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사회에서 청년층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청년층의 높은 자살률과 극우 성향으로의 이탈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현상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사회적 병리에서 비롯된 두 가지 극단적 대응 방식이다. 한국 청년층의 자살률이 OECD 평균보다 2.1배 높은 23.0명을 기록하고, 동시에 20대 청년층에서 극우 성향이 28%로 나타나는 현상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청년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한국 청년층이 경험하는 위기는 사회가 제시하는 문화적 목표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 사이의 심각한 괴리에서 비롯된다. 좋은 대학 진학, 안정적인 취업, 경제적 성공이라는 사회적 기대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청년 실업률의 지속적 증가, 비정규직의 확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거 문제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 상황에서 청년들은 머튼이 제시한 다양한 적응 유형 중 극단적인 형태를 선택하게 된다. 일부는 ‘포기 주의’의 극단적 형태로 자살을 선택하여 사회로부터 완전히 철수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다른 일부는 ‘반항’의 형태로서 기존 사회 질서를 전면 부정하고 극우적 이데올로기를 통해 새로운 목표와 수단을 추구하게 된다. 극우화된 청년들은 기존 사회 시스템을 ‘부패하고 무능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권위와 배타적 민족주의를 통한 사회 재편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극단적 정치 세력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족, 지역공동체, 직장 등이 제공하던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의 급속한 해체는 청년들을 심각한 사회적 고립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중 3년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미 약화하였던 사회적 자본을 더욱 고갈시켰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청년들에게 온라인 공간에서 극단적인 형태의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게 만든다. 자살을 선택하는 청년들은 완전한 사회적 단절을 통해 고립감을 ‘해결’하려 하지만, 극우화되는 청년들은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형태의 사회적 연대를 통해 소속감을 회복하려 한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는 기존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들에게 강력한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공한다. 여기서 청년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개인적 실패가 아닌 ‘외부의 적’(이민자, 페미니스트, 좌파 등)에 의한 피해로 재해석하게 되며, 이를 통해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려 한다.
상대적 박탈감은 한국 청년층의 극단적 대응을 이해하는 핵심적 요인이다. 부모 세대가 경험한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이동의 경험은 청년들에게 준거집단으로 작용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박탈감에 대한 대응 방식은 상반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자살을 선택하는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내재화하여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극우화되는 청년들은 이를 외재화하여 사회에 대한 공격적 적대감으로 표출한다. 극우 이데올로기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명확하고 단순한 해답을 제공한다. 복잡한 사회경제적 구조 문제를 특정 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환원시키면서,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어려움이 개인적 실패가 아니라 ‘적들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위안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사회 제도들이 제공하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청년들은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과도한 개인화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해결책보다는 극단적인 개인적 해결책을 추구하게 만든다. 자살은 개인화된 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가장 극단적인 개인적 해결책이다. 반면 극우 이데올로기는 개인화된 불안을 집단적 정체성으로 전환하는 또 다른 극단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극우적 세계관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를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구조로 재편성하여 제시함으로써, 개인화된 불안감을 집단적 적대감으로 승화시킨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실패와 좌절을 사회적 투쟁의 맥락에서 재해석하게 된다.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유대감이 약화할 때 일탈 행동의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청년층의 경우 전통적인 사회 유대의 요소들인 애착, 전념, 참여, 신념이 모두 약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유대의 약화는 청년들을 기존 사회 질서에서 이탈시키며, 극단적 행동에 대한 사회적 억제 기능을 약화한다. 자살과 극우화는 모두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지만, 그 방향성이 정반대다. 자살은 사회적 유대의 완전한 단절을 통한 소극적 저항이라면, 극우화는 기존 사회 질서를 전복시키려는 적극적 저항의 성격을 띤다. 두 현상 모두 정상적인 사회적 통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다.
현대 청년층의 극단적 대응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온라인 공간은 극단적 사고와 행동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자살에 대한 정보와 방법이 온라인에서 쉽게 접근 가능해지면서 자살의 전염성이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극우 이데올로기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추천 시스템은 유사한 성향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노출해 극단적 사고를 강화하는 ‘에코 챔버’ 효과를 만들어낸다. 자살 충동을 가진 청년들은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정당화하게 되고, 극우 성향의 청년들은 혐오와 분노를 조장하는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극단적 정치 성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은 청년층의 극단적 대응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다. 소득 불평등의 확대와 자산 격차의 심화는 청년들에게 기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서로 다른 극단적 결론에 도달한다. 일부 청년들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개인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선택한다. 반면 다른 청년들은 불평등의 원인을 특정 집단의 ‘특혜’나 ‘역차별’로 해석하면서 극우적 해결책에 매력을 느낀다. 극우 이데올로기는 복잡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단순한 집단 간 갈등으로 환원시키면서,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쉽고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에서 극우 성향이 28%로 나타났으며, 남성의 극우 성향 비율이 24%로 여성의 1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격차는 한국 사회의 성별 갈등이 정치적으로 극단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남성 청년층의 경우 페미니즘의 확산과 여성 정책의 확대를 ‘역차별’로 인식하면서 극우적 정치 성향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성 청년층은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면서 다른 형태의 절망감을 경험한다. 여성 청년층의 자살률 증가는 성별 권력 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개인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별 갈등의 정치화는 청년층 내부의 연대를 분열시키면서, 집단적 해결책 모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가치와 목표에 기반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진입하는 노동 시장은 이미 탈산업화, 디지털화된 환경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교육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청년들에게 깊은 혼란과 좌절감을 안겨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획득한 학력과 자격이 실제 사회에서는 기대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청년들의 자아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의 모순은 청년들에게 기존 사회 질서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자살을 선택하는 청년들은 이러한 불신을 내면화하여 자기 파괴로 이어지지만, 극우화되는 청년들은 이를 외부로 투사하여 기존 엘리트 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표출한다. 극우 이데올로기는 기존 교육 엘리트와 지식인 집단을 '기득권'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동원한다.
한국 청년층의 자살과 극우화 현상은 모두 같은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병리적 현상이다. 따라서 이 두 문제의 해결은 개별적 접근이 아닌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 청년 고용 안정성 제고, 교육 시스템의 개혁, 경제적 불평등 해소는 물론,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을 개인적 실패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청년들의 절망과 분노는 정당한 사회적 신호이며, 이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 필요하다. 단순히 극단적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 행동을 유발하는 사회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자살률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마찬가지로 청년층의 극우화 현상도 사회의 병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이해되어야 한다. 높은 청년 자살률과 극우 성향의 확산은 모두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징후이다. 따라서 이 문제들의 해결은 개별 청년의 치료나 교정이 아닌 사회 전체의 치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청년들이 절망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 사회, 청년들이 건전한 방식으로 사회 참여와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이다. 이는 단순히 청년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