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도발적인 주제를 잡아보았다. 대선 승리가 유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굳이’ 정계은퇴까지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손을 잡을 필요성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주제에 묻혀 있는 ‘함의’는 이 후보 집권 후 어떤 국정운영 철학을 펼칠 것인가에 대해 미리 던져보는 질문이라는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최근 이재명 후보가 홍준표 전 시장을 향해 계속 호의적인 발언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해 “선배님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좌우 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보수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해 오신 홍 선배님께서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셔서 참으로 안타까웠다”라며 “이 난국에 이념이나 진영이 국익이나 국민 행복보다 중요하겠는가. 어떤 정당을 지지했든 누굴 지지했든 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전 시장을 향해 “미국 잘 다녀오십시오.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라며 글을 맺었다. 대선 공식선거 운동 첫날 이 후보가 이렇게 홍 전 시장에게 따뜻한 시선의 글을 공개한 것은 물론 아직도 ‘이재명’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보수 중도층의 부정적 표심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단순히 홍 전 시장에게 ‘안부 인사’를 올린 것이 아니라 대선 승리 후 국민의힘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보수층 인사들과의 일종의 ‘소연정’이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홍준표 구애 편지’로 미리 한 자락을 깔아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에는 최근 이 후보측이 홍준표 전 시장의 경제정책 책사였던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를 선대위에 합류시킨 것도 그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한 언론은 12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정책통으로 일한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가 대선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돕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13일 이 전 교수의 민주당 중앙선대위원회 합류 사실이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전 교수는 홍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아 경제 정책을 지휘해왔다. 특히 가상자산 규제를 줄여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막겠다는 취지의 정책 설계를 도맡아 왔는데, 가상자산 양성화를 주장하는 이 후보와 결이 닿아있다.
또한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간담회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했고, 부동산 투기를 막으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대체 투자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이병태 전 교수는 홍준표 캠프의 경제정책 실세였으며 국민의힘 내에서도 대표적인 경제우파 이론가로 통한다. 이병태 전 교수의 영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히 한 보수 경제책사를 참모로 앉힌다는 의미보다 민주당이 보수층과 일종의 정책 연대와 정책 연정을 실시할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도 연결된다.
이 후보와 만찬을 가졌던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도 이 자리에서 이 전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후보는 정규재 전 주필 등 보수층의 중도성향 ‘찬탄파’ 인사들과도 교감의 폭을 넓히는 등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좌우 통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이 후보가 굳이 윤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대선 이후에도 진영 논리를 넘어선 통합 정부 구성이나 정계개편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외 캠프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인수위도 없이 곧바로 집무를 시작해야 한다. 처음 한 두달은 혼란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수층과의 통합 정부 구상은 지지층의 반발과 저항보다는 보수층을 위로하며 정국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집권 초반 연착륙을 시도해야만 한다. 이는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 행보를 통해 그 불안정성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라며 정계개편과 통합 정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홍준표 전 시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정계은퇴를 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와의 ‘연대설’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과거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한때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슬그머니 복귀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을 알고 홧김에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이재명 후보가 삼고초려를 해서 정계에 복귀시킨다면 못 이기는 척 들어줄 정도의 정치감각은 있다.
특히 홍 전 시장은 2024년 하반기부터 반복적으로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자고 주장해 왔다. 그는 “87년 체제는 이제 수명이 다 했다”며 “좌우 정당이 연립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통합형 책임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헌법 개정 수준의 ‘국가 체제 개조’를 포함한 구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홍 전 시장은 “다음 대통령은 이념의 전쟁이 아닌,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협치 기반의 좌우 연합 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자신이 그 대통령 당사자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지만 이것이 그의 정치적 소신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일단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보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국민의힘의 분열 과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과의 정계개편이나 소규모 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병태, 윤여준 등 보수 인사 영입은 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상존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 홍 전 시장이 정계은퇴를 했던 것은 번복의 여지가 있지만 그동안 ‘반 이재명 정서'를 자신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오다가 갑자기 그의 소연정에 응해 직접 협력을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수층이 이 후보의 통합 행보를 불신하며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 더 분노할 수도 있다. 더구나 개딸 등의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이 보수층과의 소연정이나 정계개편에 극렬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인수위 없이 바로 출범할 수도 있는 이재명 정권의 초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대선 이후 이재명 발 정계개편이나 소연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과 보수세력의 약화, 국민적 통합 요구, 이재명의 실용주의, 국정 안정화 필요성, 장기적 정치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 그리고 홍 전 시장의 복귀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을 넘어 대선 이후 한국 정치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형성하려는 포석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수층 불신과 강성 지지층 반발, 국정 동력 약화 등의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집권 초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후보의 실용적 리더십과 보수 인사들과의 교감은 그것을 상쇄시킬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을 승리하고 홍준표 전 시장이 민주당의 ‘구애’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두 개의 합이 맞게 될 경우 한국 정치는 6월 3일 이후 죽기살기식 전쟁이 아닌 상생과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재명과 윤석열의 전쟁으로 촉발된 극단적인 정치 대립과 분열이 이제는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점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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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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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시장과의 협력이라니, 처음엔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니 대선 이후 정국 안정을 위해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다시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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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
9
민주당 지지자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정국 안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습니다. 실용주의 정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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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能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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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의 광폭 행보,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대선 후 분열보다는 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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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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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는 필수죠.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 모두를 위한 리더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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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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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시장과의 연대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큰 실망을 줄 겁니다. 이 후보가 진보적 가치를 버리고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건 위험한 도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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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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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시장에 대한 구애가 단순히 보수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용 전략이라면, 대선 이후에는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정치적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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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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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연정이라는 명분으로 홍 전 시장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실질적인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정책적 합의가 어렵고 오히려 내부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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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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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수 인사들과의 연대가 쉽진 않겠지만, 대선 이후 국정운영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타협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후보라면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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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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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를 생각하면 보수층도 함께 끌어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실용적 접근이 결국 정치적 지형을 바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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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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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확장? 하지만 돼지발정제에 각종 혐의의 범죄자 홍준표와? 아무리 이재명을 지지하자만 이건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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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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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 포장된 기회주의가 아니기를 바라며, 지속가능한 원칙에 의거한 행보였으면 합니다. 과거 민주 진영의 선봉장 중 하나였던 김영삼도 대연정 기치 아래 3당 합당을 실행했고, 지금의 국힘은 그 연장선상에 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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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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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이 이재명 후보와 홍준표 전 시장의 연대를 곧바로 받아들일까요? 홍 전 시장의 정치적 행보가 워낙 변덕스러워 보수 유권자들도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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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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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시장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이재명 후보의 통합 의지는 분명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국민 통합을 위한 큰 그림으로 이해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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