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추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내홍은 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이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행보는 한국 정치의 가장 기회주의적이고 부적절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단일화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며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적 책임은 권성동에게 있다는 비판이 당 내외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권성동의 정치 행보는 일관된 신념이나 가치보다는 철저히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여온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신속하게 탄핵에 찬성했고, 이후 바른정당으로 떨어져 나갔다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했다. 정치권에서 ‘줄타기의 달인’, ‘박쥐’,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년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인연을 바탕으로, 그리고 검찰 선후배 관계로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권성동은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며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는 물밑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는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중앙대 법학과 출신인 권성동은 소위 ‘SKY’ 출신이 아니라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검사 시절부터 문제가 있는 행태를 보여왔다. 형사부 검사로 재직할 당시 직원들과 혐의자들에게 강압 수사는 물론, 반말과 욕설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데 '정평'이 나 있었다. 검찰 내에서도 ‘사건 조작의 달인’이자 ‘구태검사의 전형’으로 불렸던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옷을 벗었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맡으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는 2009년 강릉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내리 5선을 하며 강릉지역에서 제왕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특히 강릉지역에서는 그의 입김 없이는 어떠한 사업도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이 과정에서 온갖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권성동의 행태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김문수 후보에 대해 ‘죽었다가 깨도 김문수는 절대 안 된다.’, ‘그 알량한 대선후보’라는 등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물밑에서 주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김문수 후보 앞에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문제가 있는 것은 그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이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한 배신적 행동으로 비판을 받았던 그는, 이번에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과 절연 의사를 밝히자 ‘모든 노여움은 오롯이 저에게 담아달라’며 다시금 김문수 당 대통령 후보와 함께해 달라고 요청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전 시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3년 전 두 놈(권성동과 권영세)이 윤석열을 데리고 올 때부터 당에 망조가 들더니 또다시 엉뚱한 짓으로 당이 수렁으로 빠진다. 윤통과 두 놈은 천벌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권성동의 행태에 대한 당내 중진들의 누적된 불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권성동부터 정계에서 은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선거운동 현장에서도 권성동을 향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으며, 이는 그가 더는 당내에서 설 자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권성동의 행태는 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이 철저히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신념과 가치, 원칙과 일관성 없이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좇아 보여온 그의 행보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검사 출신으로서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그가 권력에 아부하고 정치적 생존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지역구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그의 정치적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이제 권성동의 정치적 퇴출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그의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해서는 권성동과 같은 구태정치인의 퇴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의 퇴출은 단순히 한 개인의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을 넘어, 한국 정치가 기회주의와 줄타기, 이권개입과 같은 구태의연한 행태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권성동의 몰락은 정치인들에게 원칙과 신념, 도덕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
진정한 정치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권력의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치적 박쥐’가 아닌,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가진 정치인들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권성동의 최후는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