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경부터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대한민국 헌정 파괴의 극심한 혼란은 딱 6개월 만에 그 시계가 멈췄다. 다행이고,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국가 붕괴의 위기를 막는 데 크게 일조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고마움마저 느끼게 된다.
이 대통령은 6월 2일 밤 여의도에서 ‘빛의 혁명’을 되새기며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여느 때와 달리 그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고 비장함과 결연함이 연설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금까지 권력을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이재명 대통령이지만 이제는 그의 손에 쥔 권력의 칼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뇌와 걱정이 엿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수위도 없이 곧바로 국정운영 ‘실전’에 들어간다. 다행히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선과 경기도지사 등의 ‘행정직’을 거치면서 쌓은 ‘업무 인수인계’ 노하우가 있어서 당장의 국정공백 혼란은 없을 전망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김대중처럼 완성형 지도자는 아니겠지만 영리한 학습 능력과 풍부한 행정 경험 등이 강점인 진화형 지도자로서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재명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참모들은 “그의 밑에서 일을 해보면 꾀를 부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일을 하는 당사자보다 훨씬 더 현황 파악이 잘 돼 있고 업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특히 관련 현안들을 한 데 묶어 포괄적으로 같이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한다.
특히 22대 총선 압승을 이끌며 익힌 ‘당무’ 능력을 겸비했기에 현재 정치권에서 이재명만한 행정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인물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이 거의 마비되고 경제가 폭망한 현 시점에서 그나마 우리 국민들은 가장 나은 ‘대안’을 선택한 셈이다.
그럼에도 딱 한 가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당부할 점이 있다. 이재명 시대가 열리면 보수언론을 비롯한 아마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 대통령에게 훈수를 두거나 ‘충정의 제언’을 무수히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 또한 그 무리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게 꺼림칙하지만 딱 하나에만 집중해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지난 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소신과 통합의 정치를 열어 달라고 했다. 이것이 이재명 정권의 하드웨어라면 그 안에 채워 넣을 소프트웨어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이 대통령이 다양한 행정경험과 당무 운영을 토대로 장관의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스타성을 확보해 주고 키워주는 것만이라도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관철해 나갔으면 한다.
사실 어떤 국가든 쓰러질 수 있다. 뛰어난 지도자를 만나면 흥하다가 엉뚱한 일에 국력을 낭비하는 못난 통치자가 나오면 국민은 괴롭고 국가는 망가진다. 우리도 그런 쓰디쓴 경험을 지난 3년 동안 했다. 국민들이 묵묵히 견뎌준 결과이자 그나마 야당이 스러져가는 국가를 더 이상 붕괴시키지 않고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다.
그런데 국가가 쓰러질 때 중요한 점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단단하게 다시 일어서는가에 있다. 필자는 그것을 정치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르고 싶다. 회복탄력성의 사전적 의미는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어려움이나 시련을 겪은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을 말하기도 한다.
윤석열은 지난 3년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오로지 자신과 김건희의 사적 놀이터로 국가를 망가뜨렸다. 윤 부부는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권력 허영심을 충족시켜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다가 국가 체계와 정치 시스템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내란 세력을 두드려 잡느라(아직도 완진은 전혀 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대한민국이 망가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제 몸에 자기 청진기를 대본들 알 리가 없다. 탁월한 지도자가 나타나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정밀검진을 해봐야 한다.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최우선의 책무다.
그런데 망가진 정치에 대한 회복탄력성은 단순한 ‘복구력’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 이전으로 정치를 ‘원복’시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필자가 기대하는 정치의 회복탄력성은 헌정 파괴의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기존의 취약한 구조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체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대안을 말한다.
필자는 비상계엄 이후 훼손된 정치의 회복탄력성 핵심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이라 규정하고 싶다. 사회 각계 각층, 각 인물들이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자율성과 책임 속에서 수행하며 서로의 경계를 존중할 때 비로소 황폐화된 사회에 개혁과 쇄신의 새싹이 싹틀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때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 군인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린하고 그들의 충성심을 악용해 사적 앙갚음의 도구로 쓰는 미개한 짓을 저질렀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아랫사람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고 그들의 자율성과 영역, 책임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것, 각자의 위치를 지키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정치 회복탄력성의 본질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조금 미시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 앞으로 임명할 장관을 목석으로 두지 말고, 대통령이 질책하고 훈계하고 계도해야 할 보릿자루로 국무회의에 앉혀두지 말고, 그들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키워주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챙겨주라는’ 것이다.
사실 김영삼 김대중 정권 때만 해도 국민들이 웬만한 부처의 장관 이름은 다 꿰고 있었고 사소한 가십거리에도 관심이 많았다.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힘은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장관들에게 온전히 위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국정 운영의 긍정적 동력이다.
하지만 어느 정권 때부터인가 장관은 '듣보잡'이 돼 버렸고 대통령에게 아부나 하고 심기나 보살피는, ‘눈치 보는 아이’가 돼버렸다. 김영삼 김대중 때가 지금보다 국가 통치가 잘 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필자는 권력의 관계성에 대해 주목해 보고 싶다. 김영삼 김대중 때 장관들은 대부분 그들 ‘보스’와 수십년 동안 희로애락을 같이 한 ‘동지’들이다. 당연히 어렵게 획득한 권력에 대한 일종의 ‘동점 의식’(同占意識)이 있었다.
권력은 혼자 쟁취한 것이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 획득한 것이다. 더 나아가, 더 지혜로운 지도자라면 국민들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권력은 각자의 기능과 위상에 맞게 써여져야 한다. 대통령이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독재가 시작된다. 대통령의 ‘떡고물’이라고 생각해 부하들에게 조금씩 떼주면서 관리를 한다면 부패가 만연한다.
권력의 치중과 쏠림은 윤석열이라는 멈출 수 없는 괴물을 낳고 말았다. 지도자의 권력은 나눌 때 역설적으로 더 커진다. 윤석열이 겉으로는 권력이 있다고 믿었겠지만 일개 대령도 국군통수권자의 ‘멍청한 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정도로 윤의 권력은 헛방이었던 것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 때 군인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존중해주었다면 그들은 단순한 상하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윤을 도와줬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 천하의 아부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 윤석열을 인간적으로 돕고 재판에서 호의적인 증언을 해주는 단 한 명의 부하가 있는가. 없다. 이것이 사적 노리개로 전락한 권력의 씁쓸한 말로다.
이재명 대통령의 두 어깨에는 망가진 정치에 대한 회복탄력성이라는 막중한 책무가 얹혀 있다. 이재명 정부에 출범 후 6개월 안에 몇 명의 스타 장관이 탄생한다면 나는 그것을 이재명 정권 초기의 성공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장관을 제 멋대로 하대해도 되는 ‘부하’가 아니라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명예를 지켜주는 국정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이재명 리더십은 ‘정치의 복구’가 아니라 ‘정치의 재건’과 회복탄력성에 목표를 둬야 한다. 이는 곧 한국 정치와 사회가 회복 차원이 아닌 ‘진짜’로 진화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지혜롭고 매력있는 장관들이 많이 나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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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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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정말로 권력 분산과 장관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한국 정치도 드디어 진화의 기회를 맞이하는 거라 본다.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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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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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참 공감됩니다. 무너진 정치 시스템을 복원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키워드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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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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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을 보릿자루처럼 다루지 말라는 조언, 꼭 이재명뿐만 아니라 모든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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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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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회복탄력성이라는 말, 너무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면 역대급 지도자가 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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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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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나누는 리더십이야말로 진짜 리더십이다. 윤석열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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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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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김영삼 시절 장관들의 ‘동지적 권력 공유’ 사례는 정말 시사점이 크다. 이재명도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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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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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행정 경험이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장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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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ung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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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 글이 그 방향을 잘 제시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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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有三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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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장관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우리 정치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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