면 국민들에게 실적과 결과물을 안겨주고 싶다는 순수한 행정가의 충심으로 이해하고 싶다. 거기에 애국심이라는 과한 찬사도 조금 얹고 싶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감히 성과와 실적을 요구해 본 적이 없다. 또한 지금까지 대통령이 내놓는 실적과 성과의 밥상을 받아본 적도 없다. 누가 감히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점수를 매긴단 말인가. 국회에서 ‘성과 미달’이라고 추궁해봤자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영역’이라는 한 마디로 제압해버리면 그만이다. 심지어 출근도 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대통령을 보며 대통령은 ‘막연히 무슨 일을 하는 최고 권력자’라는 권위주의의 안대에 가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대통령을 ‘평가’할 수도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의 인사는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성과형 대통령 리더십’을 제안하고 실천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민간기업 출신들이 행정력이나 소통의 기술 등이 모자라 관료들로부터 뺑뺑이만 당하다가 퇴임을 할 수도 있고 이 대통령 기대와 정반대로 혼란만 야기하다 퇴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친구나 지인 찬스로 공직을 맡아 하나마나한 말만 하고 돌아다니며 세금을 축내는, 있으나마나한 공직자들의 폐해보다는 낫다고 백퍼센트 확신한다.
이재명의 인사는 또한 권력의 절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선에서 3번째 도전만에 승리했다면 그 ‘호승심’으로 자신이 그동안 아끼거나 점 찍어둔 사람을 반드시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 욕심을 억누르고 오로지 실력과 능력으로만 사람을 뽑고, 하다 못해 과거 정권 인사를 다시 쓴다는 건 요즘 권력자들에게서 보기 드문 절제력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렇게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직책 인사에 대해 오로지 능력과 실력만 보고 사람을 뽑다 보니 공직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직자들에게는 엄중한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공직자의 한 시간이 곧 5200만 국민의 한 시간과 같다는 마음으로, 5200만 배의 책임감으로 임해달라”고 공직자들에게 주문한다.
‘공직자가 고생해야 국민들이 편안해진다’는 이 만고의 진리는 관료들의 밥벌이와 안온한 삶을 위해 국민들이 뼈 빠지게 돈 벌어 세금 갖다 바치는, 그런 꼬인 세상에서는 통하지 않는 상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국민들 민원을 무시하고 베짱이처럼 편하게 국민의 녹봉을 낼름낼름 받아먹는 관료들을 가장 경멸했고 이제 그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해양수산부에 오는 12월 말까지 부산 이전 완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새로운 건물을 짓지 말고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전 시기를 앞당기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자는 이 결정을, 해수부가 온갖 변명을 들며 국정기획위원회에 오는 ‘2029년’까지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보고한 뒤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자 희생’ 논리가 적용된 첫번째 ‘국정운영’ 사례로 꼽고 싶다.
이 대통령은 24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새로운 공직자상을 강조했다. 서유기의 파초선(작은 부채) 예를 들면서 공직자들의 ‘별스러운’ 마음가짐을 촉구했다. 손오공이 불을 끄기 위해 파초선을 빌려 그것을 한 번 부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 태풍이 불고 세상이 뒤집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은 “아주 작은 부채로 세상은 엄청난 격변을 겪는데도, 본인은 잘 모른다. 권력이 그런 것 같다. 여러분이 하는 일, 작은 사인 하나, 작은 관심 하나가 여러분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죽고 살고, 누군가가 망하고 흥하고, 그런 게 더 쌓이면 나라가 흥하거나 망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들이 어떤 태도로 어떻게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결과가 만들어진다. 여러분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달라. 그런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다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 아닌가. 한국 민주주의는 이런 당연한 말조차 대통령이 국무위원들 모아 놓고 초등학생 가르치듯 세세하게 예를 들어 다시 설명할 만큼 아직도 미성숙하고 미완인 상태에 있다.
이재명의 시대가 도래해 희망적인 점이 있다면 상식을 상식으로 대하는 세상이 돼 간다는 것이다. 권력자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상식의 반대편인 그 ‘비상계엄’을 건너온 지 이제 불과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이재명의 시대는 비정상의 정상화와 함께, 상식이 다시 상식으로 작동하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다.
댓글
( 0 / 500 )
band89
3
정치에 기대를 접은 지 오래였는데, 이재명의 시대가 '상식을 상식으로 대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면 한 번 더 믿어보겠다
( 0 / 500 )
보라아빠
9
윤석열 정부의 오영주-김용현 인사와 비교하니 확실히 방향성이 다르긴 하다. 국민 입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 0 / 500 )
동진
3
윤석열 정부의 오영주-김용현 인사와 비교하니 확실히 방향성이 다르긴 하다. 국민 입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었으면.
( 0 / 500 )
vivian
6
이 글을 보니 문득 생각난다. 왜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에게 성과를 요구하지 못했을까? 정말 민주주의가 후진국이었구나.
( 0 / 500 )
edu91
8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실제로 국정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짧은 기간 내에 사회 기능이 정상화되고, 국정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0 / 500 )
닥터82
7
성과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린 만큼,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질적 변화를 계속 보여주길 바랍니다. 정상화된 국정 운영이 곧 국민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0 / 500 )
oldboy
6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와 리더십이 국내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결과로 증명하는 정치가 계속되길 응원합니다
( 0 / 500 )
dias
4
민간 출신 인사 중용 좋다. 다만 관료조직과의 충돌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가 관건.
( 0 / 500 )
크리스
5
하정우 수석, 배경훈 장관 후보… 이름만 들어도 신선하다. 정치는 느려도 미래를 향한 투자는 빠르게 해야지.
( 0 / 500 )
JudgmentDay
5
능력 위주의 인사, 진짜 오랜만에 보는 상식적 행보다. 제발 기대가 실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 0 / 500 )
na_zzang
5
짧은 기간 내에 국정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기존 국무위원들과의 협치, 추경 등 주요 정책 결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내며, 사회적 혼란이나 큰 충돌 없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0 / 500 )
Jeong Byeon_72828
4
시원한 글 이제야 말로 희망이 보이는 세상 한 복판에 서 있어 좋기만하다. 불신의 시대에서 겨우 헤쳐나왔으니 우리도 인간답게 한 번 살아보자
( 0 / 500 )
신고내용
신고내용을 선택해주세요
회원비난/비하/욕설글 및 댓글도배성 게시물저작권 침해/불법자료 유출허위사실유포개인정보 유출.사생활 침해무단광고/홍보음란물 및 도박 불법 광고물범죄행위 관련 글불법행위 관련 소개물품 판매 및 사기글악성코드 및 스파이웨어 유포기타 사유 및 운영진 판단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Sign in with Google
All information provided by us is free of charge and is for the public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