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 이론은 경제 결정론이다. 그리고 역사 결정론이다. 역사에 신이 존재해서 역사의 신의 뜻에 따라 노동자 계급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온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마르크스 이론대로 된 것은 별로 없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독일과 영국에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고 유럽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지만, 결국 20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러시아인은 내전으로 수천만이 죽었고 전쟁으로 죽어가며 유럽의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좌파라고 보기 힘든 중도정당이지만,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의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좌파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도 그들을 그렇게 바라본다. 그것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고, 그들 스스로 그 시대의 철학에 발목을 잡힐 때도 있다.
그들도 역사에서 정의가 이기고 사필귀정이 달성될 것으로 믿는 나이브함으로 여태까지 안일하게 버텨온 것 같다. 그들은 대부분 윤석열이 비상계엄이라는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고 실패한 반역자이므로 윤석열은 탄핵당해 감옥에 가고 국민의힘은 붕괴할 것이라 본다. 과연 그럴까. 거시적으로 보면 계몽주의와 자유가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인터넷이 보급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정보의 흐름은 넓게 퍼졌고 정보의 취득이 용이해졌지만, 반대로 대중들은 멍청해졌고 대중들은 이용당하기 쉬워졌다. 세계화와 인터넷 보급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부의 차이를 훨씬 더 크게 만들었다. 부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이용해서 엄청난 돈을 모았고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백신이나 바이오 테마를 만들어 천문학적인 부를 쓸어 담았다. 연결성과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세계화와 인터넷은 정치를 비이성적인 편 가르기로 만들어 정치는 이성적인 대화와 타협 아니라 정글의 게임으로 변했다.
이제 정치에서 남는 것은 이해관계다. 여당 정치인들과 고위 레거시 언론들과 대형 교회, 사학재단 그리고 관료와 재벌들은 서로 매우 밀접한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생물학적 동족 부족처럼 행동한다. 이들의 뿌리는 깊고 굵다. 이들을 만든 토양은 청산되지 못한 더러운 역사와 그 역사의식 때문이다. 윤석열은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공수처 공무원들을 조정하고 한남동 임시정부에서 쇼를 벌이면서 전광훈의 사이비 개독 용병들을 동원해 자신의 지지를 더 강화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람시는 지배 블록과 헤게모니라는 개념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지배계급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들의 물적 기반을 이용해 여론을 만든다. 이것을 지배 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과 괴리된 허위의식이고 가짜 뉴스다. 그리고 이 허위의식은 역사성을 갖는다. 일제부터 지금까지 시대변화에 따라 그들은 변신했다. 독재의 진화고 변신이다. 지배그룹의 첨병인 법률가들은 이 허위의식을 바탕으로 ‘법 기술’을 이용해서 교묘하고 악랄한 절차를 만들어 그것을 정의와 법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자기들의 무기로 한국의 대다수 선량한 국민을 속이고 탄압하고 빼먹는다.
이탈리아의 좌파 사회주의자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100년 전에 이탈리아의 북부 공업지대에서 경제적 조건이 혁명을 무르익게 해서 노동자 봉기를 일으켰지만, 그것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상황을 목격하고 마르크스의 경제 결정론이 틀렸다는 걸 확인했고 자신도 감옥에 갇혀 곰곰이 분석했다. 당장 혁명이 성공할 것처럼 좌파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을 들떴지만, 약해 보였던 왕당파인 전통적 지주세력, 신흥 자본가, 학교, 언론 그리고 교회세력들이 다시 결집하는 것을 보고 혁명과 사회변동 그리고 적폐청산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지배 블록들은 보통 때는 서로 갈등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지만, 위기에 처하면 원시시대의 부족들처럼 자기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뭉치고 자기 이익을 국가이익으로 포장해서 일반 국민을 적으로 몰아세우고 언론을 동원해서 대대적인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한 후, 결국 다시 자기들의 세상으로 원상 복구한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한 번에 기득권세력을 치는 기동전이 절대 쉽지 않다고 보았다. 그들의 뿌리는 수백 년 동안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지주와 가톨릭교회는 로마 말기에 발생했다. 무려 1,500년의 역사가 있다.
게르만족이 로마를 점령하자 로마의 귀족들 일부는 그대로 지주로 남고 다른 일부는 가톨릭 성직자로 변신했다. 일제가 떠나자 친일파들은 반공 민족주의자로 변신하고 학계와 종교계 언론계에 들어가서 지배그룹의 진지를 구축하고 진짜 민족주의자들을 빨갱이로 뒤집어 몰아세우고 사냥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한번 잡았다고 주요 관직에 민족주의적 세력이 기어들어 가면 100년도 넘게 한반도 숙주에 똬리를 튼 친일세력이 사라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하다. 이들에게 법과 공정과 도덕 그리고 한미동맹은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콘크리트 방호벽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학생운동역사조차 잘 모르고 미국 민주당의 PC주의를 따라해 가뜩이나 타락한 한국 기독교의 원성을 샀다. 어설픈 정치를 기생하는 숙주로부터 배운 결과는 참혹하다. 권선징악은 동화 속의 결말로 영어로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고 부른다. 동성애와 권선징악을 함께 묶으려는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가랑이가 찢어진 지 오래다. 단군도 없애고 동성애도 찬양하고 모든 것을 기생하는 숙주에 배운 정치는 윤에게 목숨을 건 많은 경호처와 사병이 쳐 놓은 철조망처럼 무능과 무기력의 감옥과 같다.
한국의 지배 블록은 윤석열의 계엄이 실패하자 일단 후퇴했다. 시간을 벌고 전열을 정비하는 중이다. 그들은 전광훈과 같은 개독 용병을 이용해서 아스팔트를 점령하게 한 후 다시 검찰, 언론, 관료 세력 간의 흐트러진 지배그룹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공수처도 윤석열의 똘마니들로 채워져 있다. 공수처의 한남동 ‘체포 쇼’가 실패하자 지배그룹들은 더 강고하게 결집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탄핵 파 몇 명은 자기 역할을 하고 무대에서 퇴장했다. 국민의힘의 탄핵 파는 양심세력이 아니라 시간을 벌기 위한 총알받이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한남동으로 가서 지원 사격을 한다. 이제 이 토착 왜구 지배 블록 세력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논조가 달라지고 있다. 내란죄를 헌재의 탄핵 원용문에서 없애버린 상황에서 민주당의 탄핵은 정당성이 없고 국회 의결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행위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세력은 전두환보다 더 악랄하게 지배 그룹이 진화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 단단하게 결집하고 결사 항전 자세를 보여야 토착 왜구 블록과 결전을 벌일 수 있다. MBC와 김어준 방송만 보고 방구석에서 앉아 있으면 민주세력이 승리할 것으로 착각하게 되고 2월이면 탄핵당하고 조기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역사는 조건이 바꾸었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인간의 의지와 결단력 희생과 실천과 같은 정치적 행위로 결판나는 것이다. 그람시는 지배 블록과 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기동전과 진지전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동전은 탄핵집회와 같은 정치적 행위고 진지전은 문화 운동,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서술 그리고 교육을 통한 유기적 지식인 양성을 통한 지난한 게릴라 전이다. 이것이 병행되지 않으면 설사 탄핵으로 권력을 획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와 언론 그리고 지식인집단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 블록이 다시 나타나 자기가 분실한 물건을 찾아가는 것처럼 권력을 다시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교육하는 것은 이 토착 왜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고 피 터지는 전투다. 나치와 소련의 운명을 결정한 스탈린그라드 전투와 같은 것이다.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빨갱이로 몰아 없앴던 토착 왜구들이 이제 무엇을 들고나올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