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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a77

반지성주의와 한국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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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3. 16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그리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는 “한국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순위는 세계 최고이지만,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시간이 없다”라고 썼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못하면 무시당하기 때문?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칭찬을 받기 위해? 친구들도 하니까…? 정말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할까. 이런 답변 중에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있나요? 교과목별 공부의 목적을 찾아볼까. 국어교과목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도덕이나 윤리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는 공감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원론적 이상과 실제는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세상은 무한 경쟁과 치열한 싸움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즘 젊은이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 MZ 세대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함께 지칭하는 말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인구 집단을 의미한다)의 무모하거나 이기적인 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천박하다거나 개인주의에 대해 비판적 논조로 이야기하는 기성세대의 평가가 많다. 특히 MZ 세대를 반지성주의(反知性主義, 영어: Anti-intellectualism) 또는 반주지주의(反主知主義)라는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즉, 지성, 지식인, 지성주의를 적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불신을 말한다, 교육, 철학, 문학, 예술, 과학이 쓸데없고 경멸스럽다는 조롱의 형태로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왜 그런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이런 세태를 비판하는 게 먼저인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들에게 단순히 반지성을 신봉하는 형태로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로 특정 학문을 천시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행위를 무시하는 형태로 퍼져 있다. 이것은 출세 목적 교육에 매몰되어 돈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 이외의 것을 배격하거나 쓸모없다며 천시하는 세태와 실업, 그중에서도 청년실업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다 보니 당사자들도 어쩔 수 없이 돈 되는 학문 이외의 것(인문학, 과학 분야 중 특히 순수과학)은 진로에 방해된다며 멀리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MZ 세대에게 반지성주의가 생긴 원인은 주입식 교육, 개인주의, 사회성 결여, 물질만능주의 등의 요인이 있다.

대한민국은 교육열이 상당한 편이고 인간개발지수 또한 상위권이며 지식인을 우대하는 국민적인 태도가 있다. 실제로 국민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라서 언뜻 반지성주의가 약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반지성주의를 부족한 교육 탓이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지식의 양 보다는 지식에 대한 태도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옳다. 모르는 것을 새롭게 배우거나, 이해 못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개방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지만 모르는 지식을 배우길 거부하고,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 자체에 적대감을 표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뉜다. 심지어는 자신이 틀렸을 리 없다는 무오류성이 기본에 깔려 자기 견해 외의 지식은 틀린 것이므로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반지성주의는 젊은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군집에서 그 성향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교수인 로버트 켈리는(20대 한국 대선의 결과를 보고) 한국 보수는 완전한 지적 파산(intellectually bankrupt)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적 파산이란 "사람들이 항상 집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토론에 참여하지 않으며, 대신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비이성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날조, 왜곡, 욕설로 공격하는 것을 추구한다."라는 뜻이다. 학술적 사상이라고 보기 힘들고, 정치적 비난의 수사로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따라서 스스로 반지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은 없으며 반지성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만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 세대에 대한 비판 이전에 우리 사회 전반의 모순과 지적 능력의 하락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물론 언론과 정치집단의 세뇌와 선동에 의한 반지성주의자들의 출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자신의 견해와 대중의 견해가 다른 경우 대중을 비판하며 반지성주의를 비판하다가 자신의 견해가 대중의 시각과 같은 사안에서는 대중의 편을 들며 반지성주의적 스탠스를 취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우리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의 반지성주의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강제하는 구시대의 입시 위주 교육+주입식 교육의 극단화에서 비롯된다. 교육 현장에서 시험(점수) 비중이 낮은 과목은 등한시되며 설령 수험과목이더라도 기술적인 문제 풀이와 관련 없는 심화 지식 및 학습법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알아야 할 지식과 알면 시간 낭비인 지식을 정해놓고 그 알아야 할 지식도 닥치고 외우게 시킨다. 이 과정에서 지식은 더는 삶에 도움이 되는 양분이 아니라 맞혀야 하는 표적과 그것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공부의 가치와 즐거움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기성세대 관점에선 이런 학생들은 기특한 학생이지만,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이는 대다수 학생은 어른들 말을 안 듣는 한심한 낙오자일 뿐이다. 당연히 양쪽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입시 위주 교육 + 억지 독후감이나 청소년 권장도서 따위로 학생들이 글을 읽는 행위 자체를 꺼리게 되고 유튜브나 스마트폰 등으로 정보가 단순화+시각화되다 보니 실질적 문맹의 증가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단순히 교육적인 측면에서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이 대학을 나와도 글을 제대로 읽거나 해석하고 주관을 가지되 극단주의로 기울어지지 않는 형평성을 지닌 사람들이 매우 적어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매우 크다. 기사나 어떤 사건 사고에 관한 확인이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댓글을 달고 또 간단한 지표들만 해석하고 또 글을 쓸 때 너무 가볍게 다룸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이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SNS, 그리고 나무위키 등 대중적인 대형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미 숱하게 드러나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반대로 자신의 견해에 막강한 권위를 셀프 부여한다. 자신의 견해에 맞추어, 근거들의 가치를 멋대로 결정한다. 자신의 견해와 상반되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으면 전문가의 전문성은 폄하하지만 어떠한 전문적 능력이 없는 자신이 취합한 근거나 만들어낸 근거는 맹신한다. (일부 유튜브 방송을 보면 정보의 왜곡과 편향적 사고가 잘 드러난다 - 그걸 맹신하는 일부 사람들 역시 존재) 혹은 더 마음에 드는 쪽의 주장은 별다른 근거가 없어도 맹신하는데, 반대쪽 주장의 근거는 폄하하려 시도한다. 또한, 원하는 결론을 먼저 내놓고 그에 걸맞은 근거를 나중에 찾는 황당한 행태를 보이는데, 정보화의 영향으로 근거를 나중에 찾아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 추론 과정이 거꾸로여도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특히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에 대해선 해박하면서, 견해를 반박하는 사례들에는 무지하거나 혹은 폄하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일반화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면 인원수로 권위를 높여서 논리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억압하려 시도한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동조자들을 구하려고 하며, 구하기 쉽도록 감성적인 면만을 자극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려 한다. 이건 토론 문화의 부재로 인해 서로 제대로 된 의견을 교류하고, 견해를 공유하기보다는 단순히 누가 옳다 vs 틀렸다는 이분법식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대결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진지한 대화가 단순히 자존심을 건 싸움이 되는 풍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은 대부분 사람이 글에 대한 주관을 가지고 통찰력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고작 인용이나 인기몰이에 휘둘리기 쉽게 만든다.

반지성주의를 타파하려면 대중의 변화뿐만 아니라 교육 자체도 개혁이 필요하다. 기존의 어휘력, 문학 해석 방법 등을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본인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미래 동력인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고 그들이 향후 한국 미래사회의 중추적인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만들 의무가 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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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no
10
많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정말 한국의 교육은 젊은 세대에게 경쟁과 좌절만 유발하는 시스템이죠.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무지성주의자로 느껴지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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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ign
4
요즘 10대들과는 소통도 어렵습니다. 정말 교육이 중요한데.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이 오히려 상상력도 없고 문해력도 떨어지는 세대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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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nte
3
공감합니다. 반지성주의. 언론과 교육제도가 이런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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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74
9
구시대의 입시 위주 교육+주입식 교육의 극단화에서 비롯된다는 말 공감합니다. 왜곡된 지식과 인스턴트식의 생활방식이 더 이렇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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飛上
4
유튜브나 스마트폰 등으로 정보를 얻다 보니 실질적 문맹자가 늘어난다는 말에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공감됩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화면만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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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5
물질이 지성을 지배하고 인기가 없으면 사회적 낙오자로 인식되는 교육 망상, 교육은 단지 수단으로 전락되어 데코레이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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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nt
2
한국사회의 문제를 잘 지적해 주신듯 합니다. 젊은 세대들이 너무 살기 싫은 세상이고 이 문제는 기성세대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시스템이 망가진듯 합니다. 교육,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문제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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