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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청사년’(靑蛇年), 나의 3가지 정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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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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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의 마지막 날 영화 ‘시빌 워:분열의 시대’(감독 알렉스 가랜드)를 보았다.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를 주축으로 한 ‘서부군’(Western Forces, WF)과 나머지 19주가 뭉친 ‘플로리다 동맹’(Florida Alliance, FA)의 분리 독립으로 내전(civil war)이 벌어진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종군 기자들의 취재과정을 담은 전쟁 영화다.


영화는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을 그리고 있다. 연방 정부의 무차별 폭격과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페니)’가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정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왜 내전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감독의 의도적인 ‘배제’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전의 한복판에 선 당사자들도 왜 동족끼리 싸우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감독은 내전의 배경이나 이유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관객들은 영화 ‘비트’ 이후 최고의 총격전을 묘사하는 장면과 생생한 총소리만을 뇌리에 가득 채운 채 씁쓸하게 극장을 빠져나간다.
 
지금 한국의 보수와 진보도 총만 쏘지 않을 뿐 사실상의 ‘내전’을 치르고 있다. 광화문과 용산을 오가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을 두고 보수와 진보는 갈등과 충돌을 벌이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는 비상계엄 찬성과 탄핵 반대 화환이 시빌 워에 나오는 무수한 탄피처럼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됐는지 심각하게 그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부는 그냥 영문도 모른 채 극단적인 진영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광화문 ‘탄핵 반대주의자’들에게 ‘왜 당신은 비상계엄에 대해 찬성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과연 합당한 이유를 댈 수 있을까.
 
한국의 시빌 워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2년 보수에 충격과 분노를 안겨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과 그의 자살, 그리고 박근혜의 탄핵으로 이어진 한국의 시빌 워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마침내 그 임계점을 넘었다.
 
이제 진영의 화와 분노를 식혀줄 ‘소방수’(消防水)는 없다. 누군가는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그 사람이 정치인이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 마무리 과정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면 좋겠다. 물론 민주당 지지층들은 ‘고지가 바로 앞인데 무슨 허튼 수작이냐’고 분노할 것이다. 사실 이재명 대표가 집권을 코앞에 두고 불출마를 선언할 리도 없다.
 
하지만 이 무도하고 잔인한 한국의 시빌 워를 종식시킬 유일한 사람은 이제 이재명 대표뿐이다. 윤석열은 2002년 노무현 집권 이후 극단적으로 진행돼온 진영 대결을 끝장내기 위해 비상계엄이라는 마지막 폭탄을 터뜨렸다. 계엄과 탄핵으로 정치의 ‘노심’(爐心)은 붕괴됐고 새로운 사회 협의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집권을 한다면 또 다시 우리 정치는 ‘불복과 저항’의 무한루프에 빠질 것이다. 이 게임은 링 위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두 선수 모두 링에서 내려와야 끝나는 게임이다. 한 놈을 곤죽이 되도록 두드려 팬 뒤 다음 놈이 올라와서 이기면 또 터치를 하고 다른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탄으로 자폭하고 물러났다면 이재명은 그 마지막 뇌관을 제거하고 정치와 역사를 화합과 통합의 물길로 되돌려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이번 대선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다른 주자를 지지해주는 희생과 헌신의 정치를 보여준다면 손상된 ‘노심’도 복구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대표가 준엄하게 사법심판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는 지혜와 순리의 묘를 보여준다면 그에게는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재명이 생각하는 그 ‘길’이 꼭 권력획득과 정치보복의 또 다른 이름만이 아니길 소망해본다. 이런 생각을 ‘이재명 퇴진’의 간교한 논리라고 부정하고 비난한다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잔인하고 극악한 시빌 워를 종전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1948년 이후 정부수립 이후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번 윤석열 비상계엄으로 드러난 것은 민주주의의 겉봉투만 이제 겨우 열어본 꼴이 된 것이다. 박정희 독재시대를 거쳐 1987년 민주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공익과 국민에 부합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내편 네편’의 진영 민주주의에 집착하는 가상 민주주의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What’을 경험했다. 이제는 ‘How’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단순히 권력지배구조의 개편이 아니라 잘못하면 지금까지 이룬 경제적 발전과 자그마한 민주주의의 성취마저 ‘아작나는’ 서늘하고 뼈아픈 경험을 비상계엄 정국을 통해 겪었다.
 
이제 어느 한 사람이 미몽과 편견과 오해와 무지와 취기로 헌정파괴의 버튼을 함부로 누르지 못하도록, 그래서 시빌 워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한 ‘폭파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학자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마무리된 후 한국사회가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 축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경향신문 2025.1.1).
 
이재명의 통합과 헌신의 정치, 권력체제 개편의 아젠다와 함께 2025년에 꼭 이뤄지길 소망하는 마지막 ‘정치 소원’은 국민의힘의 해산과 새로운 보수정당의 출현이다. 보수층은 단순히 이 소원을 국민의힘에 대한 저주와 분노의 표출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노정한 것은, 그들은 결국 악의 ‘주축국’이자 보수기득권 수구세력으로서 그들만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사적결사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일제강점기 이후 친일파들이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이어오면서 유지하고 누려온 기득권을 절대 놔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비상계엄 정국으로 여실히 드러냈다.
 
저들은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집단인가, 아니면 자기들 권력을 지키고 나누기 위한 모리배(謀利輩)들인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비상계엄에 항거하고 분노하고 저항하는데 집권여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의 준동과 망동을 보면 이제 그 수명이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조직은 위기 때 그 본성이 드러난다.
 
비상계엄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인 이때 국민의힘의 위선과 무능과 뻔뻔함을 보라. 만약 전쟁이 난다면 시대의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그들이 과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기 한 목숨 바쳐 싸울까. 아니면 그들의 가족, 친척들만 챙겨 도망을 갈까.
 
지금 국민의힘 모리배들은 비상계엄 탄핵 정국에서 국민들을 외면하고 자기들끼리 짐 싸서 도망을 가고 있는 중이다. 위기 때 국민들과 어깨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 국민의 안위 따위야 안중에나 있을까. 그들은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반드시 해산돼야 한다’는 것을 이번 비상계엄 정국에서 국민들은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다시 영화 ‘시빌 워:분열의 시대’로 돌아가 보자.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스포 주의)은, 서부군이 백악관에 진격해 미국 대통령을 사살하는 장면이다. 백악관 전투에서 경호원들과 서부군의 총격전이 벌어지지만 곧 진압 당한다.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 대통령에게 마지막 할 말을 묻자 그는 ‘살려 주세요’라고 애원한다.
 
그가 내전까지 치르며 지키려 했던 신념이나 가치, 국가지도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도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목숨만을 애원하는 초라한 한 인간의 비루한 처신을 관객들은 목도한다. 고담준론과 진영의 논리가 난무하던 정치의 결말은 어이없고 황당한 한 인간의 몰락으로 점철될 뿐이다. 정치의 가치나 철학은 이토록 허무하고 쓸쓸하고 보잘것없는 것이다.
 
2025년 1월 1일 현재 공수처는 법원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용산 진격’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은 용산 벙커에서 헌법재판소에 체포영장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하며 저항하고 있지만 곧 경찰에 의해 끌려 나올 것이다. 2022년 3월 9일 대선 이후 단 한 번도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여본 적이 없고 오로지 야당과 정치의 비협조와 악습을 불평하며 자기 할 만만 내뱉은 그가 마지막으로 할 말은 무엇일까.
 
윤석열은 야당의 줄 탄핵과 국가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자신이 마치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양 떠벌리지만 국민들은 그것 또한 진영의 좀비 지지에 기대 부부의 비루한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읽을 것이다. 윤석열이 일국의 대통령이었다면 마지막 단 한 번만이라도 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윤석열이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법을 따르고 제 발로 용산 벙커에서 걸어 나와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품위와 자존심만은 지켜줬으면 한다.
 
‘시빌 워:분열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언제쯤 평화롭고 안온한 일상을 맞이하게 될까.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는 분열의 종식과 청사(靑蛇)같은 지혜로운 정치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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