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내란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다. 대부분 국민이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에 놀라고 분노했으며 하루빨리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 구속하여 이 사태가 정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00만 시민이 다시 여의도에서 탄핵 촛불과 집회 시위의 세대 격차를 불러온 아이돌 응원봉을 들었고, 눈 내리는 한남동에서 밤새 윤석열 체포를 외쳤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이렇게 질기게 나올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내란 연장 거점으로 삼은 윤석열은 본색을 드러내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곳저곳의 공관을 산책하며 경호처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서울구치소를 거부하는 격렬하고 질이 낮은 저항 중이다. 결기 없는 공수처장은 시간과 내란 진압의 중요성만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며 못난 면상으로 돈 먹은 하마 같은 눈빛을 이리저리 발사하고 있다. 공수처의 체포 시도는 차라리 하지 않는 만 못하며 공수처는 없느니만 못한 기관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문재인의 공수처가 벌벌 떨며 행세하려고 만든 이미지 정치의 산물이니, 윤석열 탄핵 이후에는 공수처를 없애야 한다. 세금과 뇌물을 동시에 먹는 공수처나 검찰은 없는 게 낫다.
국민은 내란수괴의 체포영장조차 집행 못 하는 대한민국이 과연 법치국가인가를 묻기 전에 문재인이 만든 공수처 탄생의 태생적 한계와 그 공수처를 만든 이유가 비리 검찰의 전횡이라는 데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내란은 과연 어떻게 진압될까? 내란의 주요 과정이 공개적으로 폭로되고,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현재의 본질에도 미국이 깊숙이 개입해온 역사가 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는 미국이 유도한 박정희의 5.16쿠데타나 전두환의 12.12쿠데타와 비교하면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내란 후 미국의 대응 방식도 과거와 다르다. 미국과 계엄을 주도한 내란 세력 간에 차이와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계엄을 비밀리에 준비하는 동안, 미국은 윤석열의 계엄을 어떻게 처리할지 대비하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미국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그들의 정보망과 한미연합사의 상급 군사 권한으로 제어하고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용도와 수명이 다한 윤석열과 그의 비상계엄 계획을 이전부터 경계하고 있었으며 사실상 윤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 계엄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내란은 광주항쟁 이상의 유혈 내전과 한반도 핵전쟁을 촉발할 위험한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의 수용치를 벗어난다.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면, 늘 그 점을 이용해온 미국이지만, 그렇게 되면 아시아에서 미국이 기댈 곳은 일본뿐인데 사양길로 접어든 일본만으로는 미국에 득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놀부처럼 남을 이용하기 위해 새의 다리를 분지르고 동맹을 내세워 돕는 시늉만 하는 세계의 갱이다. 그런데 이 과거의 갱단 방식이 윤의 선을 넘는 쿠데타로 식상해졌고 더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윤을 버리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 상황은 미국의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 아니며, 이번 사건을 처리하여 한국 정치를 재구성하는 건 미국에 매우 익숙한 일이라는 점을 한국진보 정치는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향후 對한국 정책의 기본 방향은 첫째, 윤석열의 쿠데타로 촉발된 한국 국민과 대중의 진보성향의 정치적 진출을 저지하고, 윤석열의 내전 확전 기도를 통제하면서 한국을 기존 보수 양당 체제로 회귀시키려 할 것이다. 둘째, 대북 전쟁위기 관리를 정상화하고 윤석열을 합법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미국 의도에 대해 노예적인 한국의 조중동 및 보수 언론의 기조도 이와 같다. 심지어 조갑제조차 윤석열을 제거하고 윤의 내란을 제압하며 국민의힘을 수습 재건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거들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태극기 부대’를 버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에 있어 국민의힘도 태극기 부대도 용도는 다르지만, 매우 유용한 전략 자산들이다.
이제 미국의 한국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과 목적에서 이루어질 거라 보인다.
1.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교체한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내란사태를 종결하고 새로운 친미정부를 구성한다. 한국 헌법재판소의 탄핵과 윤석열 내란 수사로 윤과 내란 핵심세력만 제거한다.
2. 대중의 시위가 반미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한다. 대중 시위 성격과 양상 변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유혈진압과 테러를 통제 관리한다. 윤석열의 저항과 내란 지속으로 유혈 내전 사태로 비약하는 것을 억제한다.
3. 민주당, 국민의힘 중심의 양당 체제를 복원 유지한다. 미국이 국민의힘을 선호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폐기 후 신당 재건정비에 주력하고, 민주당 집권 가능성에 대비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 길들이기를 본격 추진한다.
4. 민주당 이재명에 대한 가능성 준비, 미국은 이재명의 정치적 입장을 문재인에서 노무현 사이 정도로 인식한다. 미국이 이재명을 꺼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명을 길들이지 못할 인물로 보고 있지 않다. 이재명은 위험인물이 아니라 불편한 인물이다. 노무현 김대중도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가능하다면 이재명을 법적으로 제거한다. 가능한 이재명 이외의 민주당 대선후보를 도모할 것이다. 불가능할 경우, 이재명 길들이기를 동시에 준비한다.
한국의 정치위기 이후 미국의 한국 지배력은 언제나 더욱 공고해졌다. 4.19혁명은 5.16 군사쿠데타로, 박정희를 제거한 10.26은 12.12 전두환 쿠데타로, 87년 6월항쟁은 노태우의 6.19 선언과 대통령 선거로, 양 김의 정치는 김대중이 친미 친일로 바보짓을 하면서 친일파에 문호개방의 기회를 줬고 전라도민들을 늪에서 허우적대는 중공 인민들처럼 만들었다. 박근혜 탄핵은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하며 오바마의 대한국 지배 방식은 진화되며 세월호를 묻었다. 위기 이후에 한국 보수정치 체제는 안정화되었으며 미국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었다. 국민은 희생을 감수했고 근본적 사회개혁까지 쟁취한 역사는 아직 없다. 윤석열 탄핵과 구속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의 진보는 미국과 보수를 자칭하는 극우와의 본격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진보 앞에는 사회 대개혁이 아니라, 박근혜 이후 ‘문재인 시즌 2’가 더 가깝게 기다리고 있다고 보여진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진보의 대중적 지도자, 대표적 진보정당에 대한 대국민 영향력은 아직도 취약하다. 근본적 개혁으로 가는 장애물인 국가보안법 문제, 미국과의 자주권 문제, 평화체제와 북한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여전히 초보적이다. 여기에는 비리 검찰의 캐비넷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나 남북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서는 비리 검찰이 버티고 있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승리할까. 우여곡절과 진퇴는 있어도 자기 문제를 구조적으로 인식하고 자각한 젊은 세대의 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막을 힘은 세상에 없다고 믿는다. 전광훈과 젊은 일베가 이기느냐, 키세스 응원단과 보편적 상식의 대중이 이기느냐, 시간문제다.
한국의 정치위기를 미국을 위한 재정비 기회로 삼는 미국의 對한국 기본정책은 사실 식민지 제국주의 정책이다. 미국이 한국 정치에 기존처럼 개입하겠다는 이 발상이 위험한 것은, 관행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해방 이전의 판도라의 상자를 미국이 열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반역, 미국과 한국의 치킨 게임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